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정치 - 자유와 연대를 위한 신학적 제언
이용주 지음 / 동연출판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위일체 창조자의 대리인으로서 인간은 선과 악의 능력(가능성)이라는 자유로 

이 땅에서 자유와 연대라는 사랑의 정치적 행위, 교회적 삶을 실현해야 한다.”

 

1.

본서는 저자인 이용주 교수(숭실대학교 인문대학 기독교학과 조직신학)가 지난 2009년부터 2021년에 걸쳐 발표한 논문들을 취합하여 엮은 모음집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자신의 신학 함의 궁극적 주제에 대해 신학의 알파와 오메가는 자유이다.”(5)라는 명제로 명시한다. 이 명제는 독일관념철학자인 셀링 철학에서 차용하여 재서술한 문장이다. 저자는 이 책을 구성하는 각 논문에서 자유, 때로는 명시적으로, 때로는 함의적으로 서술한다. 이를 통해 자유의 철학적 관념과 신학적 관념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입증한다. 각기 다른 주제들을 다루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하나의 논지로 잘 엮여 빛나는 보석처럼 일관되게 구성되었다.

 

2.

이 책의 핵심 논지는 다음 몇 개의 연속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신학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하나님의 자유로운 은총의 삼위일체적 활동을 합리적으로 진술하여야 한다. 이런 삼위일체적 신학에 근거해 교회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자유로운 삶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을 과제로 삼는다. 그 과제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자유에 근거하여 사람들과 이 세계가 상호간 자유로운 친교의 공동체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 활동은 자유의 종착점으로서 사랑과 연대의 현실화이다. 사랑과 연대는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공동 삶의 형태로 가시화된다.

 

3.

이런 논지를 효과적으로 논증하기 위해 저자는 성서에 견실하게 터를 세우고 독일 관념론자인 셀링, 창조주의적 관점을 삼위일체론에 적용하여 신과 인간과 창조 세계를 탐색한 판넨베르그, 사회주의적 사상을 신학과 목회에 접목한 하르낙과 바르트의 주장들을 그들의 글과 책, 다양한 문서들을 자세히 읽으며 조직신학적(또는 역사신학적)으로 치밀하게 다룬다. 이런 읽기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천 대안으로서 루터의 신앙과 실천의 관계, 바르트의 신학 사상 초기부터 감지되는 사회적 관심을 재조명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신학적 사고와 대안이 어우러진 결과로서 정치 체제 중 하나인 사회민주주의 정당 활동을 실천 사례로 제시한다.

 

4.

이처럼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철학과 신학의 상호 관계를 깊이 탐색하고 독일이라는 특수한 국가 상황에서 발생한 신학자들의 분투를 적극 반영한다. 이런 저자의 노력에 의해 이 책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가진 교회론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을 전환시킨다. 저자는 그동안 한국교회 신앙이 이 세계의 다양한 현실에 대해 스스로 함몰된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부정과 두려움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신학적 관점에서 적확하게 짚는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교회(와 신앙인)가 세계 밖이 아니라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와 인간과 함께 활동하는 하나님의 자유를 생동감있게 체감하도록 추동한다. 그리하여 교회(와 신앙인)는 그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자유로운 신앙인(인간)으로써 이 세상과 기꺼이 대화하고 섬기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런 일련의 교회의 삶에 신학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동기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서의 자유론은 자유에 근거한 교회론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그리스도인 개인에게, 또는 목회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5.

이 책의 서술 특징과 관련해서 덧붙일 것이 있다. 저자의 글쓰기 전략은 본서를 이해하는 데 적절하다. 사실, 각 논문들은 조직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아니라면 단번이 이해하기 힘든 주제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염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저자의 각 논문들은 일정한 서술 형식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일단 각 논문에서 저자는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논지를 명확하게 밝힌다. 이어서 그 논지를 입증하기 위한 논거들을 변증법적으로 서술한다. 해당 주제를 요약하고 그에 반대되는 주장, 그리고 그 주장들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주제를 요약, 결론짓고 그 주제가 가진 함의와 한계를 함께 제시한다. 따라서 일반 독자는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자료들과 문서들을 느슨하게라도 따라가다보면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6.

본서는 415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은 저자의 관점이 드러날 수 있는 방식으로’(6) 재수집, 배열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관점이란 자유가 신학의 출발점이자 목표라는 것이다. 실제로 독자는 1장부터 15장까지 자유로부터 시작하여 자유로 마감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저자가 천착하는 자유개념의 출발은 프리드리히 빌헤름 요세프 셸링(Friedrich Wilhelm Joseph Schelling, 1775-1854)자유론이다. 마감은 삼위일체적 창조자와 유비되는 신-인간-세계의 연대로서 현실의 사회민주주의다. 무엇보다 독자들은 이 15개의 장을 하나씩 읽어나갈 때마다 그것을 디딤돌로 삼아 현실 교회의 궁극적 지향점이 자유의 실현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적확하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7.

이런 주제에 효과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서론격인 “1(1-4) 셀링과 신학을 세밀하게 읽는 것이 유익하다. 다만 1부의 제목이 셀링신학이라는 것을 유의하는 것이 좋다. ‘셀링의 신학이 아니다. 비록 신학으로 출발했던 셀링이지만 그의 태도는 점차로 독일 관념론 철학자로서 신학을 철학의 틀 안에서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출발인 자유론역시 철학이라는 큰 틀에서 신학적 개념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점이 독자들에게, 특히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셸링이라는 학자는 물론이고, 그 철학적 신학이라는 서술 방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자의 조직신학적 탁견과 세밀한 서술 덕분에 이런 낯섦은 단숨에 불식된다.

 

8.

실제로 셸링은 신학 영역에는 잘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 철학 분야에서야 어느 정도 그 입지가 명확한 상황이겠지만, 신학 영역에서는 셀링의 철학은 여전히 탐구불모지이기 때문이다. 셸링을 신학 주제로 다루는 학계의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인 이용주 교수가 누구보다도 기독교 신학에 근거한 셀링의 철학을 치밀하게 논구한 학자일 것이다. 저자는 지속적으로 셸링의 철학으로부터 신학으로 이행되는 주제를 천착해왔다고 할 수 있다.(이 책에 앞서 저자는 셸링과 관련하여 셸링 철학의 역사적 발전에 대한 신학적, 체계적 해석에 관하는 논문을 독일 튀빙겐 대학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국내에서는 셸링과 관련된 다음 책을 번역했다. Hans Michael Baumgartner/Harald Korten, 이용주 역, 셸링Schelling-절대자와 자유를 향한 철학(서울:동연, 2013). 원제 Friedrich Wilhelm Joseph Schelling(München: Beck, 1996)

 

9.

무엇보다 지난 15년간 저자가 셀링과 관련되어 국내에서 발표한 소논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특히 선과 악의 문제를 창조신학적 관점에서 서술함으로써, 악을 이해하는 교회의 기존 관점을 각성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학문적 기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본 서에서 저자가 1부에 배열한 논문들은 셸링의 철학에서 주장하는 자유론의 개념을 신학적으로 적용한 심도있는 연구결과들이다. 독자들은 악의 문제를 신의 관점과 연계하여 서술한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4장 악의 문제와 신-셸링의 자유론을 중심으로”).

 

 

10.

이제 본서의 구성을 잠시 살펴보려 한다. 큰 틀에서 본서는 셸링의 자유론의 개념을 창조신학과 연계하여 ()’을 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11). 이어 논의를 심화 확대시켜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히 지향해야 할 삶의 문제를 정치와 연계한 삼위일체 신론을 다루면서 그 정치 영역의 한 대안으로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415). 즉 본서는 전반적으로 창조신학적 관점에서 시작된 신() 이해가 사회민주주의라는 구체적인 정치 체제를 예로 들어 가시화되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 처음과 마무리 주장 사이를 연결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창조신학적 관점에서 이해한 인간에 대한 논의다.(2부 창조와 인간 특히 6, 7, 8). 주목할 것은 이 단락에서 저자는 고전적인 인간 이해로서 창조신학적 관점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관점에서 오늘날 새롭게 제시되는 트랜스/포스트 휴머니즘에 근거한 인간 이해를 아울러 비판적으로 성찰한다는 점이다.

 

11.

저자는 이런 구성틀을 책 제목에 이미 밝혀 두었다. ·인간·정치-자유와 연대를 위한 신학적 제언.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제목 속에는 신, 인간, 정치라는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제목은 인간과 이 세계 안에서 실현되어야 할 궁극적인 신앙삶인 자유연대의 실체가 정치라는 항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예시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논의와 다소 이질적인 주제도 있다. “3부 자유주의 신학이다. 저자가 이미 밝힌 대로 이 단락은 한국 교회 상황에서는 쉽게 동의하지 않을 주제다.

 

12.

그러나 오히려 이 책의 특장(特長)은 바로 이 '3부 자유주의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자유주의 신학은 오히려 자유의 확장이라는 근대적인 사회 변화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복음의 정신에 기초하여 추동하고자’(8)했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유주의 신학을 재조명한다면, 저자의 확언대로 하나님의 자유에 기초해서 인간의 자유를 근거 짓는 것이 신학의 결정적인 과제라는 사실에 새롭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은 한국 교회가 무비판적으로 유지해온 자유주의신학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자유주의신학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제고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처럼 자유주의 신학을 천착한 3부의 세 개의 논문은 자유에 대한 철학적 신학적 담론(1-2)이 실제 사회민주주의 정치체제라는 인간의 삶의 자리(4)로 이행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특히 독자들은 ‘3부의 11장 바르트 신학에 대한 자유주의신학적 해석-렌토르프를 중심으로를 탐독한다면 이런 저자의 관점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본서는 제목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그 내용 흐름을 다음과 같은 구성틀로 이해할 수 있다.

1부 자유의 근거로서 신()

2부의 삼위일체 신의 대리자로서 인간(人間)

3, 4부 자유론과 자유주의 신학의 결실로서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政治體制)

 

13.

본서는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글이면서도 일관된 조직신학적 주제를 천착한다. 다시 말해 선과 악의 능력으로서 자유를 가진 인간은 삼위일체 창조의 신의 대리자로 이 세계에서 사랑과 연대를 토대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자유하게 하는 교회의 삶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제를 심도있게 논의한다. 이 책은 철학적 관점에 근거하여 신학적 주제를 논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신학적 관점이 철학적 주제를 상기시킨다. 학문적 주제의 통섭을 잘 보여준다. 또한 본서는 조직신학적 관점과 성서신학적 주제가 연동되고, 성서신학적 관점이 조직신학적 주제와 호응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따라서 조직 신학과 성서 신학이 교회를 위한 신학으로 조화롭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4.

다만, 본서가 다룬 주제들이 대체로 독일을 중심으로 수집된 자료라는 점은 다양한 관점의 자유론을 모색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그러나 이런 점에서 좀 더 다양한 자료들에 의해 이 논의가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즉 자유론에 근거한 ‘사회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사회적 체제는 물론이고 , 전도서 같은 히브리 성경에서 주목하는 선과 악의 문제 등과 신학적 관련성을 심도있게 모색하는 토대를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 상황에서 바르트 신학을 주목하며 추앙하는 목회자들이라면 오랫동안 경시되어온 바르트의 자유주의 신학을 재점검하고 그 목회적 장점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책의 표제에 , 인간, 정 치라고 정 치가 띄어쓰기 된 것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