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역에서 교바시 역으로, 교바시 역에서 시기노 역으로, 다시 또 시미즈역으로.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찾아간 트럭퍼니처. 어렵게 찾아갔으나 하필이면 휴일이었다. 다행히 1층 작업실 문이 열려 있어 그곳에서 일하던 목수님들께 사정을 얘기해 (난 오래 전부터 너희 가구를 좋아해왔고 너희 가구를 실물로 보고 싶어서 오사카에서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겨우 여길 찾아왔단 말이야 나 오늘 여섯시에 한국 돌아가야 하는데 2층 쇼룸 한번만 보여주면 안될까) 특별히 구경을 허락 받았다.

 

이슬비가 그치고 커다란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자 자연 조명을 받은 가구들의 자태가 눈이 부셨다.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아쉬웠지만 트럭퍼니처에 대한 평소의 내 호감만큼은 제대로 전달하고 돌아온 것 같다. 난 너희들의 가구 철학과 정신을 존경하고 너희가 가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관과 태도를 사랑한다, 한국에도 나처럼 너희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 진출해도 너희 가구는 분명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등등.

 

그러나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나의 격려는 실상 이들의 삶의 방식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서 나온 실언이었다. 이들은 사업의 규모를 확장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현재 주문이 꽉 차 있어서 새로 주문을 하면 11개월 뒤에나 받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있는 일곱 명의 목수로 충분하며 인력을 충원할 계획은 없다고. 왜 오사카에서 여기로 공방을 이전했느냐고 물어보니 오사카는 너무 복잡하고 답답하고 초록식물도 없고 해서 일부러 한적한 오사카 변두리로 이사했단다. 그들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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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 번화가 사이로 흐르는 밤의 운하가 아름답기는 했지만 기대보다 시시했다. 유일한 보람이라면 기괴한 입체 간판 예술의 진경을 맛보았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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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것은 저급하고 자연스런 것은 우수하다는 통념이 도가적 편견은 아니었을까. 인공적인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섬세한 인공의 미학을 보여준 긴카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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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2-1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여러곳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정원이나 꽃밭은 물론, 말이나 태도에서도요. 긴카쿠지, 처음 들어요. ^^

수양 2016-02-18 09: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는 특히 충격받았던 건... 거리가 어찌나 깨끗하던지... 정말이지 `인공적`으로 깨끗하더라구요 가히 결벽증 수준에 가까운 환경미화의 현장이었어요. 신발 벗고 걸어다녀야 하나 고민했어요-_-;
 

 

 

 

절벽 위에 세워진 청수사. 목숨을 걸고 작정을 하면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고자 이 절의 본당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내렸다고 한다. 다행히 생존률은 높았다지만, 너무 많이 뛰어내리는 바람에 1872년부터는 급기야 투신금지령이 내려졌다고. 아직 겨울이라 녹음이 무성하지는 않았는데도 전망이 어찌나 좋던지 본당 앞의 난간에 서니 무섭고 아찔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름다웠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그 즉시 넉넉한 대자연의 품에 포근히 안길 거 같고. 뛰어내린 사람들의 무모한 용기에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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