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 정비법 Outdoor Books 14
다케우치 마사아키 지음, 최종호 옮김, 조윤형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로드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지난 일요일에는 잠실에서 출발하여 강줄기를 따라 팔당댐까지 찍고 돌아오기도. 팔당댐 인근의 초계국수집이라고 하는, 무슨 고속도록 휴게소 같이 생긴 대형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보아하니 이곳은 주말 자전거족들의 성지인 모양이었다. 쫄쫄이 바지들의 거대한 순례 행렬이 쉼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아직 초보인지라 갈 때는 보통 시속 20, 힘을 내면 30, 돌아올 때는 15 정도가 나온다. 비록 거북이 속도임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노라면 '인디언'이 된 기분이다.

 

인디언이 되었으면! 질주하는 말잔등에 잽싸게 올라타,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거듭거듭 짧게 전율해 봤으면. 마침내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박차가 없었으니까, 마침내는 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고삐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풀이 깎인 광야뿐일 때까지. 이미 말모가지도 말대가리도 없이. -카프카,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작은 일에도 마음이 소란할 때가 많아 예전부터 명상을 해보겠다고 동네 요가학원은 물론 계룡산 마음수련원, 안국선원, 해공명상센터, 제따와나선원 등 온갖 좋다는 곳은 여기저기 부단히도 기웃거려 봤지만 왜 이리도 명상만 했다 하면 주체할 수 없이 잠이 쏟아지는 것인지.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는 안 졸고도 명상에 잠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어서 신기하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온갖 번뇌 망상과 잡념으로부터 해방이 된다. 자빠지지 않으려면 매 순간 신체의 좌우 균형을 유지하며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므로 딴 생각을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오로지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자전거와 혼융일체가 된 채로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평온해져 온다. 자덕, 그러니까 자전거 덕후들은 이것을 일컬어 로드뽕이라 하더라. 정말이지 뽕맞는 기분이다. 이 상태로 팔당댐까지 질주하여 국수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돌아오는 것인데, 썩 괜찮은 하루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책은 명색이 나도 이제 로드바이크족이니 이런 책 한 권쯤은 소장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으로 구입하였으나 아무래도 잘 못 산 듯 싶다.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처지에서는 자전거를 정비할 일이 생기면 어줍잖게 이것저것 뜯어보다가 귀한 자전거 망쳐놓지 말고 그냥 순순히 자전거포에 가져가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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