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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소통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2월
평점 :
지극히 실제적인 필요와 관심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사회적 성취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저자는 사회적 성취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비인지적 역량'(감정조절력, 회복탄력성, 과제지속력 등)을 주목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마음 근력’을 다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음 근력’의 의미, 원리, 근거와 타당성, 그 실효성 등에 대한 탐구는 뇌과학 분야와 같은 최신 연구 데이터에 근거하여 유전과 환경, 마음과 심리, 의식과 자아, 존재론과 인식론적 문제, 뇌의 작동 방식과 새롭게 대두되는 우주론까지 두루 아우르는 것으로 나아가고, 책 후반부로 넘어가서는 개인윤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 그리고 마음 근력 강화 훈련으로서의 명상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안내하는 데까지 뻗어 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제로 읽어본 몇 권의 책들 가운데서 가장 고열량이었던 것 같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이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결론은 명쾌하고도 실용적이다.
이 책 242쪽의 “마코프 블랭킷”이 시사하는 의식의 실체(인식은 의식에서 출발해 다시 의식으로 돌아오는 ‘신기한 루프’를 그려내고 결국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윤곽 뿐이라는)라든가, 의식에 새로운 질서를 생성해내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저자가 명상이라는 자기 수련 기술을 조명하고 있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자꾸만 푸코의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기시감이 든다. 명확한 논증은 내 수준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푸코와 최신 뇌과학이 어쩌면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덮었으나 여운이 길다. 세상을 살아 나갈수록 자유의지나 인과법칙으로 풀어나갈 수 없는 많은 사건들을 맞게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일이란 오로지 겸허한 수용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도 된다.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다. 두고두고 펼쳐봐야 할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