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늦둥이의 O자형 다리가 걱정이 되어서 한 종합병원의 재활의학과에 갔습니다. 무지하게 겁을 주더군요. 성장점을 제대로 누르지 못해 안 자랄 수 있다, 나중에 근육이 제대로 발달을 안하고, 그러면 아이가 움직이기 싫어하게 되니 비만도 초래할 수 있고...
그래서... 2백만원 가까이 되는 교정기를 차야 한다는 겁니다. 포레스트검프가 어릴 때 차던 것과 비슷하게 생겼지요. 차야 하면 차는데... 거기에만 물어보긴 좀 그래서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 친구 중 하나가 서울의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더군요. 그래서... 가기로 하고 예약했습니다. 친구에게 미리 전화했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이의 상태, 내가 걱정하는 부분, 그리고 미리 아이 다리 사진도 보냈습니다. 이왕 가는김에 큰놈도 함께 예약했어요. 그놈도 안짱다리여서 일단 함께 검사받아보자 생각했죠.
일주일에 딱 한나절 환자보더군요. 그 한나절을 예약하려니 시간도 제 맘대로 안 됩니다. 아이 학원시간 옮기고, 막내는 어린이집에 몇시까지 데릴러가기로 약속해두고, 제 스케줄도 조절하고... 나름대로 바빴습니다.
그런데 오늘아침 전화가 왔네요. 과장님이 부친상을 당하셔서 오늘 환자를 못보신다나요. 깜짝 놀랐습니다. 제 친구 아버님, 저도 아는 분이거든요. 그런데 제 친구가 부친상을 당한 게 아니라 과장님이 부친상을 당하셨대요. 그런데 왜 후배교수가 환자를 못보느냐구요. 일주일에 한나절이더만...
아는 의사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이라도 좀 할랬더니... 이런 일이 줄고는 있지만 아직도 비일비재더만요.
어떤 과장님은 자기 이사하는데 이사나가는집, 이사들어갈집 청소를 레지던트 동원해서 시키지 않나, 또 어떤 원장님은 자기 남편 회갑이라고 레지던트들을 동원해 회갑연 뒤치닥거리를 시키지 않나...
세상에나...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요? 병원 게시판에 항의하자니 혹시라도 친구에게 누가 될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병원 밖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나 황당하게 보이는지 좀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괜히 알라딘에서 하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