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이다. 하루 해가 뜨고 진다. 앉을 겨를 없이 쉼없이 움직인다. 마침내 일손을 놓는다. 마쳤다. 여전히 맑은 저녁이다. 아침보다는 볕이 뜨거워졌지만 바람은 선선하다. 걷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조금 멀리 떨어진 전철역까지 걷는다. 이른 퇴근이라 역은 여유롭다. 

자리에 앉아 아침 그 책을 꺼낸다. 펼친다. 읽는다.

" 곤경에서 벗어나려면 그 벽에 창문을 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의미의 길을 세우고, 존재 이유를 만들어내고, 즉흥적이든 혹은 지속적이든 흥분을 만들어내고, 존재감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 결과는 때로 오래 걷기를 통해 자신 앞에 열린 길과 관계된다."
(221쪽) -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가만히 이 글을 보고 있으니 
광화문에서 부산역까지 길게 걸었던 
그 때 그 길이 스르륵 열린다. 










길 끝에는 '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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