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사람들과 동동주를 마시면서, 직업적 자질 부족으로 여겨질 만큼 나는 지나치게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갖춰야 할, 연출되고 각색된 사랑조차도 나에게는 전적으로 부재한 듯하다. 아무래도 나는 나에게 너무나 사로잡혀 있고, 어쩌면 그 점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문제이자 결함인지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드는데, 내가 이제까지 이성애이라고 할 만한 감정을 느꼈던 상대 역시 언제나 자신에게 단단히 매몰되어 있는 유형의 인간-그들은 부인할지라도-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끼리의 연애 감정이라는 것은, 애당초 헌신이나 희생이나 베풂 등의 숭고함과는 거리가 먼, 그저 자신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타인에게까지 일시적으로 확산된 형태로서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본질적으로는 자기애에 불과한, 지극히 유아적이고 미성숙한 수준의 감정밖에 발휘할 수 없는 탓에,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끼리의 연애란 필연적으로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동주를 마셨던 밤에는 이름도 성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과 급격한 속도로 친해져서 죽마고우처럼 어울렸다. 일요일 오후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훌륭한 열람실을 갖춘 구립도서관을 발견했고, 필름 두 롤은 여전히 현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제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어 좋다. 부끄럽고 우습고 곤란했던,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했던 또 한 주말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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