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제 상처를 물감처럼 찍어 찬란한 그림을 그려놓기라도 했더라면 읽는 사람 마음이 편했을 텐데 이 시인, 그저 두 주먹 꼭 쥐고 슬픔이며 분노며 설움이며를 애써 덤덤하게 삼키고 있다. 즐겁게 춤추어야 할 영혼의 어깨에 누가 이리도 굳은 살을 박아 놓았을까. 물에 젖은 담요처럼,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처럼 무겁고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