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곧 삶인 여자.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랬는데,
정확히는 열일곱 살에 친구한테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선물받은 시점부터이다.
그러나 더 막연하게 따져보자면 그것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전혀 무섭지 않은 아동 흡혈귀물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혼혈인 친구와 교내 책장터 행사 에서 각자 한 권씩 책을 사서
난 이거 샀다, 넌 뭐 샀니, 하던 시절부터이다.
(그때 내 친구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초등용 버전을 샀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난 속으로 얘 뭐야, 장난 아니네, 라고 생각했었다.
그애는 영어도 잘했으니까.)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정말 중독된 사람처럼 거의 모든 종류의 책에 집착했고
지금은 오히려 책을 갖다 버리는 데 집착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책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졌다.
(소유하게 되면서 더 사랑하게 되었으니
확실히 난 유물론적이다.)
최근에 내가 사랑한 책들의 목록;
하인리히 뵐의 소설 두 개,
하루키의 소설 그리고 에세이,
잡지 나일론,
그리고 앤 패디먼의 에세이를 오늘 부로 추가시킨다.
그러니까 이 에세이에는 내가 항상 만나고 싶었던 기질을 가진 그런 남자를 만난 그런 여자가 있기 때문에 읽는 동안 행복하다.(현재형이다-절대 과거형인 '행복했다'라고 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앤처럼 모든 문서에 등장한 오탈자에 촉을 세우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었고
(그러나 자신이 작성한 문서에는 어쩐지 관대하다..)
몇 살 때 어느 계절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 늘 기억하고 있다가
시기적절한 순간에 말할 수 있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었고
같은 것을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약간의 논쟁이 예상되지만
그러나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과 결국 함께하게 되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되어가는가,
그렇게 존재론적 물음으로 나아갔다.
그래도 전혀 심각하지 않으니까 괜찮다.
다가올 가을에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게되지 않을까..
하루키를 비타민처럼 읽던 그 시절처럼,
(책장이 아니라 약상자에서 책을 꺼내는 심정으로)
지금 나에게 이게 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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