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官學유착 정부정책 정당화
사회쟁점: 관학커넥션, 감시와 정당화의 이중적 페르소나

2006년 04월 16일   최장순 기자 이메일 보내기

지난해 많은 언론에서 한탄강댐 건설사업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소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 결과 한탄강댐 건설의 필요성이 과대포장됐다는 말과 함께, 오래됐지만 아직도 뉘앙스가 낯선 ‘토건국가’라는 용어까지 들먹이며, 官-政-建의 커넥션을 꼬집었다.


당시 건교부는 초당 2천7백톤의 홍수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그 주장의 진실성을 타진하기 위해 설계홍수량 및 홍수조절량을 정확히 산정해야 했다. 이 부분에 대해 감사원 보고서는 “임진강 전체 유역을 小유역으로 구분하고 각 소유역별 기본홍수량을 정확히 결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임진강유역 홍수피해 원인조사 및 항구대책수립’ 용역을 수주한 ○○학회는 임진강 전체를 하나의 유역으로 해석한 성과물을 제출했고, 이 성과물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건교부는 댐건설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던 것. 학계의 연구결과가 정부 정책을 완성하기 위한 불도저가 된 상황이다. 또한, 환경부는 한탄강댐의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참여한 자를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위원으로 선정해 물의를 일으켰다.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과 질책이 오가는 가운데 감사원은 정작 정권의 국책사업을 정당화시키고 독단적 개발주의에 환경영향평가 등의 ‘면죄부’를 발행하는 학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오직 해당 官署와 公社의 長에게만 시정명령을 하달해, 학계는 감사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밑그림 그리러 갔더니 색을 칠해?


行·複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ㅇ교수는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참여했는데, 이미 사업일정표가 확정돼 있었다”며 “정책 추진 과정이 독재정권보다도 더 독재적”이었다고 술회했다. ㅇ교수는 결국, 참여하자마자 탈퇴를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ㄷ학회 역시 의견차로 내분이 일어난 상황.


또 ㅇ교수는 “올해 건교부 연구개발 용역이 상당수 수의 계약으로 진행됐다. ㄱ학회 같은 경우엔 억 단위로 수주했다”며 “해당 학회 소속 교수들의 대부분 정부 정책에 대해서 호의적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처럼, 관료들은 자기가 그린 밑그림을 인정하는 학회만 선별, 계약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심한별 민주노동당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자리가 편성되기 때문에 그 주변에 있는 특정 학회로 굵직한 연구사업이 배분된다”며 “주로 국토연구원, 한국개발원이 대부분의 연구사업을 수주하는데, 그 중 지역 및 국토계획에 관한 것들은 정부의 요구에 맞춰 연구되는 게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조덕현 경실련 시민감시국 간사 역시 “건교부가 발주하는 연구사업 가운데 대부분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연구원에서 독식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연구원의 설립목적 자체가 우리 목적과 부합하는데다가 경쟁용역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연구원과 용역연구를 계약하는 형편”이라고 해명했다.


김왕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특정 집단이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고 하면, 그 집단과 계약을 맺는 것이 일정 부분에 있어 경제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연구 기관을 통해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해야 하는데 특정 연구기관에만 발주해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자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목소리 필요


이른바 官의 밥상에 차려질 ‘맞춤형’ 보고서는 각 분야에 만연해 있다는 비판이 예전부터 나오고 있으나, 심증만 있을 뿐 구체적 물증이 잡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담론의 표층에서 부유하는 두루뭉술한 비판만 쏟아지다 보니, 학계 내부의 엄밀한 자기비판이 부재한 실정이다.


“전문가들 거의 대부분이 정부와 연루되어 있고 학계 내부적으로는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비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어느 교수의 말이 학계의 ‘엄한’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하지만, 그런 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용기있게 비판하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


김병완 광주대(법정학부) 교수는 “교수들이 정부 기관에 각종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데, 그 행위 자체가 정부와의 밀착관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모든 용역 과제는 정부가 밑그림을 그려놓고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들은 용역을 따내기 위해 정부의 의도에 맞는 연구계획서를 제출한다는 것. 연구계획서가 학문적 필연성에 의해 구상되지 않고, 오직 연구업적을 위해 작성되는 바로 이 순간, 정부와 학계의 친근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김 교수는 “많은 관료들이 국립대 석·박사 과정에 적을 두고 있어 지도 교수 및 관련 학회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 사업은 첫 단추부터 친정부 성향의 인사에게 수주될 수밖에 없고, 공무원들이 위탁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대학에 파견되어 官·學연대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김왕배 교수는 더 근본적인 곳에서 고민했다. 그는 “정부와 학계의 유착관계에 대한 피상적 비판은 쉽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보다 학자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던져봐야 한다”며 학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최병두 대구대 교수(사회지리)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신념과 무관하게 정책을 정당화시켜주는 교수들이 있다. 학자로서 지켜야할 윤리의식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으며, 2011년이 되면 새만금간척을 통해 총면적 4만1백ha의 토지를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밖에도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굵직한 사업들이 많이 남아있다. 2002년, 경실련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정부 발주 건설공사 입찰과정의 부패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며(70.9%), 공사 관리·감독이 부실하고 형식적(64.2%)”이라고 응답해,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는 건설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학자들도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대부분 국가사업의 면죄부는 학계에서 제공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사업의 타당성과 현실성을 따져보아야 할 학자들이 언제까지 감시와 비판의 가면을 쓴 허수아비로 남아있어야 하는 것인가.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2006 Kyosu.net
Updated: 2006-04-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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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4-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건 비단 특정한 학회, 이공계 중심의 학회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커넥션들을 잘 분석하면, 한국 사회의 권력-지식 관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유용한 길잡이가 돼줄 텐데 ...
누가 사회학 박사논문으로 이런 거 쓰는 사람 없나?

瑚璉 2006-04-1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료 얻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balmas 2006-04-18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리건곤님/ 하하, 어렵지 않죠. 제 말은, 특별히 부정적이거나 은밀한 뒷거래를
캐보라는 뜻이 아니라,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연관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분석해보라는 뜻이죠. 공개적인 자료들이야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