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물은 총체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학벌주의가 문제의 핵심이지요. 이를 해결하는 데는 상·중·하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상책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학력과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거겠죠. 하지만 이건 너무 먼 이야기라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긴 힘들죠. 중책은 학벌사회를 능력사회로라도 바꾸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지금은 대학 입학 성적으로 졸업이 보장되고 봉건시대 신분 증명처럼 평생을 따라다니죠. 단 한번의 시험으로 개인의 운명이 좌우되니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어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기된 게 대학평준화, 국립대통합네트워크죠. 마지막으로 하책은 현재 대학 서열은 그대로 두되 고교평준화를 통해 내신성적으로 입학생을 뽑는 방법입니다. 이 세 가지 방법 가운데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건 두 번째 중책이라고 봅니다...."
김: "국립대통합네트워크라는 발상은 고등교육을 실패가 뻔히 예견되는 사회주의적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거라고 봐요. 현재 가혹한 입시경쟁은 대학간의 경쟁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예요. 입시경쟁과 대학간 경쟁의 강도는 반비례하죠. 대학 경쟁이 치열해지면 학생을 고객으로 대할 거예요. 대학의 경쟁력은 경쟁 체제에서만 나옵니다. 우리는 고착된 서열 때문에 대학간 경쟁 체제가 조성되지 않았어요. ...."
정: "...대학평준화는 모든 대학을 똑같이 만들겠다는 게 아니에요. 대학의 물질적 조건과 입학생을 평준화하자는 거죠. 이게 학생, 교수 등 대학 주체들 간의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봐요. 국립대학 체제에 대해 모든 것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프랑스, 독일은 국립대학 체제이지만 국가가 간섭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우리나라의 사립대학에서 이사장의 전횡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죠. 대학이 국립인가 사립인가 하는 문제는 대학이 어떻게 운영되는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죠."
김: "결국 국가의 구실에 대한 시각 차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는 가능한 한 사립대도 네트워크에 편입하게 해 국가 관리를 강화하자는 것 아닙니까? 저는 거꾸로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과도하게 국가가 관리하기 때문이고 국가가 손을 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개선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공정한 경쟁의 장만 마련해 달라는 거죠. 어느 것이 더 쉽겠습니까? 대학평준화와 같은 포괄적 국가 관리 체제의 도입은 우리 사회에서 추동력을 끌어내기 힘들어요."
전문은 오늘 자 한겨레 [토론과 논쟁]으로
http://www.hani.co.kr/section-001065000/2004/12/0010650002004120705190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