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까지도 나는 2천 원대의 도시가스 요금을 냈다.
가을이 가을 같지 않아서 보일러를 거의 틀지 않았고 온수를 쓰는 용도로만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주 부터는 확실히 추워졌다. 아니 그 전 며칠부터. 그래서 보일러를 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가장 약하게 틀었다. 기온이 뚝 떨어졌던 날에는 보일러를 틀어봤자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없었다. 가스비 아낀다고 피그렛 슬리퍼에 니트 가디건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제, 샤워를 하기 전 보일러를 조금 세게 틀었다. 샤워하고 나와서 한기를 느끼는게 싫어서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 편안하고 따뜻한 온기라니.. 너무 좋았다.
돈 몇 만원 아끼려고 이렇게 나는 포근함을 포기하려고 했구나 싶어서 오늘도 처음에는 약하게 돌리다가 얼마 전부터는 다시 온도를 올렸다. 그랬더니 제법 따뜻해져서 이제는 바닥이 뜨끈뜨끈하다. 잠들기 전에 다시 조금 낮춰놓고 자야지.
가스비가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건 뼈속까지 스며드는 냉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