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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많은 다섯친구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
양재홍 글, 이춘길 그림 / 보림 / 1996년 12월
평점 :
전래동화의 특징은 같은 이야기가 서로 여러 버전으로 각기 다르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의 여러 나라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고,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내용과 등장인물은 비슷하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서정오 선생님의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여러 곳에 있고
그 중에서 널리 퍼진 이야기를 적는다고 하셨었다.
이런 보편소가 널리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다보면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어쩌면
똑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로 가지를 치곤한다.
이 이야기는 [재주많은 다섯영웅]의 이야기로 임진왜란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로 그려지기도 하고
때론 나쁜 부자들을 혼내는 이야기로도 나오곤 한다.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 호쾌한 그림들과
주인공들의 멋진 활약에 열광하는 반면,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좀더 디테일한 면에 신경을 쓴다.
가령 호랑이의 표정이나 힘이 센 단지손이, 콧김이 센 콧김손이, 오줌 많이 누는 오줌손이, 배를 메고
다니는 배손이, 무쇠신을 신은 무쇠손이 등의 등장인물의 행동 하나 하나에 신기한 듯 듣고 있다.
옛말에 사내대장부란 말이 있고, 그들의 모험은 행복하면서도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 일면 성장동화의
일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가 곁들여 있어서 일 지도 모른다.
[재주많은 다섯영웅] 에서는 현실을 극복하고 이끌어갈 강력한 영웅이 나타나길 바랬다면
이 동화에서의 다섯친구들은 어쩌면 아래서부터의 권력정복의 한 화신은 아니었을까.
'왕후장상에 씨가 있나' 라고 주장하던 민초들의 오랜 염원들이 그런 식의 멋진 인물들의 이야기로
서러움과 힘듦을 감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하면서 뜬금없이 해본다.
어떤 이야기던지 분명 생각거리들이 많고 다 바라보는 것이 다르지만, 전래동화처럼 무궁무진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전래동화를 어떻게 만들고 현실에 맞게 재단하는가는 우리 동화책이 가지고 있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이야기를 죽이는 그림과 구성의 책들을 보면서 서글프다.
재작년에 [팥죽할머니와 호랑이]가 멋진 그림과 내용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았듯이 다른 책들도
어서어서 좋은 책으로 재탄생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