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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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는 여운에 비해 줄거리는 단순하다. 에바라는 여자에게 케빈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성질이 괴팍하기 이를 데 없던 이 아들이 결국 사이코패스로 자라나 가족과 이웃까지 살해한다는 내용. 자식을 사이코패스라는 극단적 인격으로 설정함으로써 모성이데올로기의 자명성을 비틀어보고 있는 거라는 영화평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가 야릇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뭔가 그 지점을 넘어서 있는 것 같다. 케빈은 에바 자신의 몸속에서 나온 끔찍한 타자다. 자기가 만들어낸, 자기나 다름없는, 자기로부터 세포 분열되어 나온, 괴물 같고 악마 같고 미치광이 같은 타자.

 

영화는 케빈과 에바가 교도소 면회실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끝이 나는데 이 장면은 갈등의 해소라기에는 석연치 않고 오히려 뭔가 기묘한 공모관계 같은 인상을 준다. 케빈은 감금되었고 에바는 드디어 케빈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이 둘은 앞으로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밀실에서 부둥켜안게 될 것이다. 케빈은 사회적으로 금기/감금시킨 채 평생을 은밀하게 돌보아야 할 에바 자신의 끔찍한 타자성의 상징이 아닐까. 케빈이 무슨 생각으로 그토록 잔학무도한 살인을 저질렀는지 영화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케빈은 감당할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 완벽한 타자일 뿐이다. 영화가 에바의 시점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의 원제는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이라고. 우리는 확실히 우리들의 케빈에 대해 말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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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2disc)
이윤기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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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분은 너무 짧다. 이런 건 좀 tvn에서 16부작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주면 안 되나. 전편 사수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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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
김일란 외 감독, 권영국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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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람에 대한 마음 없음'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극장을 나오면서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설령 도덕적 허위의 요소를 포함한 알량한 결심일지라도. 그러나 일시적인 고양심이 잦아들고 영화를 곱씹어 볼수록 도대체 21세기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왜 아직도 이토록 무식하고 야만적인 80년대식 해법이 존속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하여 철거 문제에 대해 추적(?)을 해나가던 중에 이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해 놓은 포스팅을 발견하게 되었다. 철거민, 건물주, 건설사, 국가, 용역, 전철연이라는 여섯 개 집단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사실상 정책 입안에 달려있었다. 결국 정치의 문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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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발렌타인 - 아웃케이스 없음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미쉘 윌리엄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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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져가는 관계를 지켜보는 일은 씁쓸하지만 그보다 더 씁쓸한 건 라이언 고슬링의 머리가 벗겨져 가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하는 일이다. 그의 머리는 끝내 벗겨지고야 마는구나. 이 영화 줄거리만큼이나 전형적인 방식으로. 슬프다 모든 전형적인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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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장 베스트 - 영 비르투오조
Various Artists 작곡, 장영주 (Sarah Chang) 연주 / 이엠아이(EMI)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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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투쟁적인 하루, 아니 비록 소규모이긴 했으나 하여튼 정말로 심각하고도 끔찍한 투쟁이 있었던 하루, 를 보내고 와서 장영주가 연주하는 사랑의 인사를 듣는데 뭉클했다. 너무나 난데없이 다정하고 따사로와서. 사랑의 인사라니 원, 고전음악은 얼마나 저편 멀리 있는가, 거짓된 사랑의 인사만 주억이고 있는 요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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