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현정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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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말해도 날아가지 않았기에, 이 말은 계속된다. 그리고 계속되고 있으므로 알게 된다. 여전히 아프고 부지런히 위로해야 한다. 성실히 위로받아야 한다. 미아키 스가루. 이 작가에 대한 어떤 이들의 팬심이, 좀 대단하다고 느꼈다. 좋아하는 마음을 한껏 드러내도 괜찮을, 그런 뭔가가 있는 걸까. 그 기세에 밀려 앞뒤 재지 않고 미아키 스가루의 신작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를 구입했다. 읽어오던 소설과 다소 달랐다. 가볍다면 가볍지만 가없다면 정말 가없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두 사람의 불행을 너무도 쉽게 보여주고 만다. 애틋한 감정을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눈치채게 만든다. 이것은 독서의 진입장벽을 한없이 낮춘, 노골적인 전개다. 잔인한 묘사도 뭉그러뜨리지 않는다. 가혹은 흐려지지 않고, 촘촘하게 엮인다. 그것이 의외라면, 의외인 부분이었다. 철저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도중에 몇 번 책장을 덮었다. 두 번째로 책을 덮은 순간, 아마도 다시 펼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삶을 망친 사람들에 대한 잔인한 복수, 그 잔혹한 방식을 견딜 수 없었다. 그 방식이 여자 주인공인 키리코가 사용하는 양재가위처럼 날카롭게 신경을 세웠다. 하지만 언제 다시 펼쳐든 걸까. 잔인성과 가혹성에도 불구하고 키리코와 미즈호 군이 만들어내는 연약하고 기묘한 평온에 매료되었다. 결국 무심결 책을 펼쳤다 불편한 자세로 읽어 나갔다. 나중에는 독서대를 펼치고 책상에 앉아 끝까지 읽었다. 사로잡힘이 있는 가독은, 독자에게는 충분한 미덕이라 생각한다. 미아키 스가루는 그것을 해냈다. 예고된 만큼 복잡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키리코와 미즈호 군이 빠진 불가해한 함정 속에서, 나는 예고되지 못한 복잡한 심경에 자주 휩싸였다. 어찌할 수 없음을 어찌할 수 없음으로 두어야 하는 '약함'을 이겨내기 위해, 키리코와 미즈호 군, 그리고 나는 그 말을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말해도 날아가지 않겠지만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적어도 진심을 다한 위로는 지치지 않고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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