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도 아라타의 소설은 미야베 미유키와는 약간 다른 느낌과 이유로 현실적이다. 두 사람의 소설이 현실적이라 무섭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느낌과 표현해 내는 방식은 아주 많이 틀리다. 미야베 여사가 현실을 아주 담담하게 직접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써내려 간다면 텐도 아라타는 좀더 잔인하고 “정말 이런일이 일어날수 있을것인가.” 라고 의심할 정도로 잔혹하게 써 내려간다.
그렇다 그의 소설은 한마디로 잔혹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도 그리고 나중에는 그 소설의 이름만 떠올려도 피비린내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것은 그의 소설이 지금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족간의 문제를 들추어 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상처 주기 쉬운 가장 견고해 보이지만 가장 무너지기 쉬운 가족이라는 관계를 정말 아프게 들쑤시니 이것이 어찌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고 하지만 일본 왕따 문제를 남의 일보듯 걱정하던 우리도 지금 열심히 왕따 문제를 고민 중이고 핵가족화를 고민 중이고 가족간의 대화 단절을 고민 중이다. 그러는 중이니 이 소설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가슴에 와 닿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학교 교사가 있다. (이전에는 교사라 하면 완벽현인간..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단 한가지 흠이 없는 사람을 떠올렸지만.. 이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 선생님도 고뇌하는 한 인간일 뿐이다.) 자신의 문제 만으로도 고민이 많아 걱정인 이 교사는 어느 날 옆집에서 풍겨오는 악취를 따지기 위해 옆집 문을 노크한다) 이 상황이 한 일주일을 잡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본은 우리보다 더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득달 같이 달려들어 감 놔라 배놔라 했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국민성 자체가 좀 그런지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참 싫어한다. 노크를 했으나 문은 열려있고 그곳에서 그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 온 가족이 살해 된 것이다. 그것도 그냥 살해된 것이 아니라 아주 잔인하게 죽는 순간까지 끔찍한 고문을 당하면서 살해된 것이다. 그리고 이층의 아들 방에서 발견된 아들의 유서…… 그것만 본다면 이것 자체로도 끔찍한 존속살인이며 그 살인을 묘사 하는 방법도 너무 끔찍해서 무슨 호러 물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이 소설에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결국 그 상황을 목격한 선생님과 (그는 자기 아이를 임신한 여자와 헤어지려고 고민 중이다. 그의 경우는 그가 한 가족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 한 형사 (그는 자신의 고집으로 아들을 죽게 만들고 딸을 비행 청소년으로 만들었으며 그 중간에 서있던 자신의 부인을 심각한 정신병이 걸리도록 만들었다.)가 해결하려 한다. 진짜로 소년이 가족들을 죽이고 자살한 것인지 아니면 자살로 위장한 연쇄 살인인지 밝히던 둘은 자신의 문제로 인해서도 어려운 고비를 맞게 된다. 자기 자신도 불안정한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콤비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참 답답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정말 불안정하고 책에 나오는 여느 탐정처럼 멋진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들처럼 너무도 평범하게 겁내고 주저하고 망설인다.
답답해서 속으로 욕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놀라게 한다. 그냥 평범한 소시민인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책을 다 읽고 결론을 내고 나서도 참 찝찝함을 감출 수는 없다. 요즘 유행하는 카카오가 90프로 이상 들어간 초콜릿을 먹는 느낌이다. 너무 써서 찌푸리면서도 당기는 무언가가 있어 다시 찾게 되는……
잔인하고 피 비린내 나지만 웬만해선 잘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는 가족이란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하고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도 읽어 볼 만한 책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김에 영원의 아이가 재판이 나와서 읽어 봤으면 하는 소원도 있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