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도, 황정민도.. 모두 내 취향의 배우가 아니다. 전주영화제에서 <죽어도 좋아>를  본 후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친적이 있는지라 감독에 대한 기대가 이 영화를 고른 전부인 셈이다. 하지만 들려오는 평을 듣자니 영화가 꽤 괜찮은것 같지는 않았다. 이래저래 결국 두 배우 모두에게 흥미가 없었기에 아마도 한참 지난 뒤에나 영화를 본 것 같다.

이 영화, 집에서 혼자 디비디로 본 것이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어찌나 울었던지, 엎어졌다가 앉았다가를 수도없이 반복했다. 와인 두 잔을 마시고 본, 그러니까 취기가 돌고 있는 상태에서 보았던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울리려는 영화에도 눈물을 아낌없이 흘려대는 내자신이 신기했다.

킹콩에 이어서 또 완벽한 남자 환타지다. 이런 젠장! 결론적으로 여자는 예쁘면 장땡이고 남자는 한 여자를 끝까지 지키고 사랑하면 최고다~ 라고나 할까?

황정민 같은 남자는 십만 명 중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할텐데. 어쩌란거야. 영화가 끝나고 나서 눈물도 멎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공연히 화를 냈다. -_-;;;

시골에서 농사를 하는 황정민, 빈티가 나지만 결코 가난하지는 않다. 이런저런 위급한 순간에 제법 목돈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울러 한국남자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인 자기 가족에 대한 구속에서도 자유롭다. 그는 늙은 노모나 형 대신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선택하는 남자다.

죽을때까지 책임 진다.. 는 비뚤어진 글씨체로 투박하게 적은 그 각서. 책임진다는 말에 먹여 살린다.. 는 의미보다는 감정에 대한 책임이라는 뜻이 담겨 있겠지. 내가 가진 감정, 그리고 내가 갖게 만든 감정에 대한 책임. 흔한 농담 마냥.. 오빠 나 책임질거지? 응.. 오빠만 믿어.. 이런 대화속에서도 사실은 저 책임.. 이란 말이 같은 의미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같은 의미이기를 바라는..

영화 구성에 대해서는 아쉬운게 많다. 전도연의 과거에 대한 것들은 내가 보기에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저렇게 할 이유가 있나 싶은것들. 베드신에 대한 실망. 리얼리티를 살린다고 보기에는 불편한 장면들이었다. 이건 <죽어도 좋아>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 아닌가. 조금은 더 예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깍두기 2006-01-0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는 예쁘면 장땡이고 남자는 한 여자를 끝까지 지키고 사랑하면 최고다~
===== 흐흐흐흐^^ 근데 십만명에 한 명도 없을 것 같은데요^^

마늘빵 2006-01-0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나도 황정민 같은 남자가 될 자신이 없다에 한표. 혹시 정말 완전 이 여자 아니면 죽고 못살아 할 정도의 女가 나타난다면 모를까. 아직까지는.

이리스 2006-01-0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 사실, 백만 명 혹은 천만 명 중에 한 명이라고 쓰려다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ㅎㅎ
아프군 / 인생을 걸만한,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사랑을 만나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 ^^;

진주 2006-01-0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끝나고 나서 눈물도 멎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공연히 화를 냈다. -_-;;;"
낡은구두님, 너무 귀여워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6-01-09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그런남자 없다고 봐야해요 ㅠㅠ

이리스 2006-01-0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으흣.. 귀.. 귀엽군요.. 제가.. ^^
하늘바람님 /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