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수수께끼 > 가짜 고구려 불상...정말인가? 가짜인가? (2)

  (1)편에 이어 북한의 불상이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불상의 형태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신문에 난 사진을 옮긴 것인데 좌측이 북한의 문화재라고 주장하는 <연가7년명 금동일광삼존상>이며 <우측이 우리 국보 72호로 지정되어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계미명 금동삼존불상>입니다.

신문사진을 스캐닝해서인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좌측의 북한 유물은 우측의 유물보다 비교적 정교하게 제작이 되었습니다.

 똑 같아 보이는 두 개의 불상은 인물의 선이나 옷자락, 그리고 광배(인물상 뒤어 있는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의 것은 인물도 선명하고, 옷 주름이나 손의 모습이 비교적 상세하게 표현이 되어 부드러움 보다는 날카로운 면이 돋보이는 편이며 오른 쪽의 국보 72호는 연꽃 대좌를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편입니다. 이런 면 이외에는 광배에 담겨있는 문양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북한의 유물에 나타난 광배의 문양은 선(線)의 형태가 강하게 나타 난 문양이며, 우리 국보는 선이 아니라 낮은 돋을 새김을 하여 화염의 형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유물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또렷함이고 남한의 유물은 부드러움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을 드린것은 두 유물을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우선은 국보 72호로 지정된 <금동계미명 삼존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알아보겠습니다.



좌측의 사진이 바로 국보 72호인 <금동계미명삼존불>입니다. 이 불상은 구리로 만든 불상에 금을 입힌것으로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양쪽에 보살이 있습니다. 높이는 17.5cm이며 광배만의 높이는 12.5cm로 광배가 전체 높이의 약 2/3 정도 됩니다. 이 불상은 중국 남북조 시대에 나타난 삼불상 양식을 따른 삼국시대 작품입니다.

 가운데 석가여래의 갸름한 얼굴은 약간 앞으로 숙여져 예불을 드리는 중생을 굽어보는 형식이며 입가에는 살짝 웃는 미소를 머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소는 서산에 있는 삼존불의 미소(이 미소를 김원룡 박사는 '백제의 미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처럼 신격화보다는 인간에게 친밀감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석가여래의 머리부분 뒷편에 둥근 형태는 두광(頭光)이라하여 성스러운 부처의 머리 윗쪽에 남는 서기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이 두광은 4개의 동심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맨 가장자리의 원 안에는 연꽃과 당초, 인동초 문양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뒷편은 몸의 서기를 나타내는 신광(身光)인데 불꽃(火焰:화염)무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삼존불은 대좌와 본존, 그리고 광배를 각각 따로 만들어서 꼬다리로 조합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부분별로 주조하면 보다 섬세하게 만들수 있는데 이와는 반대로 <연가7년명 금동불>은 전체가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이 불상에서 자세히 살펴 볼것은 이러한 문양이 선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주물에 의하여 많이 또는 조금 튀어나오도록 제작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양각, 또는 돋을 새김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불상의 조성은 주로 밀랍을 이용해서 기본적인 조형물의 바탕을 만든 후에 틀을 만들어 구리를 녹인 물을 부어 만든 것입니다. 북한의 유물은 방법은 같은 방법을 사용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밀랍을 이용한 바탕의 틀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밀하게 양각의 형태로 만들지 못하고 선을 그은 것 처럼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불심이 깊지 않은 사람이 제작을 했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옛날만한 세밀한 기술을 발휘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진정으로 부처를 섬기기 위해 만들었다면 북한의 유물과 같이 대충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불상을 비롯한 종교와 관계돤 것의 조성에는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하며, 마음마저 정갈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대충대충 하지는 않기 때문에 불심과는 관계 없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이 되는 것입니다.


 

 

 

 

 

 

 

 

 

 

 

 

 

  위의 좌측 사진은 본존의 세부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육계라고 부르는 머리위의 살상투가 둥근 공모양을 하고 있으며 얼굴의 세부 표현은 인자한 표정으로 상당히 섬세한 표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측의 사진은 광배의 뒷 부분인데 윗쪽에는 명문이 있고 아랫쪽에는 본존과 연결하는 꼬다리가 있습니다. 이 삼존불의 광배 뒷면에는 모두 17자의 명문이 음각되어 있는데 1자는 아직까지 판독되지 못하였습니다. 음각된 명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癸未年十一月一   日寶華爲亡  父趙ㅁ人造(계미년 11월 1일에 보화가 돌아가신 아버지 조ㅁ인을 위하여 만들다)                 * 명문중 'ㅁ'은 아직 정확하게 판독이 되지 않은 글자 입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신문에 게재된 사진으로 봐서는 두 불상의 형태는 비슷하나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더 중요한것은 광배의 뒷쪽에 있는 명문(銘文)입니다. 북한 유물의 명문은 위의 명문이 아니며  <연가 7년명 금동여래입상>의 명문을 그대로 배꼈다는 것입니다. 국보 119호인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의 광배 뒷면에 어떤 명문이 있기에 그 명문을 그대로 배낀 가짜라고 하는지..... 그 이야기는 (3)편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如       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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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수수께끼 > 가짜 고구려 불상...정말 가짜인가? ( 1 )

  지난 달 4일 조선일보에는 "서울온 北 고구려불상은 가짜"라는 제목으로 A21면에 제법 크게 기사를 실었습니다. 작은 제목으로는 '장충식 교수"南 불상 베끼다 틀린 명문 새겨"'였는데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4월 9일부터 제기동의 한솔동의보감에서 열리고 있는 '2004 남북공동기획 고구려문화전'에서 전시중인 고구려 불상에 대하여 그 진위를 논하는 글이었습니다. 어느 전시회에 전시중인 작품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전시회가 개최될 때마다 가끔은 이런 문제가 대두되어 전시 주최측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가지를 예로 든다면 국전에서 대상을 받은 '지하철의 모습'이라는 유화작품이 사진 작품을 보고 그대로 베꼈다고 해서 대상을 취소해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심사위원회의를 했지만, 어차피 화가는 사물을 보고 그리는 것이며, 그림에서의 예술적 창의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로 삼을 수 없다고 해서 그대로 놔둔 적이 있었고(물론, 저는 사진도 보고 회화도 보았지만 표현 방식의 차이일뿐 완전히 똑같은 작품이라고 봐야될 정도였으며 제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대상 자격을 박탈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류화가 천경자의 작품을 두고 본인이 가짜라고 주장하여 한동안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가 결국은 작가가 우리 나라 땅에서 사는것이 싫다고 조국을 버리고 해외로 나간적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문화재 분야에서는 김정희의 글씨와 겸재 정선의 그림에 대해 모 전문가가 시중에 나도는 것들은 모두가 위작이거나 가짜라고 해서 온통 바글바글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시회에 전시되어 있거나 경매장 등에 나오는 작품에 대하여 가짜 운운하는것은 자칫 전시 관계자와 등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함은 물론이고 학문적으로는 확실한 문헌근거나 입증할 방도를 마련치 않는다면 오히려 역공속에서 헤어나기 힘든 지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기에 상당히 조심을 해야 할것입니다. K박물관의 C실장이 자신이 가장 뛰어난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겸재 그림에 딴지를 걸었다가 무척이나 혼이 난 적이 있었는데 진위를 구별하는 명확한 방법이 없는 한은 차분히 그 진위를 다져보는 학문적인 전개절차를 거쳐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것입니다. 고구려 불상이 가짜라고 지적한 장충식 교수는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나름대로 불상과 석조물에는 정평이 있으신 분으로 문화재위원이며 개인적으로는 제 은사의 한분이시기도 합니다. 처음 이 기사를 접할 때...깜짝 놀랐습니다. 함부로 그런 논리를 전개하실분이 아니신데 단정적으로 가짜라는 말씀을 하셨고 이것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보도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가짜다 아니다..라는 논란의 대상이 된 전시품은 북한에서 가져왔다는 <연가7년명 금동일광삼존상>인데 이 전시품이 우리 나라의 국보 제 72호인 <계미명 금동삼존불상>을 그대로 본 뜬 뒤, 국보 제 119호인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의 뒷면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그대로 음각한 짬뽕의 성격으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기사의 옆에는 우리 나라 국보와 전시중인 북한의 문화재를 나란히 싣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언뜻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자세히 살펴보면 많이 다른것을 알 수 있는데 주최측에서는 "유물에 새겨진 명문은 후대에 새겨졌다는 의문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유물 자체가 문제가 있는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하여 유물 자체는 고구려 유물이 맞다고 강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짜라고 주장하는 측은 이 유물이 1960년대 이후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시 유물이 가짜라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전에는 국보로 지정되었던 "별황자총통"이라는 조선시대의 대포가 가짜로 밝혀지고 이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킨 주동인물인 해군 대령이 구속이 되고 이를 만들어 준 기술자(?)들이 구속되기도 했었고, 이로 인하여 당시 지정을 위한 심의에 참석했던 문화재위원들은 그 명성에 완전히 X칠을 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만큼 문화재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에 의심을 가게 만든것은 물론이고 국보로 지정 당시 시중에 가짜라는 말이 떠돌았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던 문화재청도 많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유물이 가짜다 아니다 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접근을 해야 할것입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몇 차례에 걸쳐 관련되는 사진과 관련 학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진실은 무엇인가에 접근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학술적으로의 전개는 다소 무거울것 같아 가능하면 알기 쉽도록 풀어가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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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발~* > [펌] 조심해야할 인터넷 헌책방

2. 다음으로는 도움이 안 되는 곳, 조심해야 하는 인터넷 옛책방 이야기입니다.


인터넷 고서점은 자료나 학문 연구를 하는 분들이(서울과 지역 모두) 어떤 책이 없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잘 살펴서, "막상 찾으면 보이지 않고, 평소에는 흔한"
조금 값나가는 책을 몇 갑절 뻥튀기를 해서 높은 마진을 붙여 팔곤 합니다.

책마다 값과 값어치가 있기 마련이고, 헌책방마다 다 다른 책값을 붙입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하는 얼개를 악용하는 일은 썩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바람직이라... 바람직을 안 좋아하는 쥔장이 이런 말을 쓰니 참 얄궂네요.
뭐랄까요. 속임수랄까요? 꾐수랄까요?

책을 팔고자 하면 얼마든지 팔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이라면 누구에게든 팔 수 있어요.
그러나 어느 책이 이름난 작가가 썼다든지, 첫판(초판)이라든지,
판이 끊어진 책(절판)이라든지, 찍은 부수가 얼마 안 된다든지,
지은이 서명이나, 책을 받은 유명한 사람 이름이 들어갔다든지...
이런 까닭 몇 가지로 책값을 터무니없이 받는 곳도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나라 인문사회과학 책이라든지,
웬만한 고서라 하는 책은 '잘 안 팔렸기' 때문에 '첫판만 있는 수'가 잦습니다.
그래서 외려 2쇄나 3쇄가 드물고, 4쇄나 5쇄는 아주아주 적기도 해요.
그래서 희귀성 값어치로 치자면 2쇄나 3쇄가 더 높은 값어치를 지니기도 합니다.
(첫판은 3만 부 찍고, 2쇄는 1000부 찍었다고 생각해 보아요)

또한 어떤 책은 '팔렸다'고 말하며 "재고없음"으로 올려놓았지만,
실제로는 팔리지 않은 책인데, 그렇게 해 놓고 마치 잘 팔리는 책인 듯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목록에 올리며 책값을 올리는 수도 있습니다.
굳이 책값을 올리지 않아도, 올리기 무섭게 품절이 되었다가 금세 새로 목록에 뜨는 책 가운데
이런 책이 많습니다. 완전히 속임수예요.
그래서 그런 사이트를 자주 쓰고 잘 아는 사람은 따로 알음알음하여
'품절로 등록된 책'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둘레 가까운 곳에 증인이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산 경우를 손수 보았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고칠 문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우리네 헌책방 문화가 조금도 나아지거나 좋아질 수 없습니다.

쥔장이 이런 문제를 지켜만보다가 정식으로 내놓은 데에는
<길창덕 만화-꺼벙이,기린원(재판)>라는 책을 이곳(노마드북)에서
터무니없는 값을 붙여서 올렸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정식 첫판도 아니고,
1986년에 '기린원'에서 복간하면서 널리 퍼진 이 흔한 만화책을
무려 5만 원에 올려놓았거든요.
뭐, 5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올리는 사람 마음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길창덕 씨가 그린 만화책 가운데 1970년대에 나온
"훨씬 더 드물고 소중한 사료 값어치가 있는" <순악질 여사,백제>는
1980년대 재판본 <꺼벙이> 값의 1/2도 안 되었습니다.
더구나 1980년대 재판본 <꺼벙이>는 1,2,3권 모두 있는 것도 아니고
딱 하나만 있는 짝퉁인데도 말입니다.
(헌책방에서는 '여러 권 완본'일 때는 값이 오르지만 '짝퉁'일 때는 값이 떨어집니다.
안 그런 책도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요)

쥔장이 문제 삼은 뒤에 그 사이트에서는 이 책값을 슬그머니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다른 인터넷 고서점 사이트에서도
길창덕이니 김수정이니 박수동이니 허영만이니... 이런 만화가 1980년대 흔한 책도
몇만 원씩 붙여서 파는 게 유행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만화 수요가 늘어서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제대로 값을 붙여서 귀한 옛책으로 대접할 책을 대접하는 것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영리와 돈에 마음을 빼앗겨
흐리멍텅한 장삿속으로 헌책방과 옛책방을 물먹이는 짓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은 하루빨리 사라져야겠고,
올바르면서 아름다운 책장사로 거듭나야 할 줄 압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노마드북> 문제만 이야기했으나 다른 인터넷 옛책방이나 헌책방
가운데에도 너무 높거나 지나친 값을 붙이는 문제뿐 아니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모습이 많아요. 그런 문제들... 그냥 보아넘기는 일은 옳거나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곪은 자리는 칼로 도려내야 합니다. (2003.11.13) / (2004.5.11.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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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옛책방들을 다닐 때에는 조심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 나라는 헌책방이나 옛책방 문화가 튼튼히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다지 값어치가 있지 않은 책을 `그 책을 바로바로 사야 한다'는 까닭 때문에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쓸 위험이 있습니다.

-> 노마드북

그런 위험성이 짙은 곳 가운데 하나로 <노마드북>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위험성이 짙기 때문에 따로 사이트 주소는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책들을 살피면 책값은 비싼 편이지만 찾기가 힘들어서
많은 다리품을 팔지 않고 즐거이 살 수 있는 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책들은 책이 지닌 값어치나 시중값보다 지나치게 높게
매겨져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헌책방을 즐겨 다니는 분들로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책들이지만
헌책방이 없는 전국 곳곳에 계신 분들로서는 찾기가 어려운 책들이 있어요. 흔하지만요.
그런 책들이 여러 인터넷 헌책방이나 옛책방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책값으로 올라와 있는
때가 잦습니다.

나아가 책마다 책 값어치를 올리거나 제대로 된 값어치를 매기는 일은 좋지만,
아직 `고서'라 하기에는 이르거나 알맞지 않은 책을 품절이나 절판된 `유명작가' 책이라고 하여
뻥튀기 값이 붙기도 합니다.

책마다 지닌 고유하고 아름다운 값어치를 살리는 일은 자연스러우며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를 너무 장삿속에 기울여서 값을 헤아린다면 상행위와 헌책방 유통 구조를 흐리는
나쁜 짓이 되고 맙니다.

지금 <노마드북>은 그런 상행위를 흐리고 책값을 뻥튀기 하는 일에 적잖은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너무 낮게 매겨져 있는 한국 책값을 차츰차츰 올릴 찾을모는 틀림없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찾을모를 몇몇 인터넷 옛책방에서 경쟁이나 하듯 지나치게 올리는 일은
조금도 아름답거나 알맞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은 반드시 고쳐져야겠으며, 인터넷으로 상행위를 하는 책방들은
깊이 있게 헤아리고 생각해야 좋겠습니다.

책은 편집자와 책방과 독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즐기는 문화물입니다.
이런 문화물이 잘못된 독자나 잘못된 편집자나 잘못된 책방 때문에
물이 흐려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버린다면
그나마다 출판 후진국인 우리 나라가 더더욱 후진으로 뒷걸음질치면서
어설프면서 어줍잖은 출판 환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쪼록 <노마드북>이라는 곳이 이런 모자라고 아쉽고 안타까운 모습에서 벗어나
올곧고 아름다운 길로 발돋움하는 인터넷 옛책방으로 거듭나기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노마드북>이 제자리를 찾기 앞서까지는 이곳에서는 책을 안 사는 편이 낫겠다고 보며,
스스로 고치고 달라질 때까지는 이 글을 그대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2004년 5월 11일 지금 다시 살펴보아도 그닥 나아지지 않아 글을 그대로 둡니다)

~~~~~~~~~[문제가 된 책과 얽혀서 쓴 글도 붙여 두겠습니다]~~~~~~~~~~~~~~

.. 만화책 <꺼벙이>가 50000원? ..

인터넷 옛책방인 ㄴ사이트에 만화책 <꺼벙이>가 떴다. 책값은 무려 50000원.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하지만 틀림없는 `5만 원'이었다. 그런데 웃긴 일이 있다.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 다른 길창덕 씨 만화책인 <순악질 여사,백제(1979년,2쇄)>는 고작 `2만 원'인 것. 만화책 사료로 따지면 <꺼벙이>보다 <순악질 여사>가 몇 갑절 높다. 높을 뿐 아니라 무척 드물기도 하다.

사실 만화책 <꺼벙이>는 이젠 그다지 흔한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웬만한 동네 헌책방에서 1000원~5000원 사이에 살 수 있는 만화책이다. 좀 비싸게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이 드는 책값이 5000원이고 보통 1000원이나 2000원에 판다. 그만큼 흔하고 널린 책이란 거지.

하지만 만화책 <순악질 여사(길창덕 그림)>는 어느 헌책방에 가도 적어도 5000원부터 기본이 10000원은 받으며 20000원 넘게 받는 헌책방도 있다(하지만 이렇게 비싸게 팔면 누구도 사지 않는다). 그리고 이 만화책은 `없어서 못 파는' 책이라 하겠다(다만 없어서 못 파는 책이라 해도 지나친 책값을 붙이면 안 사기도 한다).

우리가 찾기 어렵고 드물고 소중한 책이라서 퍽 높은 값을 매기는 일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터무니없고 지나친 뻥튀기 책값은 아니다. 책이 지닌 값어치를 북돋우고 살리는 일은 좋다. 하지만 엄청난 바가지에다가 뻥튀기는 아니다. 그건 우리네 책동네와 책 문화를 죽이거나 짓밟는 나쁜 짓이다.

사실 <순악질 여사>라는 만화책이 드문 책이고, 나도 아직 사지 못했기 때문에 책값 20000원에 떴을 때 살까 말까 오래 망설였다. 하지만 그 책이 지닌 값어치를 살핀다면 10000원이 가장 알맞고, 아무리 비싸도 15000원을 넘기지는 말았어야 할 책이다. 5000원이야 발품 판 값으로 쳐 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정 그 책을 사서 봐야 할 찾을모가 생길 때까지는 사고프지 않다. 더 나아가 웬만한 동네 헌책방을 부지런히 다니면 1000원에도 살 수 있는 만화책 <꺼벙이>를 50000원에? 웃기고 자빠졌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우리 집에는 만화책 <꺼벙이>가 1,2,3권이 다 있다. 상태도 아주 깨끗하다. 1권은 여벌이 하나 더 있는데 무척 낡았다. 그러니 내게는 <꺼벙이>가 네 권 있는 셈이고 세 권은 짝 맞춘 판으로 깨끗한 `첫판'으로 다 있다. 그렇다면 그 책은 얼마쯤 되는 값어치일까?

내 생각으로는 만화책 <꺼벙이,기린원(1986)> 1,2,3권 짝 다 맞춘 판으로 알맞은 값어치는 5000원이다. 세 권 다해서 말이다. 바가지를 씌운다면 10000원까지는 줄 수 있지만, <꺼벙이> 세 권에 만 원을 부르면 사기 어렵다. 7000원까지는 봐줄 수 있다. 그런데 짝도 맞지 않는 <꺼벙이>를 한 권에 5만 원? 그렇다면 세 권이면 15만 원인가? 나아가 `짝을 다 맞추었'다면 값은 더 뛸 테니 20만 원쯤 부르겠다 싶구나.

한번 물어 보고 싶다. 내게는 <꺼벙이>가 세 권 아주 깨끗한 첫판으로 짝이 다 맞춰져 있으니 세 권을 단돈 `오만 원'에 사가겠느냐고 말이다.

우리 나라 인터넷 헌책방은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었다. 책이 지닌 값어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고. 하지만 지킬 것은 지키면서 책 문화를 살찌워야 할 줄 안다. 바르고 곧은 살뜰한 길로 나아가야지 싶다. 인터넷 헌책방이나 옛책방을 꾸리면서 비싼값을 붙이는 일은 사실 `전국 곳곳'에 있는 헌책방 독자 주머니를 터는 도둑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꺼벙이> 같은 만화책은 서울 시내 동네 헌책방을 잘 뒤지면 어렵지 않게 싼값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책을 어떻게 사나? 서울까지 와서 헌책방을 다녀도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차삯만 많이 들겠지. 그러니 그런 전국에 있는 독자들로서는 `오만 원' 주고 사는 편이 훨씬 값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 헌책방과 옛책방은 높은 책값을 뻔뻔스럽게 붙여서 팔아먹기도 한다. 이런 대목은 앞으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택배비나 인건비를 헤아려서 조금 이윤을 더 붙이는 일은 좋다. 더불어 이런 일은 아주 자연스러우며 당연하다. 그러나 `이윤'이 아닌 `폭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폭리'를 얻으려는 인터넷 헌책방이나 옛책방은 우리들이 `책 안 사기 운동'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몰라서' 책값을 그렇게 붙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1979년에 나온 훨씬 더 드물고 소중한 사료가 되는 <순악질 여사>보다 흔하고 널린 <꺼벙이>라는 짝 잃은 만화를 더 비싸게 값을 치는 현실은 그저 `몰랐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잘못해서 `0'을 하나 더 붙였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 책이 올라온 지도 여러 날이 지났는데 안 고친다. 나아가 `0'을 하나 뺀 5000원이란 값도 턱없이 비싸다.

제발이지 인터넷으로 헌책방이나 옛책방을 꾸리는 이들이 마음을 제대로 다져 먹기 바란다. 책 공부도 부지런히 해 주기 바란다. 나아가 `이윤'을 얻으면서 책장사를 하는 바람직한 길로 나아가면 좋겠다. `폭리'를 얻으며 우리네 헌책방 시장을 흔들고 비트는 나쁜 짓은 그만두기 바란다. 동네 헌책방을 다니며 헐값에 사서 인터넷 목록에는 턱없이 비싼값으로 올려서 높은 마진으로 소매 손님(동네 헌책방으로 손수 찾아가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도, 동네 헌책방 임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그런 악덕 장삿속을 하루빨리 걷어치우기 바란다. (200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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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뒤에 붙임) 이번이 벌써 몇 번째 일인지 모르겠다. 아주 너르고 흔한 동시집을 `이름난 작가'가 썼다는 까닭 하나만으로 `삼만 원'이란 값을 붙인 적이 있도 있다. 그 책 또한 헌책방에서 `1000원'에 팔아도 안 사 가는 그런 책이었다. 물론 책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 더불어 아직 값어치를 받지 못한 헌책에 소중한 값어치를 붙이는 일도 될 테고. 그렇지만 지킬 건 지키면서 제대로 된 책 값어치를 매기며 책 문화를 북돋워야 한다. 어줍잖고 어처구니없는 장삿속으로 헌책 시장을 뒤흔드는 미꾸라지 짓은 부디 앞으로는 없길 바란다. 앞으로 또다시 이런 나쁜 짓이 드러난다면 그때는 그곳 사이트 실명을 밝히며 "그 사이트에 올라온 책은 사지도 팔지도 않기 운동"을 할 생각이다.

출처: 우리말과 헌책방 쉼터: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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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조선인 > [퍼온글] [펌]도움이 되는 인터넷 헌책방

1. 먼저, 도움이 되는 인터넷 헌책방부터


인터넷 헌책방 가운데 목록을 많이 갖추고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번 찾는 책을 검색기로 돌려본다면 여러모로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고구마> http://www.goguma.co.kr
<남문서점(수원)> http://www.ibuybook.co.kr
<대방 헌책방(헌책음반 사고팔고)> http://www.oldbook8949.co.kr
<모아북> http://moabook.co.kr
<삼우서적> http://www.maniabook.co.kr/
<서울북마트> http://bybook.co.kr
<신고서점> http://singoro.com
<중앙서점(진주)> http://www.rorobook.com
<책사랑(인천)> http://www.booksarang.com
<책창고> http://www.bookagain.co.kr



이곳들은 책 목록을 많이 올려놓고 있습니다. 크기로 치자면 <고구마> <신고서점> <책창고>가 가장 큽니다. 하지만 작은 곳이라고 해서 뒤떨어진다기보다 또다른 내실과 재미가 있어요. 이곳을 찾아가서 검색기로 찾는 책을 살펴본 다음에, 이곳에 없으면 다른 헌책방을 찾아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리라 봅니다. 그리고 요새는 헌책방 목록을 올리며 책 설명을 올리는 곳들이 늘어나, 그런 설명을 보는 일도 여러 모로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모아북>은 문을 연 지 아직 한 해 안팎밖에 안 되었으나 목록을 놀랄 만큼 꾸준하게 많이 올립니다. 조금씩 목록이 늘어나므로 이곳도 새롭게 도움이 되는 곳으로 더해 놓겠습니다. <대방 헌책방>도 이제는 목록이 웬만큼 올라왔습니다. 다른 헌책방 가운데에도 목록을 부지런히 올리는 곳들이 있는데, 아직은 널리 나누기에는 조금 모자라다 싶어서 따로 알리지는 않겠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인터넷 헌책방은 [물 좋은 인터넷~!]이라는 게시판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다른 인터넷 헌책방 도움을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5/28) 추천하는 헌책방을 세 곳 더 넣었습니다. 경기도 수원 <남문서점>, 경상남도 진주 <중앙서점>, 서울 낙성대 <삼우서적> 이렇게 세 곳입니다.
(6/6) 추천하는 헌책방을 한 곳 더 넣었습니다. 인천에 있는 <책사랑>입니다.

부디... 헌책방에서 바라는 책을 찾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우리 말과 헌책방 쉼터,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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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낯선 이국땅에서 비명에 돌아가신 고 김선일 씨에게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김선일 씨의 죽음에 어제 모든 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졌고,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개인적,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재차 테러응징론을 내세우면서 파병을 관철시킬 뜻을 분명히 천명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히고 분노할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선일 씨가 피랍된 지난 5월 31일 이후 20여일이 지나도록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한(또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고의로 피랍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데다가, 이라크 테러집단의 철군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강경한 파병방침을 공표함으로써, 결국 김선일 씨 피살의 직접적 계기를 제공했던 노무현 정부, 그처럼 정치적으로 무책임한 노무현 정부가, 제 2, 제 3의 피랍과 피살, 심지어 대규모 테러까지 불러올 수 있는 대규모 파병을 기어이 관철하겠다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번 파병은 미국내에서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동맹국으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부시를 곤경으로부터 구해내고, 그의 대이라크 전략에 큰 힘을 실어줌으로써, 올해 말에 있을 미국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한반도 전체를 부시의 손아귀에 내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파병 결정으로 인해 노무현 정부는 지난 탄핵 정국을 통해 획득했던(또는 국민들이 그들에게 보냈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했습니다. 이번 파병 결정으로 노무현 정부는 남은 집권기간 동안(만약 이 기간이 보장된다면) 반쪽짜리 정부로, 역대 군부독재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반쪽짜리 정부로 남게 될 것입니다. 수구반동세력과 민주주의 세력 양자의 틈바구니에 끼어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한 채, 대부분의 기간을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수구반동세력의 선동에 휘둘려 놀아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를 지지했던, 노무현 정부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던 대중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번 파병 결정에 이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게 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나마 지난 50년만의 정권 교체 이후 쌓아왔던 민주적 역량을 상실한 채 다시 반동적 과거로 회귀하고 말 것입니다. 스스로 주장했던 반외세 자주와 평화,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이번 파병 결정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가치들을 보호하고 견지해내라고 여러분들이 뽑아주고 탄핵으로부터 지켜준, 노무현 정부 자신이 이 가치들을 팽개치고 배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하면서도, 그래서 결국 자신들이 피땀흘려 지켜낸 가치들을 자기 스스로 포기하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온전히 유지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이 무엇을 원했는지 기억하고 계신다면, 여러분이 평화롭고 안전한 조국에서 살아가기를 원하신다면, 노무현 정부와의 동일시를 끊어내십시오. 여러분은 노무현 씨 자신을 위해 노무현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게 아닙니다. 노무현 씨가 여러분이 원하는 평화와 개혁,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굳게 지켜줄 것으로 믿고 노무현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탄핵으로부터 그를 보호한 것입니다. 이제 그 스스로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 그를 탄핵의 나락으로부터 구해준 여러분들 자신이 그에게 부여한 임무, 여러분들의 고귀한 이상을 지키고 발전시키라고 부여한 임무를 배반하고 있는데, 짓밟고 있는데, 왜 이를 가만히 보고만 계십니까?

  이는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학생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탄핵 당할 뻔했잖아요. 그런데 국민이 살려줬으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24일 촛불집회에 왔다가 발언 신청을 한 고교생 3명의 목소리다.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시민단체 역할과 활동’이라는 사회발표 숙제를 하기 위해 촛불집회 현장을 찾게 됐다는 학생들은 <참여정부의 소신 없는 외교정책이 김씨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임고은, 전지은, 정은지(이상 17)양 등은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노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대통령이 미국 눈치만 보지 말고 줏대 있게 행동했으면 김씨는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양은 <노 대통령이 하루빨리 김씨 석방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부시 대통령과 똑같은 말만 하는 것을 보고 무척 황당했다>며 대통령의 국민 담화 내용을 비판했다. 전 양은 <김씨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며 <김씨의 죽음과 관련,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오마이뉴스』 6월 24일자 기사 중에서)
 
  노무현 씨를 지키려고 하지 마시고, 노무현 씨와 여러분의 고귀한 이상을 혼동하지 마시고, 노무현 씨의 배반으로부터 여러분의 이상을 지키십시오. 저 망나니 부시가 오늘 노무현 씨에게 감사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역사적인 반테러 투쟁에 동참해준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입니다. 이 역사적인 반테러 투쟁에, 이 야만적인 이라크 학살 전쟁에 참여하여, 끝내 망나니 부시에게 감사의 표창장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과연 부시가 표창장을 주기는 줄까요? 이 역사적인 투쟁의 업적을 배경으로 재선에 성공할지도 모를 부시가, 이라크의 침략전쟁이 끝난 뒤, 과연 노무현 씨의 은공을 잊지 않고 북한에 대한 지원과 원조에 나서게 될까요? 70이 다된 제 어머니,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전형적인 냉전 사고를 갖고 있고 한나라당 당원이기도 한 제 어머니가 오늘 9시 뉴스에 부시가 한국민들에게 감사의 서한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 “지랄하네 미친 놈. 괜히 전쟁은 일으켜서 애꿏은 사람들만 죽게 해놓고 ... 저 놈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될 텐데 ...”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무지한 노인이 훤히 알고 있는 일을 여러분이 모르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조지 부시만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망나니 조갑제가 노무현 씨를 극찬하고, 『조선일보』는 “테러에 결코 굴복 안한다”는 노무현 씨의 담화문을 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달았습니다. 여러분이 계속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매달리는 순간, 여러분이 계속 노무현이라는 허상과의 동일시에 빠져 있는 순간, 여러분은 국내의 수구반동세력 및 미제국주의의 야만적 전쟁과 객관적 동맹을 맺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노무현 씨가 스스로 이 동맹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이 노무현이라는 허상과 계속 동일시를 유지함으로써, 이 동맹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길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계속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얽매여 스스로 노무현 정권을 반쪽짜리 정권으로 만들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몇십년 후퇴시키든가, 아니면 그 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이제 여러분 스스로가, 노무현이라는 허상 없이 지켜내든가, 길은 이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파병철회를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해서 여러분들의 가치, 여러분들의 꿈과 이상을 지켜내십시오. 촛불집회는 노무현 씨를 위한 성전이 아니라 여러분의 광장입니다. 여러분이 함께 꿈과 이상을 이야기하면서 지켜낸 민주주의의 광장입니다. 다시 그 광장으로 돌아오십시오. 거기로 나와서 여러분의 꿈과 이상을 지켜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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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5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프라이즈"를 비롯한 몇 군데 올려봤더니 씨도 안먹히더군요.
다시 한번 느끼지만 정말 현재 나타나고 있는 도착적 반응들이 심각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과의 동일시 정도도 생각보다 강고한 듯합니다.

balmas 2004-06-25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걱정스러운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스스로 배반하고 잠식해버렸다는 의미에서 이제 반쪽짜리 정권이 될 게 뻔한 노무현 정부가 과연 대내외적인 수구반동세력의 광기로부터, 한반도와 국민들은 고사하고 자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상당수의 대중들(노사모 대중들이겠지요)이 노무현 씨와의 감정적 동일시에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감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비합리적 행태를 보일수록 이들의 동일시는 더 고착되겠지요). 더욱이 김선일 씨의 죽음에 대한 비이성적 반응들(테러응징론)이 생각보다 심각한데, 이런 반응들은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 외교에서 생겨난 굴욕감이 도착적으로 퇴행된 형태로 보입니다. 만약 수구반동세력과 노무현 정부, 그리고 이 비이성적인 대중적 반응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한데 결합한다면 ...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이것의 가시화된 형태가 실은 테러응징론이겠지요).

MANN 2004-06-25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징과 보복을 위해 파병하자는 국민들이 생겨나고,
정부도 파병강행입장이고 언론도 덩달아 기름 뿌리고 있고...
응징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불안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서 파병은 정말, 꼭, 막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superfrog 2004-06-25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많은 분들 보실 수 있도록 퍼갔습니다..

가을산 2004-06-2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의 우려가 제가 있는 지역의 NGO들 간에서, 그리고 한 단체 안의 개개인 시각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직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단체나 개인들은 노무현에 대한 실망보다는 '노무현 흔들기'가 가져올 결과를 더 우려하는 듯합니다. 이른바 '누구든 그 입장에 있으면 그리 했을거다', '노무현을 흔들어서 결국은 누구에게 득이 되겠는가?' 하는 논리입니다.

노무현의 평가와 기대에 대한 견해 차이가 모임마다, 회식마다, 오갑니다. 심한 경우는 설전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보적이라 자임하는 단체의 임원들까지두요. --;;

결과적으로, 김선일씨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파병 반대의 촛불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조선인 2004-06-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신랑 노사모입니다. 탄핵반대집회에 우리 가족 참 열심히 다녔죠. 지금 신랑과 난 얘기합니다. 이번엔 우리 손으로 탄핵시켜야 하나 하고...

balmas 2004-06-2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답하긴 합니다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있겠지요. 또 반드시 그래야 하구요. 노무현과 동일시하는 저 상상적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데 ...

수수께끼 2004-06-2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문제는 과거 유신반대와 같은 개인적인 사고를 가지고 참여를 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은 바로 논리적 사고의 결여라는 교육이 가져오는 비극적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생활이 나아짐에 따라 점점 더 나태해지고 스스로의 판단 능력을 갖지 못한 대중은 당연히 부화뇌동의 파동속에서 군중심리에 이끌려 주관과 줏대가 없는 조건반사적 행동을 하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모르기에 스스로가 옳은 길을 택한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서만은 아무리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도 밖으로 표현을 안하는 스타일입니다만, 과거 독재정권보다도 못한 국가 경영 능력을 보니 정말로 한심함을 느끼며, 아울러 맹목적 추종세력의 무지함에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누구나 기대는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기대 때문에 지지라는 기반이 형성이 되지만, 기대를 져버리는 행위는 단 한 단어로 귀결을 시킬 수 있는데 그 단어란 바로 "배신"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배신을 당한것을 모르고(혹은 알면서도) 지금까지의 여러 실정을 노무현은 저질러도 되거나 또는 한번에 그치는 실수로 인정해 주는 관용을 스스로 대단하게 베푸는 관용으로 착각하는 일단의 무리들에 의해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게 되는 현상을 우리 사회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 그런 고리를....그런 착각에서 헤어 날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줄지.....지금의 상황에서는 바른말을 한다해도 돌맹이 찜질을 당하는 집단성이 우세한 판이라 ....제 자신이 강아지가 아니기에 X에 다가가지 않으며 다만 피해가고 싶습니다.
제 친구 중 내과병원을 크게 운영하던 녀석이 우리 나라를 떠날 때 "나쁜 놈"이라고 욕을 했었는데....그 녀석의 옹졸한 답변에 분개를 했었는데....이제는 그 친구가 우리 나라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답답했던 순간들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군요..... 가슴 속 깊은곳에서 답답함이 폐병쟁이 십년만큼 고여 울컥~ 올라오고 있습니다....제발...토사질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balmas 2004-06-26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조심하셔야죠, 수수께끼님.^^
수수께끼님처럼 귀한 분이 그만한 일로 몸과 마음을 상하시면 안되지요.
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렵긴 하지만,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번 탄핵정국 때 많은 분들이 너무 많은 힘을 쏟아서, 지금은 좀 지친 듯합니다만, 사리분별은 정확히 하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여기 알라딘 서재 주인장 분들만 해도 모두 한결같이 사태를 정확히 판별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만큼 우리나라 시민들의 민주주의 역량이 커졌고, 이 역량은 비록 수구반동세력이 정권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희망을 갖고 힘을 한데 모은다면, 오늘의 난국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수수께끼님도 당연히 지혜와 힘을 보태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