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원고작업 하느라 물경 70장에 달하는 영어 페이퍼를 들여다 보며 최종적으로 원고 수정 및 보충을 하고 있다보니 머리가 좀 아프다. 진작에 영어 공부를 좀 더 해둘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소리.
생각해보니 나의 영어는 어린시절 엄마와 함께 마주 앉아 단어를 발음하고 테이프를 들었던 것에서 출발했다. 그 이후로는 지극히 평범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쩐 일인지 수능에서 영어가 전국 상위 2% 안에 들어가서 스스로도 좀 놀랐었다. 이전의 결과로 보자면 그정도까지 잘 본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여하간 그게 다고 대학교 들어가서부터는 그다지 영어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남들 다가는 연수도 가지 않았고 배낭여행 한 번 간적이 없었고.. 나중에 영어 공부좀 해야지 하고 학원 몇달 다니긴 했으나 뭐 그게 다였다. 다니다 말다 하니 실력도 그냥 뭐 지지부진. 그렇게 영어랑 담 쌓고 지내다가 취업을 하려고 보니 이게 참 곤란했다. 영어 인터뷰를 어떻게 대충 슬쩍 운좋게 낙방하지 않고 회사에 입사하긴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외국 회사에서 투자 받는 관계로 그들이 자주 찾아와서 온갖 회의를 열며 들들 볶아댄다. 독일 사람들이 몰려와 영어로 떠들고 사담은 독일어로 또 떠들고 하면 아주 정신이 없다. 하여 임원들은 영어 브리핑에 능숙해야 하고 직원들 모두 기본 실력이 있어야 하는고로..
그 이후에 나는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몇 달 나갔다. 이때는 나름대로 치열했던 것 같다. 못하면 밀려나는게 너무 당연하게 보였으므로 당창 코 앞에 영어를 써야 할 상황은 아니었으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 악물고 몇달 다니고 나자 완전 진이 빠져버렸다.
그리고 나서는 좀 슬슬.. 주말반 정도 다니다 힘들면 쉬고 말아버린지가 꽤 된것. 하니 내 영어실력이란 만일 뭔가 시험을 보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게 뻔한, 한마디로 제멋대로인 실력이다. 대충 학원 다니며 독학으로 익힌 실력이라 기둥뿌리도 없고 흔들거린다.
에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할지 계획이 안선다. 딱히 지금 뭔가 시험을 봐서 그 성적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인된 성적이 있으면 당연히 유리하겠지. 후아..
그나저나 저 징그러운 페이퍼는 오늘내일부로 끝내고 집어던지련다!
# 이번 출장에서 홍콩 출신 매니저랑 인터뷰 하는데 나 말고 동행 한명에 대해 그가 말하길, 미국식 악센트가 강하다고 했다. 동행은 그 말이 별로 기분 좋지 않았나보다. (이유는 납득안감) 뭐 그 동행은 좀 심하게 굴리는 발음이기는 하다.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몇개월씩 놀고 먹기도 했다지. (말이 좋아 공부지 뭐. ㅋㅋ)
하여 그 동행은 발끈한 모드로, 홍콩 매니저에게 내 발음에 대해 물었다. 매니저는 1초도 머뭇거림 없이 노멀.. 이라고 답하였다. 그 어떤 특별한 악센트도 없는 표준 발음이다라고.
하핫. 어쩐지 샘통이다 분위기가 되어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근데 당연하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어학연수 같은 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내가 악센트가 있을리가 없자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