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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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나는 어렸다.

내가 직접 저지른 장면은 없었지만 나는 살인을 하였고(모르는 남자가 죽어있었다. 누구지?), 경찰이 왔는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어린 나는 미숙하였고, 빼지도 박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서 정말 미치겠다는 느낌뿐이었다. 내 인생,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일어나서 내내 찝찝하고 짜증났다. 왜 그 꿈을 꾸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책 때문이었다. 자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잤던 것이다.

폭력아빠, 그 아빠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간 엄마, 폭력아빠 밑에 방치된 아이. 가슴이 아팠다. 어쩔 수 없이 끼게 된 도둑질, 그리고 나중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하는 도둑질, 그리고 현장에서 아이를 딱 잡은... 주인아저씨.

나를 더 견디지 못하게 했던 건, 이 이야기가 단순히 동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학교에 새로 오게 된 한 아이...

아빠의 폭력을 피해 다른 도시에서 몇날 며칠을 여기까지 맨발로 걸어서 왔단다. 엄마와 함께.

멀쩡해 보이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아빠란다.

(이럴 때 대부분, 가난에 쫓기다가 아이라도 잘 키우자는 생각에 엄마는 다시 그 아빠 밑으로 들어간다는 얘길 듣는 순간, 나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

또 다른 아이,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가장의 개념이 없어서, 몇 달 동안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았단다. 결국 사회복지사가 고아원에 데려다주었고, 이제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이제 겨우 열살인데...

그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악몽에 잠을 깬 것이다.

내가 꿈 속에서 죽였던 그 남자는... 아마 그 아이의 아빠였던 것 같다. 현실 상황이 되어도...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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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아픈 내용일 것 같아요. 참지 말고 아프고 속상한 곳 있으면 울어도 괜찮다고.. 울면 다 받아줄 어른이 있어야할 것 같아요. 호랑녀님이 그런 선생님이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