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국가 그리고 시장
조프 위티 외 지음, 이병곤 외 옮김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교육 행위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평가 기능에 대한 통제권을 여전히 쥔 채 나머지만을 넘겨주는 것으로 진행되는 표면적인 권한이양(한 예로, 학교는 예산 집행과 행정에 관한 새로운 책임을 떠안을 수 있게 되면서도 다른 영역, 특히 교육과정과 관련된 고유 영역을 잃어버린다)과 선택기회의 확대 정책은, 실패의 책임을 권한이양된 단위학교나 개인에게 부과하고(능력부족으로 환원하는), 자율성을 침해하는 새로운 유형의 통제책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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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을 토대로 덧붙이면, 이는 국가통제와 시장 기능의 역설적인 결합, 곧 ‘평가적 국가’(evaluative state)와 ‘의사 시장’의 결합이 가져온 결과이다.
교육의 결과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교육과정의 출현은 새로운 평가 문화를 이끌면서, 공교육의 모델을 전통적인 학업성취 중심으로 확고하게 고정시키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전통적ㆍ관료주의적 통제로부터 목표와 목적을 설정하는 법적인 ‘틀’을 통한 통제로 변화를 이룬 것이다.
수행 성과의 표준화된 지표들을 개발하여, 정부가 이것을 ‘교육 결과물’로 감시하고, 학부모들에겐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분명하게 가름으로써(평가를 토대로) 정부는 학교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되고, 언론매체들은 이를 승인하고 공표한다. 이에 우수학생 선발하기를 통해 성공한 각 학교들은 교육시장 안에서 지위를 공고히 하는 상황을 전개한다. ‘학교교육의 상품화’라는 명백한 흐름 속에서 문제의 초점은 학교가 학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는 학생이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추어진다. 이처럼 우수학생 선발이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윤 회수를 가져올 수 있는 고객 선호를 초래함으로써, 교육 공급자들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고객을 차별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학교가 일종의 돈 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학업 향상보다는 최고 점수에 의해 최고 학교가 가려지고, 앞으로 그것에 실패한 학교의 운명을 예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개혁 정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것이며, 책의 다음 구절을 하나의 결론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교육개혁의 모습은 변화라기보다는 연속성의 일환이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의 참여라는 측면에서 보면, 교육에서의 자율경영은 전반적으로, 그리고 각 나라의 상황과 관계없이 일반 이해 당사자와 교육전문가 이해 당사자간의 권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실패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의사결정구조를 학교 차원으로 권한 이양한 정책은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지 못했으며, 학생의 학습 성과에도 별다른 차이를 가져오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한편 교사 업무의 성격은 크게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교장의 변화된 역할은 교장과 교사들간의 괴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학업 결과에 대한 관심 집중으로 인해 교육하는 과정보다는 교육받은 결과 측면에서 교육과정을 고쳐 만듦으로써 교육서비스와 목적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 아마도 가장 우려되는 바는 자율경영이 선택에 기반한 재정 메커니즘과 전반적인 교육의 시장화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교육체계 전반에 걸처 미치게 되는 효과에 관해 쏟아져 나오는 상반된 증거자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와 같은 정책들의 결합이 기존의 교육제도 속에서 가장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희생의 대가로 이미 잘 교육받아 온 사람들의 혜택 기회를 높이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pp214-215)“

현재 진행 중인 교육개혁의 속성을 간파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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