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머무를 곳은 아니고 오래 머무를 곳은 더더욱 아니다, 여기는. 이곳에서 추구하는 지고의 가치는 젊음과 에로티시즘이고, 육신은 해마다 노화하여 점점 더 그 가치로부터 멀어져가므로 오래 있으면 있을 수록 남녀 할 것 없이 처량하고 서글퍼질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춤을 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떤 절박감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절박해지고 싶지 않다. 그런 심리적 패러다임 속에 갇히기가 싫다. 유혹하고 유혹당하는 행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패러다임, 타인이 내게 보내는 관심과 흥미와 애정의 양을 척도로 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 타자가 반드시 필요한 타자의존적 심리구조- 춤판에서 우리가 느끼는 절박감은 이런데서 기인하는 면이 있고, 나는 때로 그런 게 지겹다.   


탱고가 주는 기분은 마치 신기루 같다. 추면 출수록 '탱고'도 '나'도 아련해진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자꾸만 잡으려 허우적대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아편 중독자의 삶과 다를 게 무엇인가. 적당한 때 떠나는 게 좋겠다. 나의 생물학적 리즈 시절의 끝물을 탱고판에서 보낸 것으로 족한다. 이곳의 한계는 젊음과 성 (아울러 자신을 향한 타자의 시선)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절박해지지 않으려면, 쓸쓸해지지 않으려면, 그런 매혹적인 것들을 달관하고 초월할 수 있어야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