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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 수많은 방언들, 토속어들, 주어를 찾으려 두 번정도는 다시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만연체의 문장들. 지극히 남성적인 거칠고 투박한 묘사들.
한국 문학의 금자탑으로 추앙받는 이 연작 소설이 나에게는 사실 뒤이어 쏟아져 나온 수많은 성장 소설들에 물려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리 상큼하지도 대단하게 여겨지지도 않아 조금은 심드렁하게 읽혔다면 무식의 자랑이 될까, 오만이 될까.
이 소설은 흔히 그렇듯 작가의 실제 성장기에 가깝다고 한다. 70년대에 씌어진 작가의 유년시절을 보낸 관촌에서 측근들(특히 이 측근들은 대체로 식모, 머슴 등 그의 기준에서는 하층민이다)과 어우러져 겪은 수많은 추억들에 대한 회상이다. 그는 특히나 상주목사의 증손자로서 한산이씨의 명문 거족의 후예라는 것을 할아버지의 얘기를 풀어가며 고백하게 된다. 평론에서 언급됐듯 그에게 은연중 유교질서에 대한 선망이 아로새겨져 있는 듯한 것이, 어린 나이임에도 하대하며 지내는 주변 인들에 대한 관찰기에 우리는 은연중 계급의식이 고착화되어 있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70년대라는 산업화의 질주 환경 속에서 가지는 이 작품의 의미를 복원할 수 없는 나의 한계가 이 작품의 무게를 제대로 달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여하튼 이 책을 다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수많은 토속어와 순우리말들을 건져올린 것에 의기양양하련다. '이슬바심'이라는 예쁜 말을 훔치면서.
이슬바심 : 이슬을 맞거나 이슬이 내리는 풀섶을 헤치며 걷거나 일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