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가입형 블로그 사이트들을 주유하였으나 알라딘 서재만큼 흥미로운 곳을 알지 못한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상품 후기를 남기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심지어 후기를 남기면 돈까지 벌게 해주는 것이다. 알라딘의 세계에서는 음식이나 각종 생활 잡화는 물론이고 종교와 사상과 철학마저 상품으로 환원된다. '맑스'와 '스위스 미스 마쉬멜로우 핫 코코아 믹스'가 동급이 되어 어우러지는 평등한 세계 속에서 소위 '알라디너'들은 끊임없이 상품 후기를 남김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간다. 상품 후기를 통해 제 존재를 증명해내는 소비사회 주체들의 모습을 이토록 집합적으로 보여주는 사이트가 또 있을까.
알라딘 서재질에 취미를 붙이면서 내가 품게 된 한 가지 허황된 야망은 내게 할당된 알라딘 서재라는 이 공간 속에서 나 스스로를 '호모 프로덕트 리뷰무스'로서 형상화시켜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체제가 요구하는 한 독특한 인간 종(種)을 가상의 공간에서 극단적으로 체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능력이 된다면 그런 미학적 연출이 얼마나 기이한 느낌을 주는지까지도 표현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글쓰기에 있어서는 일종의 자기 실험인 셈이며, 성공하든 못하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자족적인 유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야망이 무색하게도 요즘들어 내 서재는 갈수록 절간처럼 고요해져 가고, 팍팍한 삶에 기적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소강 상태는 계속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