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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젠장……속았다……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내가 바보 같았다는 거다……독자를 상대로 한 기막힌 반전……이란 수식어에 ‘어디 한번 속나 보자’라고 꼼꼼히 읽어갔던 나는 그대로 바로 작가의 속임수에 빠져 그가 원하는 대로 허우적 대다가 마지막에 가서 기시 유스케의 ‘유리망치’에 맞은 것 마냥 벙쪄서 앞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선입관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왠지 반성까지 하게만 드는 열 받는 소설이었다. ‘나 참 바보 같구나’ 생각하면서 ‘우타노 쇼고 아저씨 우와아아아’ 하고 떠받들게 만든 이 소설은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에 읽어 제낄 수 있는 뭔가가 있다. 뭐 반전이 궁금해서 일수도 있지만 그 외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아.. 화나면서 지금 생각하는 것은 읽으면서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했으면서도 그냥 지나치다니. 다 읽고 나니 그 때 이상하다 했던 의문이 모조리 술술 풀린다. 이런…… 이런…… 화가 안 가시네……
게다가 제목…… ‘왜 이런 제목이’ 라고 생각했던 것도 나중에 다 풀린다;;;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은 지하철을 타려다가 자살을 기도하는 여자를 구한다. 그리고 그 여자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그와 함께 자신의 후배인 대학생의 부탁으로 보험금 살인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얼치기 탐정 흉내를 내던 주인공은 점점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거기에 여러 가지 양념이 섞여 들어간다. 주인공이 이런 의뢰를 받게 된 것은 고등학교 졸업 후 탐정 사무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몇 달 일했던 것을 후배에게 불려서 말하는 바람에 사건을 떠맡게 된 것인데 그 때 사무소에서 조사를 위해 야쿠자로 위장 잠입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장 잠입한 야쿠자 사회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초 짜 탐정인 주인공은 사건을 풀기 위해 애쓴다.
그것도 흥미롭지만 또한 그가 조사하는 보험살인 집단 호라이 클럽 (이 집단 정말 무섭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접할 수 있다)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흥미롭다. 그 집단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걸 볼 수 있듯이 (우리 나라에서는 시골에 할머니 할아버지 모셔놓고 쇼 보여주고 물건 사라 하는 정도 지만) 체험 쇼라 해놓고 비싼 건강 제품들을 팔고 더 이상 살 돈이 없으면 사채를 알선해주고 사채를 갚을 능력이 되지 안거나 경찰에 신고라고 할라치면 그 사람 이름으로 보험을 가입한 뒤 살해해 보험까지 탈취하는 아주 더러운 회사다.
이 회사의 구린 면은 자신 또한 빚을 지고 그 빚을 갚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이용당하는 세쓰코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준다. 보험을 들어놓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을 꾀어내는 역할까지만 맡는 그녀는 자신은 살해에는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위로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살해에 커다란 역할을 했음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휘몰아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갑자기 고요해 진다…… 너무 조용하면 불안하듯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작가는 독자를 멋지게 넉 다운 시킨다. 뭐 된통 당하기는 했으나 다시 한번 당한다 해도 그 닥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솔직히 이런 기분 다시 한번 맛보았으면 한다. 소설 판 ‘유주얼 서스펙트?’ 그 말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