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Bruja. 밀롱가에서 이 곡 나오면 절대로 앉아있을 수 없다. 이 얼마나 씩씩하고 격정적이고 호전적이고 즐거운 곡이냐! 감성이 풍부하고 정열적이고 음악을 잘 살리는 땅게로하고 추면,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듯이, 생각지도 못한 아도르노가 즉흥적으로 막 튀어나온다. Bruja는 스페인어로 마녀라는 뜻이라는데 가사를 찾아보니 그 내용이 자신을 파멸시킨 마녀 같은 여자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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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 머무를 곳은 아니고 오래 머무를 곳은 더더욱 아니다, 여기는. 이곳에서 추구하는 지고의 가치는 젊음과 에로티시즘이고, 육신은 해마다 노화하여 점점 더 그 가치로부터 멀어져가므로 오래 있으면 있을 수록 남녀 할 것 없이 처량하고 서글퍼질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춤을 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떤 절박감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절박해지고 싶지 않다. 그런 심리적 패러다임 속에 갇히기가 싫다. 유혹하고 유혹당하는 행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패러다임, 타인이 내게 보내는 관심과 흥미와 애정의 양을 척도로 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 타자가 반드시 필요한 타자의존적 심리구조- 춤판에서 우리가 느끼는 절박감은 이런데서 기인하는 면이 있고, 나는 때로 그런 게 지겹다.   


탱고가 주는 기분은 마치 신기루 같다. 추면 출수록 '탱고'도 '나'도 아련해진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자꾸만 잡으려 허우적대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아편 중독자의 삶과 다를 게 무엇인가. 적당한 때 떠나는 게 좋겠다. 나의 생물학적 리즈 시절의 끝물을 탱고판에서 보낸 것으로 족한다. 이곳의 한계는 젊음과 성 (아울러 자신을 향한 타자의 시선)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절박해지지 않으려면, 쓸쓸해지지 않으려면, 그런 매혹적인 것들을 달관하고 초월할 수 있어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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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 아웃케이스 없음
장형윤 감독, 유아인 외 목소리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심금을 울리는 서정적인 병맛 감성, 병맛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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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은주 공연 관람. 기본살풀이군무-승무-시화무-금선무-태평무-한량학무-살풀이춤 순서로 구성된 공연이었다. 여체의 굴곡과 그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알헨틴 땅고에 익숙해져 있다가 한국 전통춤을 대하니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공연복이었다. 한복 치마의 미학을 감히 부정하겠느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여체를 쌀포대 같은 걸로 무자비하게 뒤집어 씌워놓았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었다.

 

잘록한 허리의 우아함을, 탱탱한 엉덩이의 역동성을, 종아리의 날렵한 곡선을 밝은 세상에 드러내는 게 용납되지 않았던 금욕적 사회, 살아 움직이는 여체의 관능적인 몸선을 몇 겹이고 돌돌 감싸서 숨겨놓아야지만 안심이 되었던 보수적인 동방 국가에서 춤을 통한 끼의 표출은 오로지 발끝과 손끝으로 집중된다. 처연하게. 한국 무용의 에센스는 버선코와 손끝에 있었다.

 

알헨틴 땅고에서는 남녀 모두 팔을 포함한 상체 움직임이 상당히 억압되어있고 남자는 리드, 여자는 팔로우로 그 역할이 엄격하게 나뉘어있는 까닭에, 땅게라(여자)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기회는 오로지 다리에만 국한된다. 때문에 땅게라의 발동작을 보고 있으면 애처로우리만치 현란하고 필사적인데, 한국 무용에서는 버선코와 손끝이 그랬다. 공연 내내 치마 밑으로 슬쩍슬쩍 보이는 버선코가 이토록 내 가슴팍을 콕콕 찔러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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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로얄에서 다니엘 나쿠치오 y 크리스티나 소사 공연을 봤다. 독보적이었다. 올해 내가 본 마에스트로 커플 중에, 아니 내가 이제까지 본 남녀 이인무 중에 최고였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 탱고를 춘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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