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카야의 죽음의 장면이 부러웠다. 약간 아쉬운 듯, 그러나 병마에 시달리지 않고 그녀가 사람들보다 더 일체감을 느꼈던 가장 사랑하는 야생의 공간에서 사랑하는 반려자가 마지막을 수습할 수 있게 그렇게 가는 대목. 눈물 나는 대목이 많았지만 이 대목은 더 나에게 얘기하는 바가 많다. 


















칠십이 넘은 생태학자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라니 경이롭다. 야생의 습지, 그 습지에 사는 식물, 곤충, 동물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이 군데군데 투영되어 있다. 마음으로 자연과 교감하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얘기다. 그 습지에서 홀로 생존해 나가며 사랑에 빠지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의 결의 묘사력도 놀랍다. 같은 십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떠올리 수 없는 그 날카로운 떨리는 욕망과 열정들이 생생하다. 사랑에 빠지고 배신 당하고 그럼에도 다시 자생력을 잃지 않는 그 생의 근원적 에너지는 대자연과의 공명과도 통할 것이다. 늪지의 소녀 카야의 바다, 새, 식물들과의 대화가 뭉클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일상을 꾸려 나가며 저도 모르게 환경에 가하는 수많은 해악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를 낳고 우리를 살게 하고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그곳에 정작 제대로 된 관심이나 애정을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도. 


카야가 연루되는 살인 사건의 법정 드라마도 흥미롭다. 성장소설이자 법정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생태주의 소설이다. 소년과 소녀가 가만히 서로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여운이 긴 이야기다. 그 사랑이 그녀를 아프게도 하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내친 세상과 화해하고 공존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친구가 하늘나라에 갔다. 마지막으로 했던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그 시간을 아무리 되돌리려 해도 불가능하다. 이제 그 친구가 없는 세상에 산다. 문득문득 그 친구의 미소가 그 친구가 나에게 쳤던 귀여운 장난들이 떠올라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나와 그 친구가 함께 했던 추억의 한 조각도 같이 빠져나갔다. 그 조각은 나에게 속했던 것이니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이전의 세상 속의 내가 아니다. 자연으로 그 친구가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라 위로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프다. 카야가 작은 위로가 되었다. 이 세상보다 더 큰 차원의 대자연으로 그 영혼이 돌아간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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