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의 생각
서준식 지음 / 야간비행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여러 주제글로 엮인 칼럼집을 읽은 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지금의 현실과 관련된 대목들일 것이다. 한 시점에서 적절한 시대적 발언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지체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듯 하여 씁쓸함이 느껴진다. 글쓴이의 삶 자체가 바로 한국현대사의 한 단면이니, 이 책의 가치를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이 암담한 시대. 도덕적 우위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라는 자신 있는 언명은 바로 그 자신이 그런 “도덕적 우위”를 지녔기 때문에 더욱 힘을 지닌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그의 책이 단지 “소비되는 것”으로 만족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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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몇 가지 기억해두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 둔다.

우선, “‘계급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사회구조의 문제에 육박하지 않고, 인권이 구현되는 세상으로의 ‘초월’이나 변혁을 꿈꾸지 않고 그리고 조국 통일에의 소망을 품지 않고서 어떻게 ‘보편적으로’ 인권을 구현시키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곧, “계급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인권이론은 사이비 보편주의일 수밖에 없다”는 그의 인권이해이다. “원래 한 사회의 인권 상황에는 당대 지배계급의 지배의지가 그대로 반영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포르노?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어차피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캐서린 A. 매키넌의 말을 빌려 그가 한 답이다. ‘평등’이 현실이 아닌 단지 말뿐인 사회에 머물러 있는 한 포르노는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평등이 현실이며 ‘말뿐’이 아닌 사회에서는 인종적, 성적 공격이나 성적 비방의 말은 의미가 없는 말이 될 것이다. 인간과 물질과의 성행위, 인간과 종이 쪼가리와의 성행위, 현실 세계의 남자와 비현실 세계의 여자와의 성행위는 사람들의 성적 흥분을 싸늘하게 식혀 버릴 것이다.”(캐서린 A. 매키넌)

셋째, “이제부터라도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의 중심에 ‘남북’의 관점이 아닌 철저한 ‘인권’의 관점을 세워야 한다고 믿는다. 국가보안법이 ‘북한의 존재’ 때문에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애당초부터 국가보안법의 본질은 ‘북의 위협’을 빙자한 남한 내 진보세력과 민중에 대한 억압이었다. 굳이 말한다면 우리는 북한과 화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쪽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당하고 있는 이 암담한 인권침해를 분쇄하기 위해서 보안법을 철폐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상호주의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

넷째, 우리 국가의 꺼림 직한 기억 그것은 다름 아닌,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인간의 권리일 것이다. 이에 “국가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독점하고 그 중 ‘유익’한 기억은 열심히 광을 내는 한편 꺼림 직한 기억은 집요하게 말살하려 한다.”

끝으로, 유엔 “어린이 권리조약”을 “널리 알리는 일”의 중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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