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6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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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좋아하는, 이라는 말이 좋아서 자꾸만 되뇌어 보게 된다. 성냥팔이 소녀가 어둠 속에서 성냥을 켜듯이 자꾸만 자꾸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만히 좋아하는 것들로 마음이 온통 환해지고 나는 그동안만큼은 따뜻해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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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반복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2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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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뒷부분에 해당하는 일본역사의 반복 문제나 일본 문학 비평은 거의 못 읽었다. 역자는 이 부분 안 읽으면 반쪽만 이해하는 거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일본 역사를 잘 모르니 어렵고 재미도 없는 거 같다. 다만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앞부분인데,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근대국가체제를 표상시스템(라캉식으로 말하면 상징계?)으로 보고 각각의 영역에서 화폐와 왕을 시스템의 구멍(존재의 무無, 실재계적 순간, 의식으로부터 배제되면서도 이 의식을 지탱하고 있는 실재의 한 조각)으로 상정하는 점이나, 월러스틴의 체계 순환의 역사에서 자본과 국가의 반복강박(억압된 것의 회귀)을 읽어내는 부분은 고진의 독창적인 관점인 것 같다.

이 책에서 고진은 경제와 정치 두 방면의 역사에서 각각 결핍(구멍)을 메우기 위한 신경증적 증상으로 공황과 보나파르티슴이 반복강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이미 맑스가 이를 포착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맑스의 저작 <자본론>과 <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을 각각 자본과 국가의 반복강박에 대한 분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월러스틴의 세계체계가 프로이트와 맑스를 만나면 무려 이런 얘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근대세계체계가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나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 반복강박적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고진의 말은 범상치 않게 들린다. 반복강박은 죽음충동의 표현이다. 생명충동이 근본적으로 통합과 더 큰 전체를 향해 움직여가는 어떤 구성적 힘이라면, 죽음충동은 그것을 파괴하고 해체하는 해체구성적 추동력이다. 죽음충동은 심리학적으로는 긴장을 증가시키지만(반복강박), 생물학적으로는 긴장을 감소시킨다(이화작용).

그렇다면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근대세계체계는 구조적 갈등과 긴장이 심화됨으로써 불쾌가 고조되어가는 체계이면서 동시에 유기체적으로는 점차 해체의 과정을 밟아나가는 체계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충동의 생물학적 최종단계는 그동안의 갈등과 긴장이 풀리고 휴식과 영면이 찾아오는 '열반' 상태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근대세계체계에 있어서는 바로 이 지점이 보드리야르가 말한 내파가 일어나는 지점이자 월러스틴이 전망하는 체계의 종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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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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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진국들에게 도의적인 각성을 촉구하면서 인도주의적 대안 몇 가지를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고 있는데, 그런 제안은 실현 가능성도 희박할 뿐더러 불필요한 사족 같다. 권력과 힘들의 작용으로 부단하게 운동하는 세계의 한 면을 학자적 시선으로 정치하게 분석하여 기술한 것으로 이 책은 이미 그 소임을 다 한 것 같고, 굳이 어설픈 도덕적 제스처로 온화한 결말을 꾸며내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난할 문제도 아니고 분개하고 항의할 문제도 아니다. 오로지 인식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차라리 이 책이 좀 더 마키아벨리 스타일로 씌어졌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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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지음 / 책벌레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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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중세 이후 유럽 풍속사라 해도 무방할 것 같고 크게는 근대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당혹스러운 점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본주의 역사가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을 무렵에 돌연 끝나버린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역사를 바로 알려줄 것 같은 책이지만 사실 이 책은 무려 1936년도에 씌어졌으며 저자는 1968년에 사망해서 더 이상 증보판도 안 나올 듯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무턱대고 본문부터 읽었다가는 제대로 낚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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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 국카스텐 [Re-recording Album]
국카스텐 (Guckkasten) 노래 / 미러볼뮤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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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승전결에 맞추어 트랙들이 마치 저마다 하나의 악장처럼 이어져 있는 것 같은 음반. 그래서 딱히 호불호를 가릴 수 없게 모든 트랙이 다 좋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국카스텐이 이 음반에서 보여주고 있는 여러가지 스타일이나 시도나 실험들이 EP앨범에 수록된 <붉은 밭>에 와서 절정에 달하고 있는 것 같다. 원곡과 어쿠스틱 버전 모두 듣고 있으면 그야말로 감전이 된다. 이 앨범 못지 않게 EP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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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1-07-0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EP가 더 낫다는 느낌이었습니다. CD는 LP나 테입과 달라 앞뒷면 없이 계속 플레이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수의 곡을 듣다보면 긴장감이 떨어지더군요. 전체를 이끌어가는 강한 내러티브가 있는 건 아닌 듯하니...투시디로 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기획력이 좀 아쉬운 앨범이죠. 곡들은 좋았습니다. 붉은밭 대단하죠^^
서광사 판 스피노자 에티카를 살까 가늠질하며 리뷰들을 보다 들렀습니다.^^

수양 2011-08-10 22: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2CD를 내도 괜찮았을텐데요... 붉은밭 듣고 있으면 정말, 마음 속에 붉은밭이 지평선까지 펼쳐져서 마구마구 이글대는(?) 기분이 들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