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17 오전 12:06:17

집배원들이 쓰러지고 있다!!

"우연히 <6mm 세상 속으로>라는 TV프로그램에서 집배원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다.

검붉게 그을린 얼굴의 아저씨가 열심히 우편물을 나르고 있었는
데, 말투로 보아 남해쪽 어느 지방인 거 같았다. 섬으로 산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발걸음 사이에서, '시골우체부 아저씨' 하면 떠
올리곤 하는 낭만적 분위기란 찾을 수 없었다. 마침 그 전날이었
던가? 에서 김호진이 시골 우체부 역할을 했었
는데... 무척 낭만적인.. 

그 마을엔 모두 30명의 집배원이 있는데, 그들 모두가 비정규직
이라고 했다. 과중한 업무에, 임금은 정규직의 87 %, 편지가 단 
한통 있더라도 오토바이로는 갈 수 없는 산길을 힘들게 걸어올라
가야 한단다.

한 아저씨는 인터뷰에서, IMF 때 정리해고로 집배원이 대량해직
되었지만, 그 부족한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대부분 16시간 이상
의 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9시 뉴스보며 가족들과 저녁식사
를 먹는 게 소원이라는.. 인간답게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그 소
박한 소원이 하나같이 시커멓게 탄 얼굴마냥 힘겹게 보였다.

시골이라 두 가구, 세 가구로 이루어진 마을들에 우편물을 나르
는 집배원들은 배고프면 먹는 게 점심이고, 그 먹는 것두 아무 
수퍼에나 들어가 빵이나 사먹는 게 고작이었다. 오전에 3천통, 
오후에 또 3천통을 배달해야 한다니 점심을 못 먹게 되는 것도 
당연한 듯 했다. 날이 더워도 피부가 탈까봐 반팔 옷은 입을 수 
없고...

자신들의 일이 봉사직이라 뿌듯함을 느낀다는 집배원들은 옛날
엔 집배원이 오면 모두들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곤 했는데, 요즘
엔 모두들 집배원을 꺼리고 기피하는 눈길이 역력하다고 안타까
워 하더라. 난 그렇게 말하는 아저씨가 더 안타깝기만 하던데...

예전에 뉴스에서 우편물을 버린 집배원이 보도되어서 사람들이 
엄청 비난을 했던 적이 있었다. 혹시 그 집배원도 일이 너무 힘
들어 그랬을까..?

'봉사직'이란 말이 얼마나 사람을 옭아매는지.. 성직이라며, 아
이들을 저버린다며 전교조 교사들 비난하는 언론이나, 국민의 심
부름꾼 공무원이 웬 노조냐구 씹어대는 사람들이나...

'우체국은 편리합니다' 광고 속에 묻힌 사람들의 땀과 그 얼굴들
이 너무나 지쳐보였다." 

라고 어느 게시판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리플을 다셨더군요. 
그 분이 말하길, 



"하루 근무시간 14-16시간, 월 150시간 이상 초과근로.. 98년부
터 우편물은 1.5배 소포는 거의 2배가 늘어났는데, 집배원 수는 
5732명이 감축되었다는군요.(현재 집배원은 비정규직 4000명 포
함 14000명) 게다가 우체국은 작년에 심지어 1000억 이상의 흑자
였다네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군요...
[답변] 저희 아버지는 집배원이십니다^^
저희아버지는 집배원이시거든여


근 5년전 쯤만 해도 이렇게 바쁘시지 않았는데..

요즘 머 카드고지서니 핸드폰 고지서니 학생들 학습지니 홈쇼핑
전단지 이런것들이 넘 많아져서 넘 바빠지셨네여

저희 아버지는 아침 7시쯤에 출근하셔서요 

밤 9시반이나 되서야 집에 오시는데여

이것도 우편배달하는구역을 한달쯤전 한가한곳으로 옮겨서 그런
거구요

한달전만 해도 새벽6시 반정도에 출근하셔서 밤 11시 반에 퇴근
하셨답니다 - 그것도 우체국 문닫아야된다고 해서 11시 30분에 
퇴근하신거랍니다 T_T


아버지가 넘 힘드셔서 작년 9월부터 올해3,4월까지 한달에 한 열
흘씩 저녁에 일을 도와드리러 갔더랬습니다 - 휴학생이라 시간
이 있거든여^^

가보면 우체국에선 정말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집배원분들의 가족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거의가 부
인이죠..  저희가족은 어머니와 저 이렇게 두명이 돕고 있었구요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죠..

할수 없는 겁니다 일이 워낙 많으니...

 함께 일하는 가족에겐 물론 수당이 없죠..


그래서 한달에 열흘씩은 밤 11시 30분쯤이면 저희 세 식구는 함
께 집으로 퇴근을 하곤 했습니다


12월인가 1월인가였습니다

아버지 옆자리에서 일하고 계시던 분이 몇일 계속 보이지 않으시
더군요

어디 가셨나고 여쭸더니 많이 아프시다고 하십니다. 위암이라고 
하더군여


갑자기 왜 그러시나고 여쭈니까 말씀해주십니다

"전에 우편물 값나가는걸 잃어버리셔서 대신 물어드린후 돈이 아
까워서 점심식사도 안 하시고 하시더니 그리 됐네..."


그리고 한달쯤후 아버지로부터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
습니다.......

그렇습니다.. 우편물이 오면서 혹은 그 수백 수천의 편지와 소포
들이 정말 행방이 묘연할때도 있죠.. 잘못 배달할수도 있구여

그것들을 집배원분들이 다 책임을 지셔야된다는 겁니다..... 정
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아버지께 여쭸었습니다

노조가 없냐고요

우체국도 그렇고 공무원들은 노조가 힘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요즘 구청같은데 가 보시면 공무원들이 이마에 끈 질끈 동여매
고 무언가를 외치고 있습니다

공무원노조가 인정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말도 안되
죠..그것땜에 요즘 구청입구에서 많은 공무원분들이 구호를 외치
고 있구여


....... 왜 이리 두서없는 글이 되었지 ㅡ.ㅡ;;

어쨌든........


님들 괜찮으시면 정기구독같은거좀 피해주세여... 그런건 직접 
사보셔도 그렇게 힘들진 않을 듯한데

그리고 안 쓰는 카드는  좀 정리해주시면  저희 아버지 노고도 
좀 줄어드실듯 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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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2-06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고 보니 나도 집배원 분들을 상당히 피곤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책감이 ... -_-;;;

조선인 2006-02-06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쓴 글이 참 가슴 아프네요. 정기구독이며 카드를 없애달라니 어쩜 그리 힘없는 도움인지. ㅠ.ㅠ

chika 2006-02-0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몇년전부터 했던 행동 수칙입니다.
1. 왠만한 고지서는 이메일로 수령한다.
2. 우편물이 편중되게 몰리는 연말연시에는 편지, 카드쓰기를 자제한다.(물론 특별한 편지들은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3.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편물 갖다 주시는 분에게 인사한다. (이쁘게 인사하고 싶지만 그건 잘 안되네요. ^^;;;;;;;)
4. 가끔 사무실에 음료수 들어온 것 있으면 기회될 때 드시라고 드린다.

그리 큰 건 아니지만 자그만 성의가 그분들의 봉사에 대한 보답이 되리라 믿습니다.