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교육]에 실린 대담이 화제였던가 보다. 드문드문 뛰어넘으며, 짜집기한 것이 맥락상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겠으나, 일부를 옮겨본다. 주요 논지는, 아이들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기존의 지식권력 구조를 바꾸지 못한 것이 참교육 담론을 멈춰서게 했다는 것, 공공성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 변화된 아이들에게 맞게 지식의 목적을 주고, 새롭게 지식을 구성하고, 지식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여, 학교교육의 체계를 새롭게 짜야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 시기에는 이것이 대정부 투쟁식의 교육운동보다 더욱 시급한 것이다라는 점이 아닌가 한다. 이에 대한 비판의 글 역시 나옴직 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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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급속한 사회의 변화는 곧 아이들의 변화로 나타났지요. 교육이란게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건데 아이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읽어내는 것에서 막힌 겁니다. 사실상 이 지점에서 참교육 담론은 멈춰섰다고 볼 수 있어요....결국, 근본적인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니까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이해관계로 가 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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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아이들의 변화가 굉장히 심각해서 당장에 교사들이 감당이 안되는 판인데, 이런 심각한 문제를 다룬 교육학 논문이 단 한편도 없다는 건, 교육과 관련된 기존의 지식권력 구조에 개혁이 너무나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솟아오르는 아이들의 변화를 끌어안고, 기존의 지식권력 구조를 변화시키는 개혁을 전교조 같은 데서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에 했어야 하는데 못한 거죠. 10년간의 공백이 굉장히 아쉬운 겁니다."
박복선: "...공공성이란 개념도 새롭게 바뀌어야 합니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지금 교육운동에서의 공공성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운영하는 학교교육 체제를 공공성 그 자체로 보는 거죠..."
김진경: "...국민이 국가에 교육권을 위임했다, 국가가 그 교육권을 행사한다는 식의 권위적인 형태를 계속 공공성이라고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헷갈려해요...기존의 논의를 넘어서려면 근대 산업사회형의 교육관 개념이 지금의 변화된 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국민이 국가에 교육권을 위임해서 형성된 공공성 개념을 넘어서야지요."
박복선: "방금 말씀하신 부분이 교육운동 전체에 대한 고민 같기도 해요. 예컨대 처음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이야기가 나올 때도 아직 우리는 모더니즘도 달성하지 못했는데 무슨 포스트모던이냐 하는 식의 단계론적 인식이 운동 진영에서 나왔거든요. 그리고 교육부문에서 시장 논리가 나오니까 국가권력을 통해서 그것을 제어하려는 생각이 강했어요. 교육운동하는 사람들의 그런 발상이 가져온 결과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데, 그런 것 가지고는 답이 안나온다는 게 문제지요. 기존의 것을 넘어서는 그림을 적극적으로 그려 내지 않으면 교사운동이나 교육운동이나 정말 할 일이 없어지는 겁니다. 저는 기존의 습성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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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공공성이란게 결국은 아이들을 위한 공공성이어야 되는데 그게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 교사들이 자꾸 공공성 지키자고 주장을 하면 자기 이해관계를 주장하는 것밖에 안돼요. 아이들을 위한 공공성이 철저하게 허구화되고 무너져 버렸는데 이것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해 나가면 교사들의 지위도 거기서 보장받는 거거든요."
박복선: "교과모임도 교사운동이 가지고 있는 비슷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교과가 가지고 있던 자유 교양인 양성, 필수 소양으로서의 교과 이런 게 그동안의 교과를 떠받쳐 주고 있던 근거인데 이런 부분 역시 재개념화되어야 되겠죠. 교과모임의 최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대안교과서 같은 것도 결국 기존의 교과관이나 운동관에서 나온 것이죠."...
김진경: "지금까지는 학교교육에서 지식 전수 기능이 굉장히 핵심적인 기능이었는데, 이것이 근본적인 위기가 맞닥뜨렸어요. 학교 지식에 대한 태도나 인식이 우리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그러니까 지금 학교의 가장 근본적인 위기는 아이들에게서 지식 전수의 목적이 사라진 데 있는 거죠...기존의 틀이 깨졌으면 이제 변화된 아이들에게 맞게 지식의 목적을 주고, 새롭게 지식을 구성하고, 지식을 만드는 방법도 모색해야 하는 거죠. 요즘 많은 아이들은 마니아적인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들의 마니아적 기질에 지식에 대한 욕구와 적극성을 어떻게 연결시켜주느냐 하는 게 학교교육 체계를 새롭게 짜가는 데 핵심적인 지점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로를 중요시하고, 조기에 자기 진로를 탐색할 수 있게 학교에서 지도하는 게 굉장히 필요한 거겠죠. 진로교육이라는 고민 하에 학교교육과정이 전반적으로 다시 짜여야 하고, 국가수준에서 그런 고민이 이루어져야 되겠지요. 그리고 지역마다 아이들이 놓여져 있는 삶의 조건이나 학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맥락이 전혀 다르니까 그런 부분도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교사에게 교재 재편성권이나 평가 권한을 적극적으로 줘야겠지요."
박복선: "지금 말씀하신 게 핵심이고, 오늘 논의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교육은 결국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에서 시작해야 할 거에요.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아이들의 학습 동기를 어떻게 형성시킬 건가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아이가 잘하고, 하고 싶은 것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되는 거죠. 그렇게 하면서 조금 더 진지하고, 조금 더 깊이 있는 학습을 해 나갈 수 있는 통로를 계속해서 만들어주고 디자인해야 되겠죠.......그리고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개혁이 계속해서 실패했고 한계가 드러났다고 인정한다면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에너지를 조직해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해요. 사실 그 역할은 교육운동이 해야 하는 거죠. 교사운동이 맡아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기도 한 거고요. 대정부 투쟁 식의 교육운동도 필요한 시기에는 꼭 해야 하겠지만, 교사들의 삶의 에너지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이끌어 내는 데 맞춰지도록 큰 물줄기를 돌릴 필요는 있어요. 그게 아마 지금 시기 교사운동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우리교육] 2005.02. 대담_김진경, 박복선, "교육운동,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