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 10개의 질문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한참 생각했는데, 특별히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방 안에서 독서대를 세우고 책을 읽습니다. 차 안이나 비행기 안에서는 쉽게 피곤해져서 잘 읽지 않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서가 옆에 서서 책을 읽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워서 벌서는 아이처럼 책을 눈높이에 들고 팔을 후들후들 떨며 읽을 때도 있습니다. 여하간 제 생각에 책 읽기가 가장 유용할 때는, 노트북 전원을 눌러놓고 부팅되기를 기다리는 순간입니다(노트북이 다소 오래되어서요). 순간이라고 하기에는 길고, 시간이라 하기에는 짧은 몇 분동안 한 쪽 정도 책을 읽습니다. 부팅이 끝나고 몇 분 더 읽던 것을 마저 읽기도 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크레마를 선물 받은 후 한 동안 전자책만 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주로 종이책을 봅니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이 더 예쁘고, 손에 닿는 질감이 있는 확실한 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메모는 하지 않지만 밑줄은 그어 둡니다. 떠오르는 단상은 수첩에 메모합니다. 책을 접지는 않습니다. 도그지어를 시도해보는데, 항상 내키지 않아서 접었다가 다시 펼쳐놓습니다. 대신 중요한 구절이 있는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둡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엊그제 침대를 방에서 치워버려서 침대가 없습니다. 머리맡 대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행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필경사 바틀비>, <이만큼 가까이>, <나홀로 제주>. 지난 주부터 나쓰메 소세키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을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두 시간 전 알라딘에서 당일 배송으로 받은 책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개인적으로 서재가 없습니다. 책장으로 둘러쌓인 방에 식구들의 온갖 책이 모여 있습니다. 책배열은 소설은 소설끼리, 에세이는 에세이끼리 모아놓는 식입니다. 책은 일단 다 읽고 중고서점에 팔거나 마음에 드는 책은 소장합니다. 십여 년 전부터 책을 사서 쌓아두는 습벽이 있어 요즘은 조금씩 고쳐보고 있습니다. 일단 오래 갖고 있었지만 읽지 않은 책들을 중고서점에 팔고 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밥이 줄지 않는 기분이 들 때처럼 책을 팔아도 팔아도 줄지 않는 기분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아주 어렸을 때는 책을 안 좋아했습니다.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읽기는 했지만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좋아한 책은 어쩌면 중학교 도덕 교과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의 청사진'이라는 단어가 멋져서 그 페이지를 여러 번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중학교 도서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을 빌려 읽고, 소설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은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소설도 꽤나 읽고 있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혹시 그런 책이 있을까 싶어서 방금 책장을 뒤져보고 돌아왔는데,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책이 없다니 저야말로 섭섭해서 이 질문에 길게 답변할 수가 없습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김연수 소설가를 만나고 싶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소설가의 체력 같은 것(탄력이나 끈기 같은 것)은 어떻게 길러지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라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썰을 여러 번 풀었지만, 한국 소설가는 어떻게 달리고 어떻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소설을 써나가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무엇을 드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내친 김에 한국 작가들은 무엇을 먹고 글을 쓰는지 탐구한 책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인간의 조건>입니다. 한나 아렌트와 에릭 호퍼가 아니라 한승태 작가의 책입니다. 재작년에 구입하고,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금정연 서평가의 서평을 읽고 꼭 읽으리라 생각했는데, 자꾸 미뤄지는 책 중 하나입니다. 서평을 다시 읽고 독서 의지를 불태워야겠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몇 장 읽다가 나쓰메 소세키에 밀려 덮어두었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두 권 짜리를 다 읽을 때까지 나쓰메 소세키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잠시 밀어둔 것 뿐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쓰메 소세키의 <행인>을 읽은 뒤 집어든 책은 정세랑 소설가의 <이만큼 가까이>입니다. 내년 책의 날에는 8번 답안에 <한밤의 아이들>을 답변으로 쓰고 있을 듯 합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바슐라르의 <몽상의 시학>,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가져가겠습니다.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3권이며, 다소 분량이 두껍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을 계기로 저에게 소중한 책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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