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별이 다섯 개 밖에 없는 건가요?

맛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라면은 금방 끓여서 꼬들꼬들할 때 퍼지기 전에 먹어야 제 맛이고, 리뷰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아직도 제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써야 제 맛이다.그리고 나같은 사람은 다른 분들의 리뷰가 줄줄이 달리기 전에 재빨리 써야만 그나마 리뷰 하나 늘릴 수 있다. 이 때 누가, 몇 사람이 리뷰를 올렸는지 절대로 확인하지 않는 뻔뻔함은 필수다.

(자자, 서론이 길다. 어여쓰고 튀어야지 지우개~ 니가 이러는 순간에도 남들이 리뷰를 쓸 지도 모른다니까.)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재미있다. 좀 더 진부하게 표현하면 정말로 재미있다. 더 진부하게 표현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무지무지 재미있다.

나의 무식한 표현에 짜증나신다면 책의 날개에 나와 있는 소갯말을 참고하시라~

...도박과 내기에 대한 집착, 속고 속이는 의뭉한 술수 등 인간사의 미묘한 국면을 차근차근 밀도 높은 이야기로 조여붙이는 그의 솜씨는 마침내 절묘한 유머와 반전을 선사하는 바...

이제 내가 한 말이 이해되시겠지?

미장원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임 시간에 늦어서 바쁘다던 그 아줌마. 순서를 양보해 달라며 부탁해 줘서 어찌나 고마왔는지~ 눈은 책에 붙들어 매 놓고 제발 그러시라고 대답해 줬다.

달의 이야기를 듣는 건 손가락을 건 도박이라는 옮긴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정말 그의 입담에 휘말리면 새끼 손가락을 하나 내놔야 할지도(남쪽 남자) 모른다. 시간이 늦어지는 걸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아내를 괴롭히던 남편(하늘로 가는 길),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 남자(항해 거리), 걸작을 지니고 사는 또 다른 남자(피부)는 달과의 내기에서 이겼을까?

촌사람 어리숙하게 보았던 목사(?)와(목사의 기쁨), 끝내주는 미각을 자랑하는 미식가는(맛)  어떻게 되었을까?

아름다운 여인과 보낸 하룻밤의 흥분에 가슴 떨리던 그 손님(손님),눈이 돌아갈만큼 멋진 그 물건을 완벽하게 차지하려고 잔머리를 쓰던 그 아줌마(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는 또 어떻게 되었을까?

에드워드(정복왕 에드워드)쯤 되어야 달의 저녁 초대에 가서도 손가락을 부지할 수 있으려나?(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남들이 내기를 무사히 끝내는지 지켜보느라 나를 향해 걸어오는 그를 보지 못했다. 로알드 달이 다가와서 내기를 지켜본 값을 내란다.

별 하나에는 '목사의 기쁨과', 별 하나에는 '손님', 또 별 하나에는 '맛'. 별 하나엔 '항해거리' , 별 하나엔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아니 왜 별이 다섯 개 뿐이람 ? 별을 더 이상 줄 수 없다면 손가락이라도 내 놓으라며 로알드 달이 쫓아오고 있다. 나는 후다닥 도망이나 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