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색 에나멜 구두. 올 초 맞춘 구두다. 그리고 많이 신지 않아 아직 길이 덜 들었다.

오늘 이 구두를 신고 나섰던 나의 발은 지금 군데군데 살이 까지고 부어올라 처참한 상태다.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녔던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고약하게 나를 괴롭히며 서서히 길들여져 가는 구두도 있고

그저 무난하게 별탈없이 진짜 내 발에 편한 구두가 되어가는 것도 있다.

사실, 오늘 하루 내내 나는 발이 아플 때마다 지금 신고 있는 구두를 확 어디다 갖다 버리고 싶었다. 걸을 때 찢어진 살갗 사이로 딱딱한 구두가 파고들 때는 너무 아파서 아예 이 발을 다 잘라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포기하긴 싫다. 언젠가 나는 저 에나멜 구두를 낡은구두로 만들것이다.

한 5일전에 터지고 찢어진 입술은 좀처럼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입의 맨 가장자리에 떡 하니 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점점 입안의 헌 부분과 바깥의 찢어진 부분이 서로 친해져간다. 그들이 사이가 좋아질수록 나의 고통은 더 심해진다.

오늘은 비타민 씨 한 알 삼키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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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5-10-2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아색 에나멜 구두. 예쁠 것 같아요.
전 그냥 무난한 검은구두뿐이어서^-^;
내일은 오랜만에 구두를 신을 '예정'인데, 신은지 오래되서 발 아플 듯.

에나멜 구두. 꼭 낡은구두로 만드세요 ! ^-^ㅋ

이리스 2005-10-2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그래야죠.^^

진주 2005-10-2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엔 새 구두를 일부러 신고 다녀서 길들여 주는 직업도 있다죠^^

날개 2005-10-2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낡은구두님의 저 행동은 나 젊었을때 하던 행동 그대로군요..^^ 오기로 구두 길들이기를....ㅎㅎ (이 나이엔 죽어도 못합니다..ㅋㅋ)

이리스 2005-10-2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오호, 그런 직업이 있군요. 하지만 저는 남의 발에 길들여진 구두눈 별로.. -.,-
날개님 / 아, 그럼 이게 바로 젊음의 객기! 이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