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단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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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제 상처를 물감처럼 찍어 찬란한 그림을 그려놓기라도 했더라면 읽는 사람 마음이 편했을 텐데 이 시인, 그저 두 주먹 꼭 쥐고 슬픔이며 분노며 설움이며를 애써 덤덤하게 삼키고 있다. 즐겁게 춤추어야 할 영혼의 어깨에 누가 이리도 굳은 살을 박아 놓았을까. 물에 젖은 담요처럼,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처럼 무겁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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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감정 문학과지성 시인선 318
최정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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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유리창

 

그렇게도 부드럽게 목덜미에 그렇게도 다정하게 귓불에
그러다가 갑자기 낚아채듯 날렵하게
햇빛이 발꿈치를
햇빛이 발꿈치를 쫓아와 물어 뜯어

 

몸을 피해도 쫓아오고
캄캄한 방에 갇혔는데도
햇빛이
하백의 딸 유화의 허벅지로
어찔어찔하게

 

햇빛과 자고 하백의 딸
닷 되들이만 한 알을 낳아
그 알을 내다 버려도
뭇짐승이 핥고
아지랑이의 깃털이 덮어주어
으앙하고 한 아이가 알에서 걸어 나왔듯

 

너 깜깜절벽 꽝꽝 웅덩이
적막강산에 엎드려 만 번 절해라

 

그때처럼 잉잉거리게
햇빛이 벌떼처럼 달겨들어
혼자 있는 겨울 유리창
으앙하고 또 한 아이가 걸어 나오게

 

나도 여기 깜깜절벽 꽝꽝 웅덩이 적막강산에서 만 번을 절하면, 햇빛이 내 허벅지 사이로 어찔어찔 달려드려나. 발꿈치를 물어뜯는 햇빛이랑 슬프고도 무섭게 한 잠 자고서는 나도 알 하나 점지받을 수 있으려나. 내다 버려도 뭇짐승이 핥고 아지랑이 깃털이 덮어주는 그런 믿을 수 없는 알 하나를 쑤욱. 그러나 나는 (선천적으로) 유화가 아닌데다가 (후천적으로는) 신심마저도 부족한 것 같으니 이런 애석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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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범우사상신서 19
콜린 윌슨 지음 / 범우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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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과 문학 작품들을 통해서 '아웃사이더'라는 인간 유형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아웃사이더 분류 기준은 모호한 면이 있고, 해석하기에 따라 아웃사이더적인 인간은 참으로 광범한 것 같기도 하다. 차라리 아웃사이더는 소수의 열외자도, 선구적인 존재도, 희귀하고 독보적인 어떤 유형도 아니라, 우리 안의 가장 깊숙한 장소에 은거하고 있는 보편적 내부자라 하는 편이 옳겠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까닭 역시 그만큼 아웃사이더가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회에 기입되지 못하고 탈각되어버린 자신의 고유한 잉여분에 매순간 시달리고 있는 대다수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책이 말하는 아웃사이더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분석 가운데 인상깊은 대목은 아웃사이더의 말로이다. 저자는 블레이크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조화라는 것이 인생의 궁극의 목적이기는 하나, 그보다 중요한 제1의 목적은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보다 충실한 인생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맥락상 '충실하다는 것'은 곧 욕망에 정진하는 일, 즉 삶과의 치열한 투쟁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조화'는 그 이후의 문제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이 책 마지막에서 아웃사이더가 종교적 각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해방에 이르게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종교적 각성 이후 해방된 아웃사이더는 더 이상 아웃사이더라고 부를 수도 없을 뿐더러, 어쩌면 인간이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문학적, 사회적, 정치적 성취는 화해와 성찰 이전의 격렬한 고투 속에서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아웃사이더라는 인간 유형을 설명하기 위해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헤세 등의 작품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데, 우선 나는 이들 대문호들의 문학 작품부터 일독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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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윤성현 감독, 서준영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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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없이 섬세하고 예민한 촉수를 차라리 사물과 관념을 탐구하는 데 뻗었더라면. 인간관계란 종교로 삼기에는 너무나 불안정하지 않은가. 지나치게 날카로운 촉수를 가진 자들은 곁에 살아 숨쉬는 인간에게 닻을 내리기보다 차라리 자연을 사랑하거나 서가에 숨어 역사와 철학과 죽은 위인 따위를 파고드는 편이 나을 것이다. 불쌍하지만 그 편이 자기 몸을 보신하는 데에는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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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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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이 뜨겁도록 박수치고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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