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의 상식 - 일년전쟁 모빌슈트 대사전 AK Hobby Book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먼 미래에 인류는 늘어난 인구와 환경오염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주 행성 곳곳에 콜로니를 건설하여 이주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변방의 콜로니였던 지온 공국이 지구 연방 정부를 상대로 독립을 요구하며 선전 포고를 감행하고, 이렇게 시작된 전쟁 기간 동안 통칭 모빌슈트라 불리는 병기들이 지구연방군과 지온군 양측에서 각각 만들어져 크고 작은 전투에 투입된다.

 

<건담의 상식>은 그 종류만 무려 135종에 달하는 모빌슈트 각각의 외형적 특장점과 성능 및 전투력을 비교 분석하고 주요 활약상을 소개한 책이다. 가히 로봇도감이라 해도 좋을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저마다 고유의 개성과 존재감을 자랑하는 모빌슈트들에 대한 은근한 애정이 샘솟으면서 전투에 얽힌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깊이 동화, 결과적으로 각혈을 무릅쓰고 프라모델을 수집해 나가는 건덕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가 있게 되기는 하지만서도

 

한편으로는 건담 프라모델의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3~5만 원 선이며 크게는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구나 모빌슈트가 총 135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때 가족 중 누군가가 건프라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태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야겠다는 결심을 품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다소 불온한 서적이라 할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바이크 정비법 Outdoor Books 14
다케우치 마사아키 지음, 최종호 옮김, 조윤형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로드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지난 일요일에는 잠실에서 출발하여 강줄기를 따라 팔당댐까지 찍고 돌아오기도. 팔당댐 인근의 초계국수집이라고 하는, 무슨 고속도록 휴게소 같이 생긴 대형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보아하니 이곳은 주말 자전거족들의 성지인 모양이었다. 쫄쫄이 바지들의 거대한 순례 행렬이 쉼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아직 초보인지라 갈 때는 보통 시속 20, 힘을 내면 30, 돌아올 때는 15 정도가 나온다. 비록 거북이 속도임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노라면 '인디언'이 된 기분이다.

 

인디언이 되었으면! 질주하는 말잔등에 잽싸게 올라타,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거듭거듭 짧게 전율해 봤으면. 마침내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박차가 없었으니까, 마침내는 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고삐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풀이 깎인 광야뿐일 때까지. 이미 말모가지도 말대가리도 없이. -카프카,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작은 일에도 마음이 소란할 때가 많아 예전부터 명상을 해보겠다고 동네 요가학원은 물론 계룡산 마음수련원, 안국선원, 해공명상센터, 제따와나선원 등 온갖 좋다는 곳은 여기저기 부단히도 기웃거려 봤지만 왜 이리도 명상만 했다 하면 주체할 수 없이 잠이 쏟아지는 것인지.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는 안 졸고도 명상에 잠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어서 신기하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온갖 번뇌 망상과 잡념으로부터 해방이 된다. 자빠지지 않으려면 매 순간 신체의 좌우 균형을 유지하며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므로 딴 생각을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오로지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자전거와 혼융일체가 된 채로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평온해져 온다. 자덕, 그러니까 자전거 덕후들은 이것을 일컬어 로드뽕이라 하더라. 정말이지 뽕맞는 기분이다. 이 상태로 팔당댐까지 질주하여 국수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돌아오는 것인데, 썩 괜찮은 하루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책은 명색이 나도 이제 로드바이크족이니 이런 책 한 권쯤은 소장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으로 구입하였으나 아무래도 잘 못 산 듯 싶다.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처지에서는 자전거를 정비할 일이 생기면 어줍잖게 이것저것 뜯어보다가 귀한 자전거 망쳐놓지 말고 그냥 순순히 자전거포에 가져가는 게 낫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문 문학과지성 시인선 302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이미용실

                                              김명인

 

늦은 귀가에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입구의 파리바게트 다음으로 조이미용실 불빛이
환하다 주인 홀로 바닥을
쓸거나 손님용 의자에 앉아 졸고 있어서
셔터로 가둬야 할 하루를 서성거리게 만드는
저 미용실은 어떤 손님이 예약했기에
짙은 분 냄새 같은 형광 불빛을 밤늦도록
매달아놓는가 늙은 사공 혼자서 꾸려나가는
저런 거룻배가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이
허술한 내 美의 척도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몇십 년 단골이더라도 저 집 고객은
용돈이 빠듯한 할머니들이거나
구구하게 소개되는 낯선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소문난 억척처럼
좁은 미용실을 꽉 채우던 예전의 수다와 같은
공기는 아직도 끊을 수 없는 연줄로 남아서
저 배는 변화무쌍한 유행을 머릿결로 타고 넘으며
갈 데까지 흘러갈 것이다 그동안
세헤라자데는 쉴 틈 없이 입술을 달싹이면서
얼마나 고단하게 인생을 노 저을 것인가
자꾸만 자라나는 머리카락으로는
나는 어떤 아름다움이 시대의 기준인지 어림할 수 없겠다
다만 거품을 넣을 때 잔뜩 부풀린 머리끝까지
하루의 피곤이 빼곡히 들어찼는지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저렇게 쏟아져 나오다가도
손바닥에 가로막히면 금방 풀이 죽어버리는
시간이라는 하품을 나는 보고 있다!

 

밤늦도록 불켜진 미용실은 짠하다. 꼭 조이미용실이 아니라도. 8년 쯤 전이겠다 나도 미놀타로 꼭 이런 미용실을 찍었었는데 뒤적뒤적 찾아보니 내가 찍은 우리 동네 미용실은 구찌미용실이로구나. 왜 밤늦도록 불켜진 미용실 상호는 조이 아니면 구찌인가. '변화무쌍한 유행을 머릿결로 타고 넘으며 갈 데까지 흘러'가 보기에는 그 상상력이 너무도 소박하여 자못 위태로운 상호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면 더 짠하다. 8년이 지난 지금 구찌미용실은 진즉에(당연히,라고 까지는 하지 않겠다) 망했고 미놀타 역시 급전을 마련하느라 팔아버린지 오래다. 하 수상하기도 하다 나도, 시간이라는 하품을 보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4-06-3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년 전에 '급전' 마련을 이유로 미놀타를 팔았다는 사연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들리네요.

수양 2014-06-30 18:02   좋아요 0 | URL
크 그닥... 영화 같지는 않았어요 ㅋㅋ
 
돌로레스 클레이본 - [할인행사]
테일러 핵포드 감독, 제니퍼 제이슨 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그렇군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6-28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8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에 대해 작정하고 고백할라치면 누구든 능히 책 몇 권씩은 나오지 않을까. (최승자 시인의 문장을 빌리면) 그러나 가족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무슨 말도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무슨 할 말도 없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도 가족은 여하튼 존재한다는 배짱 혹은 체념 혹은 위안에서가 아니라, 그러나 가족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책의 부제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의 비결은 특별한 게 아니다. 상대를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결핍과 상처부터 직시하고 보살필 것. 가족 사이의 갈등 역시 회피하지 말고 직면할 것.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할 것. 요는, 부단히 수행하라는 얘기였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가족도, 문제 같은 건 없다고 믿는 가족도,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홀로 지내는 사람도, 새로운 가족을 이제 막 꾸려보려는 사람도 읽어볼 만한 책이겠다.

 

*        

 

환상은 언제든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 때에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환상으로부터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가족의 인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즉 블라인드 스폿(blind spot)을 알고 있어야 한다. 블라인드 스폿은 원래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족 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즉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고 인정해야 한다. -p.58

 

어린 시절 불행한 가족관계를 재현하려는 귀향증후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어린 시절의 가족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경험한 감정에 용기 있게 직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 먼저 자신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자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고 힘들었는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이렇게 자신과 가족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나면 배우자의 선택과 만남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긴장에 좀 더 초연할 수 있다. -p.85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노력할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신의 삶이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착각인 경우가 종종 있다. 평온함 이면에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가족관계가 적지 않다. 분명히 무언가 있고 그 때문에 불안과 긴장이 항상 느껴지지만 함부로 표현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어떤 일이 가족 내에 존재할 때,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가족 비밀'이라고 말한다. (...) 왜 이런 가족의 비밀이 존재하는가? 가족 비밀은 현재의 가족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즉자적 대응이다.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언제 닥칠지 모를 가정의 변화를 두려워하여 가족으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문제를 부인하게 만든다. 가족은 변화에 저항한다. 가족 시스템에는 일종의 관성이 있어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이러한 가족 시스템의 경향을 '항상성'이라고 부른다. 가족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변화에 저항하려는 항상성 때문에 가족 비밀이 만들어지지만 그로 인해 가족 사이의 갈등은 증폭된다. (...) 가족 비밀은 결코 우회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족의 비밀을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 진실을 마주할 때에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p.125

 

부부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고스란히 결혼생활에 가지고 온다. [억압, 투사, 동일시 등과 같은] 방어기제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사용한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방어기제는 우리의 고통스런 감정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 무뎌지게 하는 임시 수단에 불과하다. 그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에서 이뤄지는 일정한 행동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족은 언제나 일정한 틀 속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 가족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패턴을 찾아내 그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방어기제에 이름을 붙이면 그 부작용을 해소할 길도 열린다. 사물이나 현상을 구분 짓고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구별하는 것은 가족심리학에서 매우 주효한 해결책 중 하나이다. -p.191

 

정신분석적 개념인 '자아 분화'는 자녀가 얼마나 엄마로부터 분리와 독립을 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 자아분화는 감정, 특히 그 중에서 불안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가족은 복합적인 감정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의 지적 능력, 즉 이성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이성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자아분화 능력이다. (...)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누가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가보다는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에 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스트레스와 불안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사람이다. 스트레스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불안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은 자아분화가 낮은 사람이다. 반면 스트레스에 잘 대응하고 엄습해 오는 불안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아분화가 높은 사람이다. 결국 자아분화라는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내면 상태이다. 똑같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자아분화가 어떠한가에 따라 반응과 대응 방식이 다르며 그 결과도 달라진다. -p.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