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453년 동로마제국(=비잔티움 제국)의 최후로 시작한다.

예전에 터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이것 저것 봤던 것이 생각나 그냥 끄적 끄적 정리를 해본다.

 

1.

동서로마의 분열 이후 서로마제국은 100년을 채 못버티고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멸망했다.

하지만 동로마제국은 1,000년을 유지한다. 이 기간동안 한 때는 지중해를 온전히 품은 제국을 유지했지만 마지막 시기에 이르면 지금의 이스탄불(당시의 비잔티움) 유럽쪽 영역으로 한정된다. 그야말로 성채로 둘러싸인 아주 좁은 지역이다.

하지만 오랜 제국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도시 내의 경제력은 풍요로웠고, 도시를 둘러싼 3중의 방벽은 여전히 도시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었다.

 

 

당시의 비잔티움은 이런 거대한 성벽을 3중으로 두르고 있었다. 저 성벽안으로 들어가면 꽤 넓은 폭을 두고 비슷한 두께의 성벽이 다시 둘러져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저 내성과 외성의 성벽 사이 공간에 까페도 만들고 결혼식장으로도 쓰고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 시대 저 성벽들은 도시의 생명이었으며, 도시를 지키기 위해 동로마의 역대 황제들이 1,000년에 걸쳐 만들어온 흔적이다.

 

 

2.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술탄의 지위에 올랐을 때 나이가 19살(우리 나이로는 20살)

말 그대로 저런 정치판에서라면 핏덩이다.

하지만 세계사는 가끔 정말로 저런 핏덩이들이 사고를 친다.

메흐메트 2세는 술탄이 되자 말자 자신의 스승을 찾는다.

그리고 말한다. "스승님! 저는 도시가 가지고 싶습니다."

여기서 도시란 지금의 이스탄불, 즉 당시의 비잔티움이다. 당시 비잔티움은 그냥 도시라고도 불렸다.

생각해보면 알렉산더가 제국을 이룬 것도 20대 때였다.

나이가 들면 현명해지기도 하지만, 잃을 것이 너무 많아지기도 하므로 무모해지기 힘들다.

젊은이다운 무모함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야 말겠다는 저 단순한 열정이 1,000년의 제국을 흔든다.

 

3.

이 책에서는 메흐메트에 대해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 있다.

즉 메흐메트가 술탄이 되고 난 이후 다른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형제들을 모두 죽였다는 대목이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메흐메트라서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오스만 제국의 정치가 원래 그러했다.

모든 술탄은 즉위하면 자신의 형제를 죽이는 것에서 시작했고, 그것을 당연히 여겼다.

이것은 술탄의 권력 강화를 위한 관행이었고, 모든 술탄이 그러했다.

다만 오스만 제국 후반기로 가면 이 제도의 맹점이 드러나게 되는데, 한 술탄이 후사 없이 갑자기 죽거나 해버리면 다음 대 술탄을 구할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위기가 몇번 오면서 오스만제국 후대로 가면 술탄의 형제를 죽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그게 진짜로 웃긴데

후계자를 빼고 술탄의 아들들을 모두 하렘에서 키우는 것이다.

하렘 안에서만 키워서 세상도 모르고 정치도 모르고 그야말로 엄마의 치마폭안에서만 자라는 도련님들로 만드는 것으로 술탄의 경쟁자를 견제하였다.

그런데 어쩌랴?

현 술탄이 키운 후계자가 똑 떨어지면 그 하렘에 있는 도련님이 다음 대 술탄이 되어야 하는 것을....

오스만 제국 말기에 유능히 무능한 술탄이 연거푸 등장하는 건 바로 이 이유때문이다.

 

 

4.

어쨌든 이 책에서 얘기하는 대로 메흐메트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비잔티움을 공격한다.

저 성벽을 공격하기 위해 헝가리인 우르반이 만든 대포를 앞세우고...

 

 

이스탄불의 1453박물관에는 이 대포와 대포알을 복원한 것이 전시되어 있다.

저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포탄을 앞세우고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비잔티움은 정복되지 않는다.

 

 

 

5.

이 때 메흐메트는 기상천외한 한 수를 생각해낸다.

제노바의 용병들이 지키고 있던 만 골든혼으로 군함을 띄워서 적의 허를 찌르겠다는 것.

그러면 골든혼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골든혼의 입구는 커다란 쇠사슬로 막아져 바다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배를 산으로 보내는 것

아래 사진처럼 육지에 레일을 깔고 숲을 갂아서 배를 옮기고 골든혼 안쪽으로 내려보낸다.

이 작전은 비잔티움 공략전의 승부가 갈리는 지점이다.

 

 

그리고 운명의 날

누군가 실수로 닫는걸 깜박한 작은 개구멍.

그것이 비잔티움, 1,000년의 도시를 마지막으로 이끈다.

 

6.

이스탄불에서 택시를 탔다가 아주 유쾌한 택시기사님을 만났다.

안되는 영어로 - 그분도 짧은 영어, 나도 짧은 영어, 우리는 단어로만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다. -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 참 인상적이었던게 이분이 1453년의 비잔티움 함락에 대해서 너무 너무 자랑스러워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순신장군 학익진, 명량대첩 이런거 얘기할 때 나타나는 표정이 그분의 얼굴에 떠올랐던 것.

이후 여기 저기 다닐때마다 1453년의 흔적을 찾고 다녔는데 생각보다 많았었다.

유럽인인 츠바이크가 보는 전쟁과 오스만의 후예, 터키인들이 보는 전쟁은 다르겠구나.

 

7.

이후 이스탄불은 오스만 제국의 명실상부한 중심이 된다.

지금은 수도가 앙카라이지만, 그리스와의 영토분쟁에서 터키는 이스탄불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터키 남부 코앞 바다의 많은 섬들을 그리스에게 내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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