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정치는 매우 보수적인 이념적 범위 안에서 기존의 정치행태를 지속함으로써 사회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정치계급(political class)의 쟁투장에 가까운 것이 되고 말았다."  "이들 사이의 쟁투가 한국사회의 중심적 문제를 둘러싼 이념적,정책적 함의를 갖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누가보더라도 그것은 국가권력의 장악 그 자체에 몰두하는, 사회의 근본적 이슈와 괴리된 권력투쟁 이상은 아니다."  "사회의 중요한 갈등과 균열은 전국화,사회화되지 못하고 배제된 채 정당간 경쟁은 권력획득을 둘러싼 생사투쟁처럼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정치 엘리트들간에 보이지 않는 이익의 공모가 존재한다."

여기서 정치계급은 "대의민주주의하에서도 당원과 지지자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통치하는 소수 정치 엘리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정치사회학자 모스카(G.Mosca)가 사용한 개념이라 한다.

"한 사회가 이념적으로 자유롭지 못할 때, 냉전반공주의가 여전히 지배적인 정치언어로 기능하고 있을 때, 민주주의는 그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합의 형성의 기제가 되기는커녕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 사회의 기득구조와 특권체제를 정당화는 정치적 기제에 머무르게 된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더욱 퇴보하게 된 원인을 들라면 나는 민주화 이후 15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전반공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으로 지속되고 매우 협애한 이념적 대표체제에서 보수독점의 정치구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냉전반공주의가 지배하는 보수독점의 정치적 대표체제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결과는 무수히 많다. 직접적으로 그것은 서민과 노동계급의 이익 및 요구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지속시킨다."  "따라서 노동의 이익과 관점을 정치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곧 한 사회가 사회통합, 사회복지, 정의의 실현 등의 공공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경쟁적 이념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세력의 역할을 배제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공고화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개혁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득권 세력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제나 민주화에 격렬하게 저항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문제는 변화에 저항하는 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민주 세력이 보여준 무능력에 있다."

"민주주의의 정치적 틀에 조응하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없다면 한 사회에서 시장의 부정적 역할을 제어할 힘은 없다. 효율성을 중심 원리로 하는 시장은 "한 사회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하위 체제의 하나일 뿐이며, 그것이 전 사회의 운영원리가 될 수는 없다."

"시민사회의 보수적 부문에서 말하는 자유주의는 권위주의 하에서 성장한 자신들의 특수 이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왜곡되었다."   "다른 가치와 이념의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냉전반공 이데올로기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가치와 병립하기 어렵다."

"요컨대 한국에서 자유주의는 보수세력에 의해 오염되고 비판적 운동 세력에 의해 버림받았다."

자유주의에 내재되어 있는 내용들을 세 측면에서 재조명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이해, p. 225

"사적 자유와 권리로부터 국가의 기능을 도출하고 공적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자유주의라고 한다면, 공화주의는 공익을 우선시하면서 사익이 공적 영역을 침해하면 정치가 부패하고 공공선이 훼손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주의가 경쟁의 논리를 강조한다면, 공화주의는 참여의 윤리를 강조한다. 경쟁과 참여는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축이라 할 수 있다. "p. 227

"...공화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틀 속에서 분명한 제도적 함의와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또한 공화주의의 원리는 사회의 특수 이익들이 사회에서 큰 역할과 영향력을 갖는 만큼 책임성과 공공성을 가져야할 것을 요구한다.......다시말해 사익은 공익을 대표하는 국가의 제약하에 놓이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에서 운동이 추구했던 평등하고 사회정의가 실현된 공동체의 건설은 루소적 '일반의지'에 상응하는 공화주의적 이념과 상통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과정에서 강하게 작용했던 로맨티시즘, 집단주의적 충동, 도덕주의, 정서, 열정 또한 공화주의와 상응하는 것이 많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