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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때였나 이 책을 문고판 <어머니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접했다. 책 표지가 전체적으로 분홍색이었고, 출판사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아동문고는 계몽사가 제일 많았으니 그 출판사가 아니었을까싶다.

   화가인 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자라는 어린 소녀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친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자신이 상상해서 그린 엄마의 초상화가 실제 초상화와 많이 닮아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딸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의 도움으로 딸은 화가로 성장해서 자신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대충 이런 줄거리였는데, 정작 내 눈을 끌었던 건, 이야기에 등장하는 퇴락한 고성이었다. 그 성의 주인인 자손들도 버려두고 돌보지 않는 고성. 마침 그 성을 지나가다 마차가 고장나서 아버지와 함께 성의 욕실에 자리를 마련하고 하룻밤 지내게 된다. 벽면을 메우는 섬세한 대리석 부조. 아마 아기천사 종류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것만으로도 쇠락하기 전에 성의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또, 주인공이 정원에선가 놀다가 공깃돌같은 돌을 튕겼는데, 부서지면서 그 안에서 자그마한 대리석 조각이 나왔었다.  손톱만한 크기의, 포도넝쿨 관을 쓴 바커스의 얼굴로 기억한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바커스의 얼굴을 상상하고 또 상상했었다. 자그마하지만 장인이 얼마나 섬세하게 새겼을까? 이마에서 코를 거쳐 턱으로 내려가는 선이 얼마나 유려하고 아름다울까? 전체 모습을 어땠을까? 원래 어디 있던 것일까? 등등. 생각해보면 최고의 미남자 얼굴을 그렸던 것 같다.

  나중에 성의 주인들이 성을 보수공사하고 들어와 살기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섬세한 부조나 그림이 모두 가려졌던 것 같다. 주인공이 이 점을 안타까워하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도 없다고 성 주인인 여자애한테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놨던 기억이 난다.

  부서지고 사라져가는 옛 것에 대한 그리움, 애잔함, 안타까움 등이 뒤섞인 감정.  내 이 책을 생각할 때 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위의 책 표지 너무 촌스럽다. '나는 아동문고'라고 티를 팍팍내고 있는 듯. 차라리 옛날게 더 나을지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도 본의아니게 잃어버린 책들이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집에 놀러온 고모 친구가 빌려갔다가 돌려주지 않은 '펄벅의 대지1,2' , 중1때 학급문고로 냈다가 잃어버린 '포플라잎사귀보다도 더 작은 사랑', 초등학교 5학년땐가 6학년땐가 학교에서 단체구입해서 읽었던 '과학은 마술사' 등등. 지금 다시 구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포플라~'나 '과학은 마술사'처럼 절판된 것도 있어 아쉬움이 더 커지는 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책관리, 책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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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ㅠ.ㅠ

여울이 2005-08-2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고 나서 후회한다... 가슴 미어지게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