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 있었다. 회사다니면 연례행사로 하게되는 그... 그것 말이다.
작년 11월에 했으니 얼추 1년 만이다.
그때 당시 내 간에는 약 3mm 정도의 물혹이 있었다. 검사한 사람 말에 의하면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정 염려된다면 한 6개월 후 따로 병원에 가서 검진받으라고 했다. 나는 쉬면 낫겠지 싶어서 크게 신경쓰고 지내지 않았고 솔직히 말해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러다 검진을 받으라는 이메일을 받고 나서야 문득 그 생각이 났다.
물혹이 사라졌을거라는 기대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근간의 내 업무 형태를 보아 피로가 풀렸을 가망은 거의 제로였다. 아니나 다를까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나는 내 혹이 두배가 넘게 커져버린 것을 보게 되었다. 이런 제기랄!!!
토끼 (나 토끼띠다)간이 맛이 가버린 것이다. 아, 가여운 내 간. 혹이 커져버렸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기분이 무척 더러워졌고 곧바로 우울해졌으며 슬펐다. 죽어라 일하다가 간에 혹이나 생기고 이게 인생이 왜 이런 지랄일까 싶었다. 검진 받는 곳은 전문적으로 회사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하는 곳이라 대체로 무성의했다. 이번에도 역시 별로 신경쓸 필요 없다며 물혹이니까.. 하면서 명확한 말을 안해줬다.
종합병원에 가봐야 하나? 우울해서 검진센터를 나와 홀로 회전초밥집에 가서 몇 접시 비웠다. 잘 먹어야지. 닥치는대로 퍼먹지 말고 영양가 있고 건강 증진에 도움될만한 애로 골라 먹어야지 싶어서 접시에 손이 갈때도 그런걸 고려하다가 또 순간 울컥 눈물이 나올뻔 했다. 뜨거운 된장국물 마셔가며 간신히 진정.
내 몸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미안해, 이따위 밖에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