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왜 빠져나오기가 힘드냐면. 왜 자꾸 돌아가게 되냐면... 다른 춤은 몰라도 무도댄스의 경우는 단순히 춤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이건, 다른 '체제'의 경험이야. 북한 사람들이 귀순하는 거랑 똑같아. 한 번 어떤 체제를 알아버리면, 그 체제를 잠시라도 맛보고 경험해버리면, 그리고 거기서 벅찬 자유와 해방감을 느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거야.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지, 새로운 체제를 경험해버린다는 것은. 현실 세계가 일부일처제라면 이곳은 폴리아모리즘 체제야. 이 곡은 이 애랑 추면서 오르가슴 느끼고 다음 곡은 저 애랑 추면서 오르가슴 느낄 수가 있어. 하루에 몇 명이고 번갈아가면서 부둥켜 안고 그렇게 이 곡 저 곡 추는 거야. 동성끼리 추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스윙은 셋이서 추기도 한다고. 그렇다고 여기가 부도덕한가. 그런 것도 아니야. 여기도 여기 나름의 엄격한 관습과 질서와 문화와 법도가 존재하고, 이곳에서도 신용과 평판이 중요해. 경쟁과 질투, 사랑과 슬픔이 있어. 다만 체제가 다를 뿐이지."
왜 또 춤판으로 돌아갔냐는 친구의 물음에 답하다가 나온 얘기. 가끔은 머리보다 입이 더 빨라서, 말하다가 내가 한 말을 듣고 나 자신의 행동이 이해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