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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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7년의 밤>은 그야말로 '핫'한 소설이었다. 정유정의 신작 <28>이 나오자 사그라들었던 인기가 다시 치솟았다. 서점에 가면 <28>옆에 <7년의 밤>이 쌓여 있었다.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두껍고, 가장 빨리 읽은 책이다. 하나의 결정적 사건에서 시작되어 이야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을 이토록 치밀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는 소설이다. 나도 모르게 백 페이지가 넘어가 있을 때는, 나 자신이 그렇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아니다. 깨닫고 보니 소설이 압도적인 것이다. 독자를 압도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에는 늘 일장일단이 있다. 읽고 있는 동안 독서 감각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 그러나 읽은 후에 아주 개운하다. 뭔가를 생각하려해도 머리가 깨끗하다. 소설이 모든 걸 다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이건 순전히 개인의 취향 탓일 수 있다. 나는 섬약한 인간이라 너무 큰 이야기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작은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킨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솔직한 반응은 이렇다. <7년의 밤>에 온 신경이 휩쓸렸다. 잠들기 전에 읽으면 꿈을 꿀 것 같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읽었다. 최현수가 너무 불쌍하고 지독해서 마음이 쓰였다. 한 불우한 인간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만큼 철저히 보여주는 소설도 없을 것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취재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나의 첫 예감은 맞았다.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읽어야 해서 읽은 소설이라는 것. 소설에 쏟은 작가의 공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오직 작가라는 타이틀 아래 문장적 감각만으로 소설을 써나가는 작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작가란 존재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7년의 밤>을 다 읽고 <28>을 읽으려다 첫 장을 읽고 그냥 뒀다. 아직은 <7년의 밤>을 보낼 수 없다. 밀어닥치듯 읽어서 소설이 소설을 밀어내지 않도록 얼마간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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