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자연사라는 책을 보고, 사고 싶어 했으나 영어책이라는 것을 알고 자제하기로 맘을 먹었다. 헌책방에서 싸게 사서 읽으면 된다 생각해서. 그런데 책장에 떡하니 꽂혀 있길래 (삼돌이의 것) 공짜라고 좋아하면서 헬렐레 책을 펼쳤더니 이 화려하고 복잡한 형용사와 부사의 향연이여~~~ @.@ 사전을 뒤적여가며 읽다가 즐거운 책을 두통과 함께 읽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해서 독서를 중단했다. 아무래도 감각에 대한 글은 모국어로 읽어야 즐거움이 온전하고 내용도 팍팍 전달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개인적으로 볼 떄 한국판이 더 멋있는 것 같다.
집에 있는 것이 헌 책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 물론. ^^;;;
이 책을 조금 읽다가 사전을 내팽게치고 대신 집어든 책은,
비슷한 제목의, 혹은 제목만 비슷한 <넌센스의 자연사>!
The Natural History of Nonsense
by Bergen Evans
20세기 초까지도 가열차게 논쟁되던 엉뚱한 주장들을 묶어놓은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이를테면 아담과 이브에겐 배꼽이 있는가? 아담은 하나님이 빚었고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왔으니 탯줄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 터, 그래서 많은 종교인들은 아담과 이브의 아름다운 나체에 배꼽을 그려넣는 것을 신성모독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만약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에게 배꼽을 주었다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을 부여한 셈이라 되려 신성의 완전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데! 어떤 현학자는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에게 배꼽을 준 것은 그럼으로써 신앙 대신 이성을 택할 인간들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단다. 그러나 이 설 역시 왜 완전하고 선한 하느님이 인간을 시험하겠냐라는 반박에 부닥쳤다고 한다. ㅎㅎ 불쌍한 현학자,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다. ^ ^
마찬가지로 지구가 둥글다면 어떻게 인간들이 땅을 그러쥘 발톱 손톱도 없이 땅에서 안 떨어지고 살 수 있냐는 반론이 끈질기게 제기되었다거나,욕조의 대량도입으로 인해 건강이 증진되고 질병발생률이 떨어졌다는 신화 (우리나라에도 대중묙욕탕이 도입되면서 건강이 증진되고 질병발생률이 떨어졌다는 설이 있지 않을까?), 우산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발명품이며 처음 우산을 쓰고 다닌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조소를 받았다는 대중 사이에 널리 퍼진 착각, 등등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감각의 자연사를 읽으려다가 넌센스의 자연사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나도 우아한 독서를 하고 싶은데... 오늘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좀 힘들다. (이게 무슨 소리람!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