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색 에나멜 구두. 올 초 맞춘 구두다. 그리고 많이 신지 않아 아직 길이 덜 들었다.
오늘 이 구두를 신고 나섰던 나의 발은 지금 군데군데 살이 까지고 부어올라 처참한 상태다.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녔던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고약하게 나를 괴롭히며 서서히 길들여져 가는 구두도 있고
그저 무난하게 별탈없이 진짜 내 발에 편한 구두가 되어가는 것도 있다.
사실, 오늘 하루 내내 나는 발이 아플 때마다 지금 신고 있는 구두를 확 어디다 갖다 버리고 싶었다. 걸을 때 찢어진 살갗 사이로 딱딱한 구두가 파고들 때는 너무 아파서 아예 이 발을 다 잘라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포기하긴 싫다. 언젠가 나는 저 에나멜 구두를 낡은구두로 만들것이다.
한 5일전에 터지고 찢어진 입술은 좀처럼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입의 맨 가장자리에 떡 하니 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점점 입안의 헌 부분과 바깥의 찢어진 부분이 서로 친해져간다. 그들이 사이가 좋아질수록 나의 고통은 더 심해진다.
오늘은 비타민 씨 한 알 삼키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