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때, 내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야광색이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다. 나중에 나중에 하늘에 올라가서 보면 그동안 내가 걸어 다녔던 곳들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펼쳐질 것 아닌가. 내가 오래 살았던 서울이라면 동선들이 촘촘히 엉키다 못해 단정한 한 장의 카펫처럼 둥실 떠오를 것이다. 어두운 지구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내 발자국들을 본다면 나는 만리장성을 본 것보다 더 감격하지 않을까.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재봉틀에 비유한다면, 산책은 섬세한 손바느질이다. 그것도 기억의 바탕화면에 꼼꼼하고 단단하게 여행의 기억을 못박는 되박음질이다. -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