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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지만 옮김, 제인 레이 그림 / 마루벌 / 1995년 3월
평점 :
절판
이 이야기에는 뭐랄까 어떤 변태적으로(?)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예를 들면 윤심덕의 <사의 찬미>나 엑스 재팬의 <Endless Rain> 혹은 <Say Anything>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게 다소 인간 건강에 유해한 정서라고 생각되어서인지 별로 좋게 느껴지는 않지만.
마지막에 제비와 왕자를 구원하는 것은 하느님이다. 하느님이 천사에게 저 도시에서 가장 귀중한 것 두 가지를 가져오너라 하니 천사가 납조각(왕자의 심장)과 제비의 사체를 물고와 하느님이 이들을 천국에서 살게 하신다는. 외부의 초월적 존재의 개입에 의해 모종의 보상이 이루어지는 이런 결말도 뭔가 쓸데없이 낭만적이다. 쓸데없이 부가적이고. 이런 권선징악적 가치관이야말로 사족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지극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공멸에 이르는 이야기다. 선하고 아름다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왕자의 욕심은 자기파멸을 불사할 만큼 극단적이고, 우연히 이 기인 (내지는 광인 내지는 초인)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껴버린 제비는 결말이 처참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내 왕자 곁을 떠나지 못한다. 세상을 사랑한 초인과 초인을 사랑한 범인이 공멸하는 이야기라니, 슬프다. 속절없이 슬퍼져버리고 만다.
궁극의 사랑은 자기희생인가? 지고의 사랑을 실천하려면 ‘나’라는 것은 산산이 부서져버려야 하는가? 하지만 이것은 곧 자기파괴이며, 한편으로는 매우 위험한 사상이 아닌가? <강아지똥>도 생각난다. 그렇다면 오스카 와일드가 권정생 선생한테 한 수 배워야 할 듯. 강아지똥은 그저 잘게 부서져 한송이 민들레로 다시 태어날 뿐이라고. 하느님이 갑자기 나타나서 강아지똥을 막 천국으로 데려가고 그러진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