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또 한 번 누리기 어려운 각별한 경험을 했다. 두려움과 고통, 환희와 감사와 기쁨... 병원에 있는 내내 눈물로 뒤범벅된 수만 가지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아기의 탄생은 실로 벅찬 경이와 신비 그 자체였다.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아기를 보면 정말로 신이 여기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겠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눈부신 신성 속에 있음을, 작은 꽃잎 같은 아기 입에 젖물리며 깨닫는다. 아기는 신이 주신 귀한 선물이란 생각- 상투적인 비유가 아니라 뼛속깊이 사무치는 구체적인 실감으로서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처음엔 이처럼 여리고 무구한 아기였다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또한 얼마나 큰 전율로 다가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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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2-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출산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귀한 선물이라는 말씀이 저도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래서 제 아들 이름 지을때에도 귀한 선물이라는 뜻이 들어가게 지었지요.
몸조리 잘 하시고 앞으로도 아기랑 귀한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수양 2017-12-16 18:46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은 거 같아요. 이젠 더 이상 심장이 두근거릴 만한 것도 전율할 만한 것도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없으리란 그간의 염세적인 전망이 얼마나 치기어린 오만이었는지 깨달았던 며칠이었네요. 얼마나 더 겸허해져야 할런지... 갈 길이 머네요. 지금도 옆에서 자고 있는 아들 보면 눈물나요. 너무나 예쁘고 귀하고 감사해서... 기적 같아요.
 
아티스트 봉만대
봉만대 감독, 봉만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7.74라니 야박한 네이버 평점. 인도네시아 롬복 앞바다의 처절한 짠내가 가슴을 후벼파는 이 영화는 좀 더 사랑받았어야 했다. 마땅히 그래야 했다. 에로거장 봉만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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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의 시작은 자기 치유다
비벌리 엔젤 지음, 조수진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존 브레드쇼, 학지사)와 함께 읽음. 이런 류의 책들은 자주 읽으면 안 되겠다. 읽을 수록 괴롭고 슬프고 기분이 안 좋아진다. 사실 내 부모가 특별히 문제적이었다기보다 시공을 막론한 세상 모든 방식의 양육, 훈육, 문명화, 사회화 과정 자체가 자연상태의 인간에겐 끔찍한 억압과 강제와 폭력이 아닐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든 초자아는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러운 게 초자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나 역시 또 다른 중생의 초자아가 되려고 하는구나.

 

이 책 2장에는 아이에게 나쁜 거울이 되는 7가지 부모 유형이 소개되어있다. ①방치하는 부모 ②자녀를 유기하거나 거부하는 부모 ③정서적으로 숨막히게 하거나 소유하려 들거나 매사에 간섭하는 부모 ④지나치게 통제하거나 폭군 같은 부모 ⑤완벽주의적인 부모 ⑥지나치게 비판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부모 ⑦자기중심적이거나 자아도취적인 부모. 나도 분명히 아이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하게 될 날이 오겠지. 과연 이 중에서 내가 그 어떤 항목에도 해당 사항 없으리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두고두고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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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 지음, 오제은 옮김 / 학지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부모가 될 만한 자격이 있는가. 부모 노릇 할 만큼 나 자신이 심리적으로 건강한가. 아이를 키워야 할 입장이 되고 보니 뒤늦게 내 안의 내면아이부터 정성껏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처 해결되지 못한 유년시절 억눌린 감정의 응어리들이 육아 과정에서 내 무고한 아이한테 고스란히 대물림될까봐, 전형적인 무시형 불안정 애착 (회피애착) 패턴을 보이는 내 심리적 기질이 부지불식간에 아기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된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지속적인 실천이 관건이지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개인사의 몇몇 지점에서 여전히 오래된 상처를 안고 잠복해 있는 내 안의 내면아이를 현재로 불러내어 쓰다듬고 어루만져주고 그때 그 아이가 그토록 간절히 듣고 싶었으나 끝내 듣지 못했던 위로와 지지의 말들을 성인자아가 다정하게 들려주는 것.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 걸어주기가 핵심이다. 사랑이 부족했던 과거의 자기 자신부터 챙기고 스스로 사랑해주는 연습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 책은 읽기가 꽤 고통스럽다. 애써 단단하게 묻어놓은 쓰린 과거를 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리되지 못한 과거의 심리적 상흔들이 대낮의 유령처럼 혹은 말실수처럼 현재의 삶에 불시에 반복해 출현한다면, 행여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용기있는 직면과 함께 뒤늦은 보살핌을 통한 애도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겠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간내서 내면아이 치유 워크샵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템플스테이 못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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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티의 지층들 - 현대사회론 강의
이진경 엮음 / 그린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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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푸코, 들뢰즈-가타리에 기대어 근대성의 지층을 탐사한다. 이 책 읽고나서 할 말은 못 되지만 나도 이제는 변절(?)했는가보다. 가진 체력을 체제의 외부를 창안하는 데 쓸 게 아니라, 창안된 외부 혹은 자라난 외부를 선점하는 데 쓰는 편이, 이념이 요구하는 윤리를 떠나서 그냥 생물학적 차원에서, 그러니까 에너지 효율 면에서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만 든다. 하나의 도저한 흐름을 마주했을 때 '저항'은 힘이 많이 들지만, '운용/응용/활용'은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든다. 벡터는 다르지만 둘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솔직히 지금 내 모습은 저항도 운용도 아닌, 체념적이고도 다소 무뇌스런 순응에 가깝지 않은가. 그럼에도) 요즘에는 자본주의 공리계에 미처 포획되지 못한 야생적이고도 신박한 분야를 매의 눈으로 발굴해서 재빨리 공리계 안으로 탈코드화시키는 사람, 대동강 물도 파는 봉이 김선달 같은 사람, 놀라운 심미안으로 그 어떤 미세한 구멍이라도 재빨리 발견해서 기가 막히게 메꾸는 발명가적 재주가 있는 사람이야말로 실로 대단해 보인다. 그 또한 비범한 창의력과 상상력과 도전정신이 발휘되어야지만 가능한 사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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