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시작하는 내 집 마련 프로젝트
이국헌 지음 / 팜파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유익했던 조언 몇 가지를 적어둔다: 차를 사지 말고 카드와 주식을 멀리할 것, 경제기사와 친숙해질 것(이건 나로서는 좀 불가능할 것 같지만), 무주택자의 특혜를 최대한 활용할 것, 월급을 10-30-30-30으로 쪼개어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청약부금을 넣을 것(상호저축은행 추천), 그렇게 하여 종잣돈을 모을 것, 은행 거래는 한 두 군데에 집중하여 나중에 아파트 당첨시 중도금대출 및 잔금(모기지론)대출 받을 때 유리한 조건이 되도록 할 것, 단순히 주거문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장래 투자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구입할 것, 즉 투자 가치가 있는 분양평수 25평 이하(실평수 60제곱미터 전후) 아파트로 내집마련과 투자의 이중효과를 얻고 아파트를 키우는 전략을 마련할 것, 전문직 종사자는 자금의 여유는 있으나 정보에 어두우므로 부동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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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사람들과 동동주를 마시면서, 직업적 자질 부족으로 여겨질 만큼 나는 지나치게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갖춰야 할, 연출되고 각색된 사랑조차도 나에게는 전적으로 부재한 듯하다. 아무래도 나는 나에게 너무나 사로잡혀 있고, 어쩌면 그 점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문제이자 결함인지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드는데, 내가 이제까지 이성애이라고 할 만한 감정을 느꼈던 상대 역시 언제나 자신에게 단단히 매몰되어 있는 유형의 인간-그들은 부인할지라도-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끼리의 연애 감정이라는 것은, 애당초 헌신이나 희생이나 베풂 등의 숭고함과는 거리가 먼, 그저 자신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타인에게까지 일시적으로 확산된 형태로서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본질적으로는 자기애에 불과한, 지극히 유아적이고 미성숙한 수준의 감정밖에 발휘할 수 없는 탓에,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끼리의 연애란 필연적으로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동주를 마셨던 밤에는 이름도 성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과 급격한 속도로 친해져서 죽마고우처럼 어울렸다. 일요일 오후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훌륭한 열람실을 갖춘 구립도서관을 발견했고, 필름 두 롤은 여전히 현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제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어 좋다. 부끄럽고 우습고 곤란했던,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했던 또 한 주말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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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크라임 - An American Cri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아동학대사건을 다룬 영화. 이 영화에서 아동학대의 주범으로 나오는 거트루드라는 여자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여섯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과부인데, 양육비를 받고 잠시 돌보게 된 남의 집 딸을 지하실에 감금하여 상습적으로 학대하다 결국에는 죽여버린다. 그녀의 아이들 역시 집단 광기에 사로잡혀 엄마를 따라 적극적으로 폭력과 살인에 가담한다.   

거투르드와 그녀의 아이들이 벌이는 잔혹극은 야만과 광기로 충만한 원시 사회의 모습을 빼닮았다. 관능미와 카리스마와 특유의 몽롱한 분위기까지 두루 갖춘 거트루드는 흡사 원시 부족의 여사제 같고,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벌이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시절의 신나는 축제를 연상케 한다. 거트루드의 가족에게서는 인간의 잔혹성이 극도로 천진하고 솔직하고 무구하게 발휘될 때의 어떤, 끔찍한 원시적 건강성이 읽힌다. 단순히 윤리적 비분강개로만은 끝낼 수 없는 이상야릇한 영화다.   

이 사건으로 거트루드는 징역 몇 십년을 구형받았고, 살인에 가담한 몇몇 아이들 역시 소년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점 역시 도덕의 잣대를 떠나 현대사회의 처벌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거트루드의 아이들은 그저 지극히 동물 본연의 자세에 충실했을 뿐인데, 어쩌면 너무나 동물적이었던 나머지 현대 사회의 규율을 미처 습득하지 못한 점이야말로 그들이 저지른 유일한 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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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군국주의에 대한 나의 흥미는 여기까지 관찰하게 되면 이제 사라져버려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수고하는 것조차도 성가신 느낌이 든다. 나는 더욱 높은 장소로 오르고 싶어진다. 더욱 넓은 시야에서 인간을 조망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지금 독일을 종횡으로 그저 맹렬하게 활약시키고 있는 이 군국주의의 형태를 더욱 원거리에서 더욱 사소하게 관찰하고 싶다. -나의 개인주의 p.180

이렇게 말하는 소세키의 태도를 소극적이라고 힐난할 수 있을까? 모두가 사르트르가 될 수는 없을 것이고, 또한 사르트르만이 정답도 아닐 것이다. 나는 차라리 소세키에 동조한다. 더 높은 층위에서 세계의 사태들(그리고 그 사태들이 빚어내는 사태까지)을 조망하는 작업은, 단순히 관조나 방관으로 규정될 수 없는, 소극성으로는 더 더욱 폄하될 수 없는, 나름의 내적 치열성을 담보로 하는 활동일 수 있다. 그래서 외적으로는 소극적으로 보여질지라도 내적인 차원에서는 적극적 고투일 수 있다.     

세상의 미시적인 에피소드에 울고 웃으며 기력을 탕진하는 일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그 모든 에피소드를 야기하는 근원적 실체와 흐름을 파악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편이 얼마 남지 않은 내 몫의 생을 그나마 의미있게 보내는 일일 것 같다. 인식의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메타 언어를 배우고 싶다. 물론, 오로지 미시적인 에피소드만이 우주의 실체이고, 메타언어 궁극의 종착지 역시 미시적인 에피소드인 것을 안다. 비행은 어디까지나 비옥한 대지에 안착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 역시. 그러나 당장은 날고 싶다. 치솟고 싶다. 이 모든 자질구레한 것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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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인주의 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0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훈 옮김 / 책세상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 역사, 사상, 예술을 막론하고 유럽 문명의 세례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하나씩 일별해 나갈수록 어쩔 수 없이 서구문명에 대한 동경심이 내면에 깊숙이 뿌리내려 가는 것 같다. 서구 문명의 저작들 앞에서 지적 압도감을 느낄 때마다 불가피하게 맛보게 되는 사대주의적 열패감은 나로서도 당혹스럽다. 음모와 조작으로 점철된 전형적인 개도국의 발전사라고밖에는 평할 수 없는 오욕과 수난의 한국현대사를 알아갈수록 이러한 당혹감은 배가 된다. 그리고 그와 비견되어 유독 더 찬란해 보이는 서구인들의 전반적인 사고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 보편적인 가치관 같은 것들, 그리고 그러한 무형의 것들이 이루어낸 유형의 창조물들... 이런 게 바로 자문화혐오증의 초기 단계가 아닐까 염려되던 차에 읽게 된 소세키 선생의 말씀이 마음을 울린다.  

   
  어느 쪽이든 내가 한 차례 경험한 번민(가령 종류는 달라도)을 반복할 경향이 많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 아무래도 한번 자신의 곡괭이로 팔 수 있는 곳까지 (스스로가 자신감과 안심을 갖게 될 때까지) 진행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렇게 진행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만약 팔 수 있는 곳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평생 불유쾌하고 시종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회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혹시 나와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이 이 가운데 있다면 아무쪼록 용감하게 나아갈 것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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