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 아시아 설화 SF
켄 리우 외 지음, 박산호 외 옮김 / 알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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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의 재구성은 좋으나 몇몇 이야기는 참신하나....꼭 동성애코드로 시작해서 근친상간(그것도 모자지간!!)코드로 끝을 맺어야 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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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 기담
양진채 지음 / 강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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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을 중심으로 한, 너무 무겁지 않게 가볍지도 않게 읽기 좋은 소설. 문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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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구판절판


정말로 좋은 문학은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기가 드물지요. 최고의 작가들은 가난하게 살다 죽습니다. 조악한 작갇르이 돈을 벌지요. 항상 그래왔습니다. 다음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인정받을 작가의 재능이 저 같은 에이전트에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때쯤 가서는 저도 이미 죽어 없을 텐데요. 제게 필요한 것은 하찮더라도 상공을 거두는 작가들입니다. -1권 117쪽

"암기하는 것 말입니다."
골고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건 질문이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왜 다른 자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가 하는 겁니다."-2권 31쪽

"주석들이란 서가 맨 아래에 있는 책들과 같습니다. 몸을 굽혀서 봐야하므로 아무도 그것을 즐겨 읽지 않습니다."
"한 명의 시인이 표절하면 절도이지만, 많은 시인들이 표절하면 그것은 탐구입니다."
"두꺼운 책들은 지은이가 짧게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두꺼워진 겁니다."-91~92쪽

"부흐링 족은 원래 어디에서 왔습니까?"
골고는 머뭇거렸다.
"그러니까 아주 자세히는 우리도 모릅니다. 추측하건대, 알 속에서 병아리가 자라듯이 우리도 책 속에서 생겨 자란 것 같습니다. 지하묘지 아주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아주 오래되고 파손되기 쉬우며 해독 불가능한 룬문자들로 쓰인 책들 속에서요. 어느 때가 되면 책은 마치 알껍데기처럼 꺠집니? 그러면 도룡뇽처럼 작은 부흐링 족 하나가 그 속에서 미끄러져 나오지요. 그는 가죽 동굴까지 찾아옵니다. 그것은 본능입니다. 아마도."

"맞아요. 우리는 운하임의 악취나는 쓰레기장에서 나왔거나 아니면 악명 높은 잔인한 책 연금술사들의 증류기에서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망가지도 부패한 오래된 책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깁니다."-96쪽

이곳은 태곳적에 쓰인 문학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일까? 종이도 없고 인쇄도 없었던 시대에 쓰인 문학의 흔적일까? 이것들은 과연 장식이 아니라 문자들일까? 그렇다면 나는 아마 아주 초기 형태의 책 속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리라. 걸어가면서 읽을 수 있는 예술 형식이자 거대한 동굴 책 속을. 각각의 굴속에는 어쩌면 거대한 책의 각 장면들이 써 있을지도 몰랐다.-159쪽

책 위에 책들이 쌓여 있고
버려지고 저주받은 채
죽은 창문들로 장식되고
오직 유령들만이 사는 곳
가죽과 종이로 된
짐쨉茸錤?습격당하고
광기와 음향이 난무하는 곳
그곳은 그림자의 성이라 불리는 곳-160쪽

호기심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다. 그것은 우주 안에 있는 두 개의 가장 큰 제동력인 이성과 불안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
...........호기심 때문에 결국 차모니아 공포소설들 속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이 어딘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안으로 들어갔다.-164쪽

우리의 의식을 결정하는 것은 두뇌가 아니라 위(胃)인 것이다.-171쪽

"그 흐느끼는 그림자들이 누구 또는 뭔지 아십니까?"
................
"오래 생각해본 끝에 아주 오래전에 묻혀 잊힌 책들의 영혼이 안주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슬픈 운명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239쪽

"별들의 알파벳이라니요? 문자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것은 알파벳이지만 리듬이기도 하다. 음악이고 감정이다."
................
"........만약 네가 별들의 알파벳을 마음대로 다룬다면 오름에 도달했을 때 거기서 우주의 모든 예술적인 힘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267쪽

처음에 아주 비약적으로 한 장면을 쓰는 일은 매우 쉽다. 그러다가 언젠가 네가 피곤해져서 뒤를 돌아보면 아직 겨우 절반밖에는 쓰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앞을 바라보면 아직도 절반이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때 만약 용기를 잃으면 너는 실패하고 만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일을 끝내기는 어렵다.-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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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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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아주 즐거운 책을 읽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책에 대한 책, 책을 위한 책은 늘 눈길을 끈다. 이 책의 배경은 탐서주의자의 입장에선 거의 이상향에 가깝다. 시를 쓰는 공룡들이 살고 있는 린트부름 요새, 책과 관계된 온갖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책의 도시 부흐하임. 비록 그 안에 출판업자, 인쇄업자, 권력가, 서적상, 매수당한 비평가, 책사냥꾼들의 그릇된 욕망이 섞여있다 하더라도, 오롯이 그 모든 것들이 책을 위해 돌고 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오랫동안 책을 고르다 보면 대충 봐도 감이 오는 법.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아, 내 취향의 재미있는 책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조금 읽어보니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정적으로 책 앞부분에 있는 미텐메츠 초상화에 반했다. 이렇게 잘 생긴 공룡이라니! 외알안경, 바로크풍 목장식, 너무 잘 어울렸다. 게다가 '시'도 쓴다고! 먼저 읽던 책이 있어 마저 읽고나서 이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내내 눈이 갔다. 드디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미텐메츠의 모험에, 이 책의 배경에 푹 빠져서 하루에 다 읽어버렸다. 곧바로 2권을 산 건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미텐메츠의 책을 번역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발터 뫼르스는 이 책에서 글쓰기 혹은 책읽기의 즐거운 면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스마이크로 대변되는 권력, 시장과의 관계를 트럼나팔 연주회나 그림자 제왕이 만들어진 이유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혹은 스마이크의 입을 빌려 직설적으로 뱉어내고 있다. 권력이 대중을 장악하는 방법, 시장을 지배하는 방법, 부를 재생산하는 방법, 그래서 좋은 책은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 비평을 위한 비평 등, 어쩜 이리도 지구 대륙에서 벌어지는 것들과 닮았는지······. 계속 이야기해봤자 씁쓸한 기분만 들 터이니, 감수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하르펜슈톡에게 ‘무식한 멧돼지’ 타이틀을 달아주고, 존재 자체가 해악인 스마이크를 한껏 흘겨본 다음 우리 주인공들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 책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존재는 뭐니뭐니해도 그림자 제왕일 것이다. 어둠과 광기를 몰고다닌다는 지하세계의 군림자, 그림자 제왕.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 후 호문콜로스(슬프게도 스마이크가 붙여준 호칭)라 칭하며 오래된 책들 사이를 배회하는 슬픈 그림자 제왕 - 온 몸이 낡은 책종이로 덮여있어서 옷(clothes)을 뜻하는 말에서 명칭을 따 ‘콜로스’라 부르는 게 아닌가싶다. 독일어를 모르니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소설 뒷부분에서 그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무섭다기보다 쓸쓸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가 왜 하찮은 어린(?) 공룡 미텐메츠를 끌어들였는지 밝혀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사실 그림자 제왕은 책연금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설정 중의 하나가 바로 ‘책연금술’이었다. 결정적으로 책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나 할까? 가죽동굴에도 있었지만 주인공이 그림자성에서 만난 살아있는 책들, 이를테면 날아다니거나 여러개의 다리가 달려 있거나, 눈이 달린,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책들이 옛날 책연금술의 대표적인 산물들이라 생각된다. 이 살아있는 책들로 인해 부흐하임 지하세계가 좀 더 위험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험의 세계가 될 수 있지 않았나싶다.

  그리고 맨 처음 단첼로트 대부의 죽음으로부터 마지막장까지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 오름. 오름이란 최고의 영감의 순간에 작가 몸속으로 뚫고 지나간다는 일종의 신비로운 힘이다. 오름에 오른 작가는 최고의 작품을 쓴다고 한다. 뫼르스 자신이 작가이기에 누구보다도 작가의 고뇌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오름’이란 개념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머릿속이 창조적인 생각들로 꽉 들어차고, 적절한 단어들이 적절하게 배치되며, 순식간에 글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신들린 듯 글을 쓰게 된다는 것. 아마 작가들이 바라는 최고의 경지를 꿈꾼 것이자 글쓰기의 괴로움을 담은 것이리라. 하나 더. 오름에 올라 별들의 알파벳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알파벳을 통해 우주의 예술적인 힘을 받아들여 최고의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게, 미텐메츠가 모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미텐메츠가 그림자성을 방문했을 때 기이하게 여긴 것 중의 하나가 ‘흐느끼는 그림자들’이었다. 그림자 제왕도 ‘아주 오래전에 묻혀 있던 책들의 영혼이 안주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슬픈 운명을 한탄하며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할 뿐이다. 만약 그림자 제왕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흐느끼는 그림자’를 만들어냈을까? 나는 또 얼마나 많이 만들어냈을까? 예전에 국민학교 다닐 때 아끼던 책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찾으려드니 도무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찾고 또 찾아도 끝내 찾을 수가 없었던, 지금도 제목과 내용이 기억나는 그 두권의 책. 그 책들은 그나마 내 기억 속에 남아있기나 하지 그렇지 못한 잊혀지고 버려진 책은 또 얼마나 될까? 가슴이 답답해졌다. 지금도 책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상자 안에 담겨 구석에 놓인 책들이 많은데······. 읽혀야 하는 운명을 거부당해 울며 떠돈다는 책의 영혼, 책그림자들. 별거 아닌 듯 하면서도 내내 생각나고, 책을 읽고 관리하는 내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부흐링’에 대해 말하고 싶다. 종족명 자체가 ‘책’과 관련된 종족임을 나타낸다는 부흐링. 책을 읽는다는 게 삶의 전부이기까지 한 그들을 보면 독서가 그냥 독서가 아니구나하고 느껴진다. 왜 책을 암기하는냐는 질문에도 진짜 질문은 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가 하는 거라고 얘기하는 걸 보면 정말 책을 위한 종족, 책의 최고의 파트너구나 생각된다. 부흐링과 관련되어 가장 신비로웠던 건 부흐링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주 오래되고 파손되기 쉬우며 부패하기까지 한 책에서,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 말이다. 가장 부흐링다운 탄생 방법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림자 제왕이 미텐메츠에게 글쓰기의 가장 큰 틀(오름)을 알려줬다면, 부흐링들은 그 틀을 채울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단련시켰다. 그리고 미텐메츠를 위한 이별선물도 가장 부흐링다운 선물이었고, 최고의 선물이었다. 상투적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감동적인 걸 어찌하랴.


  어린 시절 이런 적이 있다. 늦은 오후에 마루에 배 깔고 엎드려 책을 보는데, 비가 내렸다. 부모님께선 일하러 나가시고 집은 고즈넉하다. 마당엔 빗발이 긋고 곧이어 처마의 물받이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소리가 들린다. 시위는 약간 어둑어둑해지고······.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렇게 책 읽다 혼자 잠이 들어도 하나도 무섭지 않고 아늑한 기분이었다. 돌이켜보면 참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책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가끔 아쉬운 건 옛날만큼 책을 읽고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것, 아니 아쉽기만 한 게 아니라 좀 슬프기까지 하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나 ‘자기 앞의 생’을 중학생 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말이다. 그래서 부흐링들이 책을 대하는 자세가 나를 울린다. 그렇게 전 생애에 걸쳐 진지하고 경건한 자세로 책을 대할 수 있다는 것, 풍부한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유쾌하게 책을 읽고 즐겁게 독후감을 쓰며, 심지어 다음과 같이 생각하기도 한 이유 말이다.


  나도 부흐링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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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 2005-08-1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문콜로스. 영한사전에서 비슷한 단어를 찾아봤다.

homunculus [hmŋkjuls, hou-|h-]
n. (pl.
←li [-lài])
1 난쟁이(dwarf); (연금술사가 만든) 소인(小人)
2 해부 실험용 인체 모형

아마 2번의 의미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단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