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공교육이 부실하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우리 한국인들이 공교육이 부실하다고 주장할 때,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학교가 학생들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인격체로 사고하고 행위하는 의지와 능력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또한 그들은 학교 교육이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가치나 규범을 제대로 전수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부실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에서의 교육을 따라갈 지적 능력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부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우리 한국인들은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공교육이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대학 입시에서 찾아야 한다.-152-153쪽
대학이 일사분란한 서열을 갖게 되면, 고등학교 교육은 처음부터 명문대 인기 학과 합격을 지향하고 추구하게 된다.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들은 그 자체로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많은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나은 대학의 조금이라도 나은 학과에 입학시킴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게 된다. 또 학생들 사이에 단 1점이라도 더 따기 위한 무한 경쟁이 생겨난다. 그리고 학교는 학교대로 학생들을 단 1점이라도 더 좋은 점수를 따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런 학교가 바로 이른바 명문 고등학교가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공교육의 부실이 발생한다... -153쪽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제공되는 학교 수업은 아무리 내용이 견실해도 불충분하고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서는 나와 너 사이에 하등의 차이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이 누구에게든지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공교육은 부실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한국의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이 홀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지, 교육의 방식과 내용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사교육이 등장하게 되는 사회심리학적 배경이 되는 것이다.
cf. 이상 지금의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불러올 상황과 연결지을 수도-153-154쪽
대학에서는 단 한두명밖에 수강생이 없더라도 칸트, 하이데거에 대한 강좌를, 성리학에 대한 강좌를 개설해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토론식과 논술식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대학 이외의 그 어떠한 사회문화적 조직이나 공간에 의해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대학은 굳이 존재할 근거나 의미가 없다. 역으로 만일 대학이 상품을 생산하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면 기업의 존재 근거와 의미는 퇴색하거나 없어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민 교양 수준의 강좌는 폐지해야 한다. 설령 수백명이 몰린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수백명이 몰린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대학 밖의 어디서 그런 강좌가 열리는지 홍보하는 포스터나 책자는 학생들을 위해 비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말이다. 대학생에게도 교양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추구할 곳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대학 밖 어딘가에!-162-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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