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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바트 어만 지음, 강창헌 옮김, 오강남 해제 / 갈라파고스 / 2015년 12월
평점 :
같은 저자의 <예수 왜곡의 역사>에 이어 읽었다. 전작이 성경의 권위와 그 신뢰성에 대해 도발적으로 논쟁의 포문을 연다면, 이 책은 보다 본격적으로 역사적 예수를 추적해 나간다. 예수가 활동했던 시대 전반의 문화적 사상적 배경을 짚어내고, 후대의 왜곡과 미화를 최대한 배제했을 때 때 예수 본인의 자기이해는 어떠했고 설파했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사후에 무엇을 계기로 신격화가 시작되었는지, 다양한 종파의 경합 속에서 어떻게 최종적으로 하느님과 동일한 지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고대 세계에서는 예수와 유사한 인생사를 보여주는 신성한 인간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 이 시대에는 신과 인간의 관계가 현대와 같이 도저한 심연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게 아니라 피라미드식의 그라데이션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뛰어난 업적으로 사회적 영예를 얻은 인간이 (단지 은유나 아첨으로서가 아니라 다수의 인식론적 확신 가운데서) 신으로 승격되거나 ‘구원자’로서 숭배 받는 일이 잦았다는 것, 유럽 사회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변화는 4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일어났다는 것 등등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예수가 살았던 시대의 문화와 세계관을 고려할 때 예수를 성경 문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예수님의 행적이 당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파문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가 여러 추종자들의 해석과 윤색을 거친 ‘만들어진 인물’일지라도 그 만들어진 예수님의 윤리적 가르침과 실천이 후대 인류에게 상당한 호소력과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수를 믿는가? 아니, 예수는 누구인가? 나로서는 제 삶을 바쳐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고자 했던 사람들, 예수를 닮고자 했던 그 모든 사람들이 이미 예수라고 생각된다. 역사에 빛나는 수많은 위대한 성인들이 예수님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진다. 비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인격신에 대한 믿음은 없다. 인간 인식 너머의 자연 섭리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있다. ‘이 땅에 온 하느님’으로서의 예수와 그 행적에 대한 믿음은 없다. 인간의 고결성에 대한 믿음, ‘드물고 고귀한’ 인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